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글로벌 기후변화에 있어 한국의 책임은?

박상욱 기자 2024. 5.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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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35)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을 시작으로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청정에너지의 확대와 더불어 점차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탈석탄입니다. 연인원 8만명, 참가국만도 190여개국에 달하는 COP28에선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2030년 안에 시작하겠다”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 수단이 없는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인 감축을 가속하겠다”는, 조금은 뭉뚱그려진 표현이 담겼다면, 지난 4월 30일 열린 G7 정상회의에선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의 결과 2035년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죠.

지금의 기후변화를 부른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비롯된 화석연료, 그중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석탄을 시작으로, 조금씩 화석연료와의 작별을 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G7 선진국이 합의한 탈석탄 시점은 2035년으로, 아주 먼 미래가 아닙니다. 즉, 최소한 이들은 실질적으로 탈석탄의 준비가 됐기에 이런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90년 이래, 전 세계 발전원별 발전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30년 넘는 세월, 우리 인류의 전력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의 발전량 또한 1990년 442만 9,526GWh에서 2021년 1,025만 2,453GWh로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발전량이 아닌 발전비중 차원에서 보면, 석탄의 비중은 1990년 35.5%에서 2021년 37.5%로 2% 포인트 늘어나는 데에 그쳤습니다. 석탄발전량의 증가폭을 뛰어넘을 정도로 다른 발전원의 발전량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통계에도 불구하고, 분명 어느 나라에선 석탄화력발전이 늘어났을 수도, 다른 나라에선 줄어들었을 수도 있기에 과거와 오늘의 국가별 통계 또한 살펴보겠습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석탄화력발전량이 가장 많은 10개 나라를 추려봤습니다. 중국이 5,398TWh로 가장 많은 석탄발 전력을 생산했습니다. 이는 1985년 대비 1,971%나 증가한 수준으로, 2위 인도(1,380TWh)와 비교과 어려울 만큼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석탄발 전력을 생산한 국가는 미국(832TWh)으로, 1985년 대비 45% 줄어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총 207TWh의 전기를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해 일본(348TWh)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죠. 1985년에 비해 무려 734% 증가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9년 그린뉴딜 선언 직후 급박하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205TWh의석탄발 전력을 생산했습니다. 1985년 대비 증가폭만으로 본다면 무려 3,839% 증가한 수치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적극적인 에너지전환이 다소 어려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81TWh로 7위, 자국산 화석연료를 무역무기화하며 에너지전환을 잠시 외면 중인 러시아는 180TWh로 8위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에너지전환에 나서고 있는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독일은 179TWh로 9위, 글로벌 메이저 석탄 수출국인 호주는 131TWh로 10위를 기록했고요.

이 통계를 보며,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가 무연탄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러시아(3,210.6Gt)였고, 그 다음이 호주(2,654.9Gt)였습니다. 인도네시아(37.2Gt) 또한 우리나라가 6번째로 많은 무연탄을 수입한 나라였고요. 유연탄의 경우, 호주(4만 4,742Gt)와 러시아(2만 3,285Gt), 인도네시아(2만 3,102Gt) 순으로 가장 많은 양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는 이들 나라로부터 대량의 석탄을 수입해가면서, 정작 그 나라들보다 전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석탄을 사용한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발전믹스를 유지해온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이를 다시금 재고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온실가스 감축이나 탄소중립 달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석탄화력발전에서 비롯된 전력 생산량이 많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탄소 배출량 또한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수의 자동차나 중장비를 활용하고, 동일한 양의 전력을 소비한다고 하더라도, 즉, 거의 비슷한 경제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휘발유든, 경유든 석유를 때는 자동차나 장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동일하겠지만, 각 국가가 발전믹스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전력 사용량에 따른 배출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공장'으로 전 세계의 생산을 대신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나라, 중국과 인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 24.8억t을 기록했던 중국의 배출량은 2022년 114억t으로 무려 4.6배가 됐습니다. 인도의 경우, 같은 기간 5.78억t에서 28.3억t으로 4.9배가 됐고요. “우리나라가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나 잘 하라고 해라.”, “중국과 인도만 어떻게 하면 다 해결될 일이다.” 지난 2019년 11월 이래로 4년 반 가량 매주 월요일마다 이어진 연재에서 끊이지 않고 접했던 반응의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 두 나라를 '글로벌 공장', '글로벌 생산기지'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의 생산을 이들 나라에 대신 맡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표현하면, 다른 나라가 뿜어냈어야 할 온실가스를 이 두 나라가 대신 배출하고 있는 셈인 것이죠. 때문에, 두 나라의 국경 내 배출량(Territorial Carbon Dioxide Emissions)과 해당 국가 자체의 소비에 기반한 배출량(Consumption-based Carbon Dioxide Emissions)을 비교해봤습니다. 소비 기준 배출량의 경우, 기존의 배출량 통계와는 별도의 조사와 보정 등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확인 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의 소비 기준 배출량은 1990년 23.2억t에서 2021년 103.2억t, 인도의 소비 기준 배출량은 1990년 5.15억t에서 2021년 23.5억t으로, 전체 국가 배출량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중국에서 소비된 것이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해 뿜어낸 배출량은 1990년 약 1.6억t에서 2021년 약 10.2억t으로 6.4배나 커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역대 최대 배출량인 7.2억t(2018년)보다도 많은 양이 다른 나라의 생산을 대리함으로써 배출된 것이죠. 인도의 경우도 이러한 국가 배출량과 소비 기준 배출량의 차이가 1990년 약 6,300만t에서 2021년 2.2억t으로 3.5배나 커졌습니다.

