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과 ‘구매’ 사이…가전, 어느 쪽이 유리할까?

김경욱 기자 2024. 5. 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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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전자의 가전제품들. 왼쪽부터 청소기, 세탁·건조기(워시타워),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시스템에어컨. 엘지전자 제공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정훈(가명·38)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신혼 가전으로 티브이(TV), 냉장고, 세탁·건조기, 에어컨, 청소기를 한 번에 사려고 보니, 1천만원을 훌쩍 넘는 목돈을 마련해야 해 부담스럽고, 홀로 자취하면서 쓰던 티브이와 냉장고를 그대로 쓰자니 작고 낡아서 신혼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가전을 산다고 해도 3~4년 뒤 아이가 태어나면 집을 넓혀갈 계획인데, 그때 일부 가전을 집 규모와 인테리어에 맞춰 바꿔야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그러다 한 광고를 보고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고 했다. 엘지(LG)전자의 가전 ‘구독’(렌탈·임대) 광고였다. 김씨는 “자동차·정수기나 스마트폰처럼 가전도 렌탈이나 장기 할부로 쓸 수 있는지 몰랐다”며 “한 번에 큰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적고, 짧은 기간 쓸 수도 있으며 구독 기간에 전문가를 통해 가전을 관리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가전 소비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목돈을 들여 제품을 산 뒤 고장 날 때까지 오랜 기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가전 소비 형태였다면, 이제는 빌려 쓰거나 초기 비용이 낮은 장기 할부로 가전을 쓰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엘지전자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가전 구독 매출액은 9629억원으로 전년(7345억원)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2018년 매출 2924억원이던 사업이 5년 만에 매출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이다. 가전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더라도 관리받으며 제대로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가전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엘지전자의 구독 서비스 대상은 모두 21개 가전이다. 티브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노트북 등 웬만한 가전을 구독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대표 ‘가전 기업’ 가운데 다양한 가전을 대상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엘지전자가 사실상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 통합형 조리기기인 비스포크 큐커를 대상으로만 구독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적 판단에 따라 큐커 외에 다른 가전에 대해서는 구독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특정 제품에 한해서만 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고, 가전 기업이 아닌 중소 업체 중에서는 가전 임대 사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도 있다.

구독 서비스 장점으로는 당장 목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꼽힌다. 엘지전자 공식 온라인몰 기준으로 올해 출시된 세탁·건조기(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25/22㎏), 냉장고(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노크온 더블매직스페이스 872ℓ), 티브이(올레드TV 55인치), 에어컨(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Ⅰ에어컨 2in1 58.5㎡), 청소기(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A9S 흡입+스팀 물걸레) 등 5개 가전을 한 번에 사려면 1747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6년 계약 기준(TV는 5년 계약 기준)으로 구독하면 월 35만원에 이들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구독 기간에 제품 청소·소모품이나 부품 교체·수리 등 관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일시불로 살 때보다 계약 기간 전체 구독료가 비싸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들 가전을 6년 계약(TV는 5년 계약이 최대)으로 구독하면 전체 비용은 2440만원이다. 일시불로 샀을 때보다 700만원가량 더 든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구독 기간을 3∽6년 단위로 정할 수 있는데, 4년 이상 구독하면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제품 소유권은 구독자가 갖는다.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하는 3년 단위 계약을 하더라도 총비용은 2천여만원으로 일시불로 살 때보다 비싸다. 차라리 사서 쓰다가 추후 중고로 파는 것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엘지(LG)전자의 올레드 TV. 엘지전자 제공

하지만 “각종 혜택을 고려하면 구독 서비스 효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엘지전자 설명이다. 엘지전자는 특정 신용 카드로 구독료를 결제하면 월 최대 2만3천원을 깎아준다. 앞서 언급한 세탁·건조기(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25/22㎏)의 경우, 일시불 가격은 449만원이다. 하지만 카드할인을 받아 6년 동안 구독하면 총 구독료는 438만원이다. 6년 뒤 소유권을 넘겨받게 되니, 일시불로 살 때보다 구독 기간에 통살균·고무패킹 세척, 배수필터 교체 등의 관리를 받으면서 10만원 싸게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 셈이다. 2개 이상 제품을 함께 구독하면 최대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카드할인은 1개 제품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일시불로 살 때보다 비쌀 수는 있지만, 할인 혜택 등을 이용하면 부담을 다소 낮출 수 있다”며 “한 번에 목돈을 지출하기 어려운 이들이 고가의 가전을 마련하고자 할 때 구독 서비스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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