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달밤의 체조'에 묘약이 있다!

방민준 2024. 5. 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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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로 선수가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연습 외에는 왕도가 없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한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하는 고수들의 말이다. 많은 주말 골퍼들이 라운드 후 간단한 팁을 기대하기도 하고 골프에 임하는 자세 같은 고차원의 골프 철학을 듣고 싶어 하지만 실천이 없는 '귀로 듣는 골프 비법'은 바람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단순명료한 팁이라도 스스로 실천해 육화(肉化)하지 않는 한 약발은 금방 사라진다. 고수의 손에 끌려 골프의 밀림을 구경한다고 해도 밀림을 벗어나면 영화를 보고 난 뒤처럼 아득할 뿐이다. 



 



그러나 골프연습장의 풍경을 보면 '연습 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에 동조하기 어렵다. 매일이다시피 연습장에 나와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개선되는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극소수가 자신의 문제점이나 결점을 찾아내 연습으로 바른 스윙을 터득할 뿐 8할 정도는 정체상태를 유지하거나 고질병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필자의 경우 연습벌레에 해당된다. 골프의 묘미를 알고 나선 하루도 연습장에 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 해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라운드가 있는 날에도 일찌감치 골프장 근처 연습장을 찾아 한 시간이 이상 몸을 풀고 라운드에 임했다. 좋은 스코어는 바로 부단한 연습의 결과라고 굳게 믿었다. 하루라도 연습장을 쉬면 근육과 뼈마디에 녹이 번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연습을 신봉했다.



 



신상의 변화로 연습장에 갈 짬을 낼 수 없게 되면서 스코어가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달밤의 체조'였다. 달밤의 체조는 바로 'No ball 스윙' 연습이다. 



 



준비물은 바람개비 스윙 연습기, 드라이버, 아이언 하나, 퍼터와 볼 10개면 된다.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 단지의 한적한 구석에 있는 배드민턴장으로 내려가 가로등을 등지고 스윙 연습기로 연습했다. 가로등을 등지면 자신의 스윙 동작이 그림자로 나타나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었다.



 



처음에는 정확한 궤도와 자세를 만들기 위해 천천히 스윙하다가 차자 속도를 냈다. 50번 정도 하고 나면 숨이 차고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운동이 되었다. 저항이 많은 바람개비로 스윙하는 것이라 팔다리와 어깨 허리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다음에 드라이버와 아이언으로 각각 50회 스윙 연습을 했다. 물론 공이 놓인 지점을 상상하고 교과서적인 스윙을 재현하는 것이다. 직접 공을 때리지 않기 때문에 몸이 경직되지도 않고 백스윙이 덜 되거나 다운스윙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팔로우가 중단된다든가 하는 현상도 생기지 않는다. 모든 골퍼의 만성 고질병인 헤드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스윙 연습이 끝나면 이번엔 인조 잔디 위에서 퍼팅연습을 하는데 발자국 수로 다양한 거리를 정해 거리와 방향을 일정하게 하는 연습을 한다. 이때는 직접 공을 가지고 연습했다. 1주일이 지나니 스스로 감탄할 만큼 정교한 퍼팅이 가능했다.



 



'노 볼 스윙' 연습의 효과는 놀라웠다. 몇 달째 연습장을 찾지 않고 노 볼 스윙 연습만 하고 라운드에 임했는데 스윙이 깔끔해지고 파워도 붙었다. 물론 스코어도 좋아졌다. 한 번만 그랬다면 믿지 않겠는데 달밤의 체조를 한 이후 꾸준히 70대를 유지하며 스코어가 개선되는 것을 경험했다. 



 



가로등 아래에서의 노 볼 스윙연습은 볼 앞에만 서면 힘 들어가고 긴장되고 경직되는 현상을 없앨 수 있는 절묘한 연습이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없애고 교과서적인 스윙을 구축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매일 연습장을 찾아 수백 개의 볼을 때려낼 때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절감했다.



 



'노 볼 스윙' 연습의 위력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를 당사자에게 직접 들었다. 구력 4년이 갓 넘은 40대 초반의 K는 무너진 스윙을 바로잡기 위해 골프연습장을 찾아가 가장 유능하다는 코치를 소개받았다. 레슨프로는 남자의 스윙을 본 뒤 한 달만 지나면 스윙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줄 테니 한 달만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고 물었다. K는 그까짓 한 달을 못 참겠느냐 싶어 승낙했다. 레슨프로의 주문은 단 두 가지. 한 달 동안 절대 필드에 나가지 말 것, 그리고 한 달 동안 절대 볼을 때리지 말고 빈 스윙만 연습할 것.



 



남자는 기가 찼으나 한 달 뒤 새로운 스윙을 만들어 준다는 말에 약속하고 레슨프로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다. 레슨프로가 가르쳐주는 대로 스윙 궤도 중심으로 헤드스피드 내는 방법, 체중이동 하는 방법, 스웨이 하지 않는 방법, 상하 이동을 안 하는 방법, 헤드업 하지 않는 방법 등을 빈 스윙으로 연습했다. 볼을 때려보고 싶은 충동이 굴뚝 같았으나 참았다. 



 



한 달이 딱 넘는 순간 레슨프로가 볼 한 박스를 가져오더니 그동안 하는 식대로 볼을 때려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꿈인가 생시인가! 기적이 일어났다. 볼은 높이 그리고 똑바로 멀리 날아갔다. 그것도 항상 일정하게. 이후 이 남자 앞에는 탄탄대로의 골프 세계가 열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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