“보증금 못받을까 잠못든게 엊그제인데”...전세난에 애간장타는 세입자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5. 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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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입자 역전세 이어 전세난 시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51주 연속 상승
역대 최고가의 84%까지 회복
“매물 품귀로 전세난 당분간 이어질 듯”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면 유리에 전월세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김호영 기자]
“만기에 보증금 못받을까 밤잠 설친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재계약할 때 집주인이 얼마나 올려달라고 요구할지 무섭네요. 이게 집 없는 서러움인가 봐요.”

전셋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공급 부족 때무인데 서울에선 1000가구 넘는 대단지에 전세 매물이 한 곳도 없는 곳도 있을 정도다. 빌라를 떠난 사람들이 아파트만 찾으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1년 전만 해도 역전세(전세 계약 갱신 시점에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낮게 거래되는 것)를 걱정했던 세입자들이 지금은 전세난을 우려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은 전고점의 평균 84%선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구 전체가 역대 최고가의 80% 이상을 회복했다. 전셋값은 지난 2022년에 고점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가 약 1년 만에 상승 전환한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종로구가 전고점의 90%, 중구가 89%에 근접해 전셋값 회복이 가장 빨랐다. 강서·마포구(87%), 관악·은평구(86%), 양천·광진·서대문·영등포구(85%) 등도 고점 대비 회복률이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일례로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용 84㎡는 작년 5월 6억원대에서 지난달 7억50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오른 금액에 거래됐다. 현재 8억9000만원의 같은 주택형 전세매물도 올라와 있다.

노원·도봉구(81%), 강북구(83%) 등 ‘노도강’ 지역과 고가 전세가 많은 강남·송파구(82%), 서초구(81%) 등 강남3구는 상대적으로 회복률이 다소 낮았다.

이같은 전셋값 상승세는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 크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세 사기 문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아파트로 임차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 연 1% 대의 초저리 신생아 특례 대출을 비롯해 신혼부부·청년 대출 등 정부 정책자금 지원이 늘어난 것도 수요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생아 전세자금 대출 중 ‘대환용’ 비중은 대출 초기 50%에서 현재 45%까지 감소했다. 신규 전세를 얻기 위한 대출이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수도권은 신규 전셋값이 전 전셋값보다 싼 역전세난이 사회문제로 거론될 만큼 전셋값 하락이 가팔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82%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말부터 전셋값이 상승으로 돌아서더니 계속 상승 폭을 키우면서 지금은 역전세 우려가 쏙 들어갔다.

수요는 늘었지만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3786가구(부동산R114)로 지난해(3만 2759가구)보다 27.4% 감소한다.

전세수요는 늘고 있지만, 매물은 되레 감소하는 모습이다.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 3만9324개(아파트 정보앱 아실)에서 2만9499개로 25%나 줄었다. 지난해 1월(5만4,666건)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전세난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은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전세값 상승은 집값을 끌어 올리는 원인 중 하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전셋값은 134주 연속 상승했다. 당시 매매값은 저금리와 맞물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은 바 있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7월 임대차 3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 만 4년 차에 접어든다. 최근 추세에 더해 새로 전세를 받는 집주인이 4년치 인상률을 적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정부도 7월 전 임대차 3법 개선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전셋값이 올랐지만 아직은 2년 전 전셋값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금리 인하, 입주물량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세시장이 지금보다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고, 매매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당분간 고금리 영향으로 집값이 뛰긴 어렵다”며 “성수기가 지나면 전셋값 상승도 주춤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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