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 부족 심각…2군 경기는 2심제까지 진행

김경윤 2024. 5. 1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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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늘지 않은 심판 수…최근 줄징계로 가용 인원 감소
리그 공정성에 악영향…심판위원장 "심각하게 생각한다"
경기 준비하는 심판진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LG 경기에서 심판들이 경기 전 대화하고 있다. 2024.4.16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의 심판 부족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프로야구는 한 경기에 5명의 심판(주심 1명, 구심 3명, 대기심 1명)이 활동하지만, 최근 퓨처스리그는 3명의 심판이 보고 있다.

지난 달 17일 경북 문경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상무의 퓨처스리그 경기는 단 두 명의 심판이 경기를 보는 '2심제'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민호(42) 심판은 주심으로, 강광회 심판은 1루심으로 경기를 봤고 2루와 3루는 비워둔 채 경기를 진행했다.

좌타자의 체크 스윙 여부와 2, 3루 세이프-아웃 상황, 3루 방면 안타-파울 판정 등은 정확하게 이뤄지기 어려웠다.

퓨처스리그의 심판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퓨처스리그는 초청팀인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3군이 참가해 하루에 최대 6경기가 벌어진다. 1군 경기(5경기)보다 더 많다.

여기에 최근 심판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계약 해지되거나 정직 처분을 받으면서 가용 인원이 줄어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달 14일 KBO리그 NC-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발생한 오심 은폐 논란으로 이민호(31) 심판을 해고했고 문승훈, 추평호 심판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지난 10일엔 음주운전이 적발된 원현식 심판(비디오판독 부센터장)에게 1년 실격 징계를 내렸다.

KBO는 부족한 1군 심판을 2군에서 메웠고, 부족한 인원에 따른 문제는 고스란히 퓨처스리그가 떠안았다.

동계 훈련하는 프로야구 심판위원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프로야구 심판 부족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가용인원을 계산하면 쉽게 짐작된다.

올해 프로야구 심판위원회 소속 인원은 총 53명이다.

이중 오석환 심판위원장과 퓨처스 육성위원 2명, 해고 및 징계를 받은 4명의 심판을 빼면 총 46명이 1, 2군 모든 경기와 비디오 판독을 책임지고 있다.

프로야구 1군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은 30명이다.

심판 5명이 한 조가 돼 5개 구장에 나가야 하고 5명의 심판(판독센터장 포함)이 비디오 판독실에 들어간다.

결국 퓨처스리그에서 운용할 수 있는 인원은 단 16명이다.

물론, 단 한 명도 휴가 혹은 휴직을 내지 않았다는 가정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초부터 퓨처스리그 심판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달 17일 NC-상무전이 '2심제'로 열린 배경이다.

비디오 판독실 찾은 허구연 KBO 총재 (서울=연합뉴스) 허구연 KBO 총재가 27일 서울 야구회관에 마련된 비디오 판독실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24.3.27 [KB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일각에선 KBO가 심판위원 신규 선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판 부족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존 심판들의 징계에 있지만, 그동안 심판 숫자를 최소한으로 제한해온 KBO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심판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2014년 41명에서 2015년 45명으로 증가했고, 2016년 47명, 2017년 48명, 2018년 50명이 됐다.

표면적으로 봤을 땐 심판 인원이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론 그렇지 않다.

프로야구는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일일 경기 수가 4경기에서 5경기로 늘어났다.

2017년엔 비디오 판독센터가 생기면서 필요한 심판 수가 훨씬 많아졌다.

그런데도 최근 KBO 심판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1년 54명이 됐다가 2023년 52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53명이 활동한다.

국내 프로야구 심판들은 톱니바퀴처럼 촘촘한 일정으로 경기에 나선다.

이들 중 2∼3명이 빠지면 이번처럼 심판 부족 문제가 단번에 나타난다.

이 때문에 경기 중 공에 맞아 다쳐도 심판 업무에서 빠지기 어렵다.

최근 한 심판 위원은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복귀를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 부족은 비단 노동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론 리그의 질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물론 KBO도 심판 부족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허구연 KBO 총재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심판위원을 뽑기 위해선 선발 과정과 훈련이 필요하다. 당장 심판 수를 늘리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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