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면 안되는 이유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4. 5. 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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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과장의 고민

A과장은 요즘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제안하면 팀장은 “팀이 이 과제를 할 역량이 안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만 반복해 수행하니 재미가 없다. 대충해 보고하면 팀장이 전부 자기 입맛에 맞도록 수정한다. 지난 달 팀장이 교체되었다. 3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팀장은 매우 혁신적이었고 성과지향이었다. 큰 방향을 제시하고 팀원들 역량에 따라 도전적 과제를 부여했다. 매월 중간중간 과제의 수행정도, 직무 역량 향상을 위한 점검과 피드백을 해주었다. 이러던 팀장이 본부장과 갈등이 심해져 갑자기 퇴직하였다. 회사는 팀원 중 타 부서와 팀원들에게 평판이 좋았던 B부장을 팀장으로 선임하였다.

B부장은 근면 성실하고 조금은 내성적인 착실한 직원이었다. 팀장이 된 B부장은 자신이 팀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팀원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업적을 낸 생각과 방식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B팀장은 늦은 시간까지 업무에 임한다. 팀원들의 보고서를 꼼꼼히 살피며 자료 수집과 분석 단계부터 자신이 해왔던 방법을 강요한다. 반드시 대안을 만들라고 했고, 최종 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방식과 다르거나 논리적이지 않으면 빨간 펜으로 과감히 수정을 해 전달하였다.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며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자, 팀원들은 점차 팀장이 하자는 일만 하게 되었고, 팀장이 원하는 방식의 보고서와 내용으로 작성했다. 팀원들이 보고서를 자세히 작성하지만, 팀장이 워낙 꼼꼼하게 보고서를 보며 수정을 가했다. 여러 번 일반 반복형 업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의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팀원들은 대충 일을 하게 되었다. 팀원들이 일을 대충하며 정시 퇴근을 하자 B팀장은 매일 더 늦은 시간까지 보고서 수정 및 추가 지시 업무를 하게 되었다.

왜 직책자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가?

일반 사무직 팀원은 ‘주어진 일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대안을 만들고 일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무직 팀원의 핵심 역량은 주어진 일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문제 해결력, 대안을 도출하여 리스크를 줄이고 성과를 높이는 최적안을 도출하는 능력, 일을 정해진 프로세스와 기법에 따라 악착 같이 실행하는 추진력이다. 중간중간 보고를 잘하는 소통 역량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팀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팀장은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닌 일 자체를 창출하는 과제 창출력이 높아야 한다.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력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 일을 분담할 것인가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팀원들이 동기부여 되어 일에 몰입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성장시키고 이끌어야 한다.

팀장과 팀원이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수행하는 일과 방법이 달라야 한다. 만약 팀원으로 잘했던 직원이 팀장이 되어 팀원일 때 했던 그 원칙과 방식을 그대로 고집한다면 그 팀은 어떻게 되겠는가? 팀원들은 자신보다 업무에 대해 더 박식하고 깊이가 있는 팀장에게 맡기며 열중하지 않게 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팀장은 팀원일 때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이 옳다는 확신이 들면 이 방식에 대한 충격적 실패가 없는 한 이 확신을 이어 나간다. 만약 기존의 방식을 얻거나 습관화하기까지의 기간이나 고난의 정도가 심했다면 그 확신은 더욱 공고해진다. A직원은 보고서를 간결하고 깔끔하게 작성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당시 다른 팀원들은 높은 직책까지 승인을 요하는 보고서 작성은 A직원에게 맡겼다. 인정과 칭찬이 많아지며 중요한 보고서 작성 업무는 A직원이 도맡아 하게 되었다. A직원이 팀장이 되었다. 팀원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의 수준은 너무 낮고 복잡하고 눈에 차지 않는다. 처음 몇 번은 대폭 수정하여 재작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정해 가져온 보고서도 팀장의 눈에 차지 않게 되었다. 결국 팀장은 팀원들의 보고서 원본을 받아 자신이 직접 수정한다. CEO의 긴급한 지시는 팀원에게 지시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처리한다.

역할을 벗어난 방식의 고집은 조직 내 많은 갈등을 낳고, 낮은 성과를 창출하는 원인이 된다.

고직책자가 낮은 직급의 팀원이 하는 일을 하는 경우이다. 경영자가 한 명의 높은 인건비를 받는 담당자가 된 상황이다.

자신의 역할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어떤 직책을 맡게 되는 직원은 그 직책이 맞는 역할과 과제가 무엇인가를 알고 경험과 기술을 쌓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앞서가는 회사는 직책자가 되기 전에 예비 직책자를 선발하여 역할에 맞게 일하는 생각과 방식의 학습을 강하게 추진한다. 만약 사전에 이러한 학습을 하지 못했다면, 직책자가 되어 경험과 교육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이전 직급에 있었을 때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빨리 버려야 한다. 새로운 역할에는 새로운 생각과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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