반도체, LCD 및 LED, 철강, 자동차 등의 주요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EU의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이나 미국의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감축법안) 등 각종 조치에 대해 국내에선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난도 거세게 나오는데, 우리도 중국과 인도처럼 국경 내 배출량과 소비 기준 배출량을 비교했을 때, 이런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것일까요.

1990년 이래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파랑 꺾은선)과 소비 기준 배출량(빨강 꺾은선)을 살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 배출량은 2022년, 소비 기준 배출량은 2021년까지의 통계가 확인 가능했습니다.

6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5개국 모두, 1990년 대비 국내 배출량의 감축을 달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각국의 파랑 꺾은선을 살펴보면, 영국의 경우, 2022년 국내에서 3.19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1990년 대비 47.1% 감축을 이뤄냈고, 독일도 2022년 6.66억t을 뿜어내 1990년 대비 36.9% 줄여냈습니다. 프랑스는 1990년보다 24.4% 줄어든 2.98억t, 일본은 1990년 대비 8.9% 감축한 10.5억t, 미국은 1990년 대비 1.2% 감소한 50.6억t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와 정반대로 2022년 6.01억t으로 1990년(2.51억t)의 2.4배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튀는 통계'를 '수출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일단, 빨강 꺾은선과 파랑 꺾은선의 위치만 보더라도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여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배출량보다 많았습니다.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 뿜어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내 배출량보다 더 많았던 것이죠.

우리나라의 1990년 소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21억t으로, 국내 배출량(2.51억t) 대비 약 7천만t 더 많았습니다. 30년이 지나도 그 격차는 약 7,300만t(2021년 소비 기준 배출량 6.89억t, 2021년 국내 배출량 6.16억t)으로 거의 유지됐고요. 우리나라의 소비 기준 배출량은 국내 배출량과 비슷하게 2021년 6.89억t으로 2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난을 속 시원하게 하려면, 이들 선진국의 소비 기반 배출량이 국내 배출량과는 반대로 늘어났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위의 6개 선진국 가운데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4개국은 소비 기준 배출량의 감축 또한 이뤄냈습니다. “금융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라 온실가스 감축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쓴소리의 대상이 되곤 하는 영국의 경우, 소비 기준 배출량을 1990년 6.7억t에서 2021년 5.13억t으로 23.4% 줄였습니다. 이 기간(1990~2021년), 소비 기준 배출의 정점인 2005년 7.5억t에 비하면 무려 31.6% 줄인 셈입니다. 프랑스는 1990년 대비 2021년 15.6% 감축, 정점(2005년 5.52억t) 대비 24.6% 감축했고, 이웃 나라인 일본도 1990년 대비 2021년 7.6% 줄였고, 정점(2012년 15.9억t) 대비 23.3% 감축했습니다. 독일은 내리 감소세를 이어가 1990년 대비 2021년 무려 30.2%나 감축했고요. 또한, 1990년 대비 2021년 소비 기준 배출이 10.3% 증가한 미국이라 하더라도 “2005년을 정점으로 확연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라고도 변명할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2005년 67.2억t 대비 2021년 55.7억t으로 16년 새 17.1% 감축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이들 선진국의 GDP는 증감을 거듭했겠지만, 1990년 대비 더 못 살게 됐기에, 그래서 소비가 줄어서 그런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도 늘고, 그에 따른 소비도 늘었지만, 그러한 소비에 따른 배출은 줄여낸 것입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에너지전환이고요.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의 책임을 좀 덜어낼 수 있을까요. 전 세계가 동의한 1.5℃ 목표의 기준점인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기온의 시작인 1850년 이래 국가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살펴봤습니다. 단일 연도의 배출량만을 따져본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화 이래로 누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냈는지 따져본 것입니다.

미국은 누적 배출량 기준 11만 5,102.8Mt으로 압도적 1위에 오른 상태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배출량 급증을 시작한 중국이 6만 8,054.81Mt으로 2위에 올랐고, 인도 또한 1만 5,585.53Mt으로 7위에 오른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어 남북 대립은 생각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포지션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의 누적 배출량은 5,165.92Mt, 세계 17위입니다. 해마다 치열한 논쟁과 고차원적인 외교전이 펼쳐지는 COP(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는 국가만도 195개국인데, 우리나라의 순위는 너무도 높습니다. 심지어, 1997년 12월 합의된 교토의정서에서 감축 의무를 강제로 부여받았던 선진국들 가운데 일부 국가들보다도 더 많이 뿜어냈습니다. 게다가, 당시 감축 의무 부여의 기준이었던 'OECD 가입 여부'로 따져봤을 때, 우린 OECD 회원국임에도 의무에선 면제된 단 두 개의 나라 중 하나였고요.

이처럼 산업화 이래 누적 배출량의 측면에서도, 국경 내 배출량이 아닌 소비 기준 배출량의 측면에서도, 우리는 국제사회에 우리 입장을 강하게 어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교토의정서 합의 당시엔 미처 감안하지 못 했을 면'제'부의 부메랑 또한 언제 되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석탄발 전력을 생산하는 나라, 선진국 가운데 에너지전환에 가장 더딘 나라가 대한민국의 오늘날 모습입니다.

지난달 G7에 우리나라가 옵서버로 참석하지 못한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빚어진 바 있습니다. 과연 “2035년까지 탈석탄”을 약속한 지난 G7에 예년처럼 옵서버로 참여했었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 속도가 달라졌을까요. 완공된 채 상업가동만 기다리고 있는 강원도 삼척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두고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총 4명의 대통령이 이끌었던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중장기 계획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진 지난 G7에 옵서버로 참여할 자격이 있었는데도 못 참여했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요. 5만여 시민의 참여로 입법청원이 이뤄진 탈석탄법을 처리하지 못한 국회는 과연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국가도,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그 누구도 오늘 다뤄진 통계와 그 결과로부터 남 탓을 할 자격은 없을 것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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