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석' 민주당 '정책수장' 진성준 "당력 쏟을 법안은 당론 추진"
"당력을 기울여 추진해야 할 법안이라면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영국, 프랑스, 일본 의회처럼 앞으로 의원 개인의 소신 못지 않게 당론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4·10 총선 직후 정무 당직자 전원 교체 과정에서 22대 국회 171석의 거대야당 민주당의 정책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민주당의 정책총괄책임자로서 지난달 말 영수회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배석하기도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장영달 전 민주당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보좌 활동을 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돼 원내에 첫 입성했다. 민주당에 몸 담은 동안 전략기획위원장만 네 번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을, 서울시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내는 등 당내 '기획통'으로 경력을 쌓아왔다. 21대 국회에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원내수석부대표로도 활동했다.
이처럼 자주 기용되는 이유에 대해 진 정책위의장은 "실무형 정치인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며 "국회 말단 비서에서부터 보좌관까지 실무를 지원했고 당직자로도 일해오다 보니 실무에 밝다는 평가들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정책위 의장직을 제안하면서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잘 받들려면 당의 가치와 노선을 선명하게 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정책위의장을 맡아 잘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요구와 주문도 많으셨다"고 말했다.
'실무형'답게 새 정책위의장으로서 포부를 묻는 질문에 두루뭉술한 계획 대신 구체적인 조직개편 청사진을 내놨다.
진 정책위의장은 "당의 주요한 정책들이 정책위에서 생산·추진되지만 제가 보기에 정책위 체계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며 "정책위 산하에 현재 7개 정책조정위원회(정조위)가 있는데 각 정조위는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상임위원회를 2~3개 묶어서 담당한다. 아무리 유관 상임위라 해도 각기 다른 상임위의 법안과 정책안을 통할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제1 정조위, 제2 정조위, 이런 식이 아니라 법제사법정조위, 행정안전정조위 등 상임위 체계와 같게 편제해 각 상임위 간사가 정조위원장을 맡아 각 상임위의 입법, 정책, 예산을 책임지고 조율하고 당론을 만들도록 할 것"이라며 "정조위원장이 소관 상임위원들과 수시로 협의토록 해 당론과 당의 정책을 만드는 등 밀도있는 정책활동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당력을 기울여 추진해야 할 당의 가치·노선에 입각한 정책·법안이라면 당론으로 추진해야겠다, 그래야 국민들이 민주당이 무엇을 하려는 정당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3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가 "최소한 모두가 합의한, 동의한 목표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양심상 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따라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것과 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법안 준비 초기부터 당론으로 추진되는 입법이 많아진다면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질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진 정책위의장은 "당론으로 정하기 전에 정책 의원총회에서 의결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책 의총도 좀더 활성화해 의원들의 이해도도 높이고 그 안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당론으로 추진할 입법도 이미 추진중이다. 당 지도부는 22대 국회 출범 이후 민생 분야 당론으로 1인당 2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내용의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정책위에서 성안 작업에도 착수했다.
민주당은 지난 4·10 총선 국면에서 1인당 25만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안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정부에 집행을 촉구해왔다. 지원금 마련을 위해서는 약 13조원이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의 추산이다. 또 빈곤층 등 취약계층에 한해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토록 하면 총 13조1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역화폐'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소상공인 등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있고 골목경제의 숨통도 트일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원금을 인당 25만원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정부가 동의하고 수용해야 가능한 일 아닌가"라며 "정부는 긴축재정을 강조하고 있다보니 수용 가능한 선을 찾아야했고 지난 코로나19(COVID-19) 확산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1차 지원금을 인당 25만원 지급해 실제로 효과를 확인했던 전례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싱가포르의 사례도 예로 들었다. 싱가포르는 팬데믹(대유행) 당시 우리나라 지역화폐와 비슷한 'CDC(Community Development Council) 바우처' 지급 정책을 펼쳤는데 이 제도는 소비 진작 등 그 효과를 입증받아 최근까지 지급 규모가 점차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민생회복지원금 집행을 위해서는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권한은 정부에게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추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정부를 설득하되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입법으로라도 지원금 편성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이 만들어져 국회에서 통과돼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실현이 어렵지만 민생회복지원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간 영수회담에서도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정부는 국가 재정이나 인플레이션에 우려를 표했고 범국민적 지원보다는 어려운 계층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발언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실망감이 컸다"고 밝혔다.
여야는 지난 총선에서 비슷한 공약도 내놨고 지난해 말에는 양당 정책위원장과 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된 '2+2 협의체'도 구성해 쟁점 법안 처리도 시도했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나 소상공인 3법(에너지·임대료 지원 및 폐업시 일시 상환 유예) 등이 테이블 위에 올랐었다.
향후 국회에서 여야 공통 공약 법안의 처리가 가능할지 묻는 질문에 진 정책위의장은 "이번 총선에서 양당 공통 공약으로 추려낸 게 80개 정도 된다"면서도 "이런 건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는데 정치적 이유로 잘 안 된다. 정작 구체적 이야기에 들어가면 핑계들을 대는데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성격유형지표 MBTI상 차분하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불어넣는 이상주의자라는 'INFJ(옹호자)'형에 해당하는 진 정책위의장은 머릿 속을 지배하는 오랜 화두 중 하나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꼽았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금은 선거에서 모두가 1인 1표를 행사하기에 형식적·절차적 의미의 민주주의는 완성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활동은 중층적 갑을 관계로 엮여 있다. 대등한 관계에서 근로계약을 맺고 불공정에 우는 일이 없도록 하는게 우리 사회 아주 중요한 과제다. 제가 근본적으로 정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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