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프론티어] ‘자동 인공호흡기 AI’ 개발한 딥메트릭스 “미국 대형 병원서 검증, 시장 진출 속도 빨라져”
AI가 환자 상태에 맞게 인공호흡기 자동 조절
메이요클리닉·서울대병원 등 세계 선도 병원들 주목
“딥메트릭스(DeepMetrics)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은 중환자실 전담 의사 수준으로 인공호흡기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 회사가 환자 치료를 발전시키는 여정을 지원할 수 있어 기쁘다.”
미국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지난 3월 28일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서 열린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지원) 프로그램 졸업식에서 딥메트릭스를 소개했다. 딥메트릭스는 메이요 클리닉이 2023년 10월 육성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혁신 의료기술 스타트업 가운데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AI 전문가인 송현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2021년 2월 딥메트릭스를 설립했다. 회사는 3년 연구개발 끝에 ‘인공호흡 자율주행 AI’를 개발했다. AI는 중환자의 산소포화도와 혈액 검사 결과 등을 기반으로 인공 호흡과 관련된 변수들을 직접 조절한다. 말 그대로 인공호흡기가 스스로 작동하도록 하는 AI이다.
의료진은 중환자실(ICU)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환자 상태를 살펴보고 분당 호흡수나 흡기-호기 비율, 호흡 압력 등을 일일이 수동으로 조절한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자칫 위독한 환자를 놓칠 수 있다.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제때 조절하지 않으면 심한 경우 저산소증에 빠져 뇌사가 올 수도 있다.
송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해외 유학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박사후연구원과 구글 본사 연구원을 거쳐 2017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송현오 대표를 인터뷰했다. 송 대표는 “중환자 의료 현장의 문제를 강화학습 자율주행 AI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며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상호 작용으로 환자 상태를 개선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강화학습은 반려견에게 특정 행동을 계속 설명하기보다 우연히 그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나 먹이 같은 보상을 주는 훈련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AI도 기계학습과정에서 우연히 상황에 맞는 결과를 냈을 때 보상을 하면 스스로 답을 찾는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할 때 강화학습법을 이용했다. 송 대표는 “AI가 대량의 데이터에 존재하는 패턴을 기계학습과 수리통계적 분석을 거쳐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딥메트릭스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4243일 동안 입원한 228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 자율주행 AI를 검증했다. 중환자실 임상데이터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환자에게 자동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AI는 지금까지 딥메티릭스만 개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허가한 사례도 아직 없다. 딥메트릭스가 FDA 인허가를 거쳐 상업화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가 된다.
송 대표는 “개발까지 약 3년이 걸렸고, 연구개발 결과를 담은 논문을 최고 저널(학술지)에 곧 제출한다”며 “미국 특허 출원 절차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당면 목표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는절차를 밟으면 FDA 제품 인허가까지 1년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시장 전망은 밝다. 송 대표는 “딥메트릭스가 개발한 인공호흡기 자율주행 AI를 통해 중환자의 안전을 높이고, 병원은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인공 호흡 부작용만 줄여도 환자 회복이 빨라져 입원 일수를 줄일 수 있고, 병원은 병상 회전율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건당국 통계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간 호흡기 치료를 받는 중환자 수는 62만명 규모다. 연간 인공호흡기 관련 합병증 발생 건수는 21만1200건이다. 중환자실 입원당 평균 환급액은 3만1547달러이고, 인력 부족에 따른 중환자실 재원 기간 증가량은 32% 수준이다. 송 대표는 “AI 기술을 적용하면 환자당 하루 6700달러(약 915만원)를 절약할 수 있어, 미국 전체 병원에서 연간 40억 달러(약 5조원)의 추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은데, 인공호흡기를 선택한 이유는.
“서울대병원 교수님들과 만나면서 중환자 의학 분야에서 특히 AI 기술 접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의사들은 중환자실에서는 반복 작업을 많이 하는데 AI가 더 잘 도와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인공호흡기다. 인공호흡기는 인체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시켜 주는 폐의 역할을 대신하는데, 늘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보면서 인공호흡기에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시시각각 조절해야 한다. 의사가 봐야 할 환자가 너무 많고 밤에는 전문의가 아니라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이 맡는다. 딥메트릭스가 개발한 인공호흡기 자율주행 AI는 중환자의학 전문의 수준으로 인공호흡기를 조절하도록 제안할 수 있다.”
–AI의 개발 과정에서 병원들과 어떤 협업을 해왔나.
“2020년 초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중환자실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AI 기계학습을 끝내고 지난해 메이요 클리닉에서 진행하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메이요 클리닉은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의료 산업 표준에 맞춰 AI 기술을 검증하고 임상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딥메트릭스는 지난 3월 말 해당 프로그램을 마쳤다. 메이요 클리닉에 입원했던 중환자 데이터를 제공받아 우리 AI의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도 마쳤다.”
–미국 의료기관들의 평가는 긍정적인가.
“그렇다. 메이요 클리닉은 계속 연구개발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임상시험 전 단계로 병원 시스템에 딥메트릭스가 개발한 AI를 적용해 잘 작동하는지, 중환자실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조작한 기록과 AI가 수행한 기능을 비교하고 환자 사망률과 입원 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메이요 클리닉 외에도 코넬 웨일 대학병원 중환자의학 전문의, 뉴욕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교수진과 함께 논문 작업도 하고 있다.”
–현재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나.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데이터 검증 결과와 작년부터 지난 3월까지 메이요 클리닉에서 검증한 결과를 취합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곧 제출한다. 미국 특허 출원 절차도 밟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정식 신청서를 제출 하기 전에 논의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를 위한 서류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국과 미국에서 딥메트릭스가 개발한 AI 제품의 인허가를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병원은 효용 가치가 충분해야 새 기술을 받아들인다.
“미국 의료체계는 일종의 의료비 정액제인 포괄수가제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3일 이상 단 경우 병원은 평균 3만1000달러를 환급받는다. 입원 기간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는 얘기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의 입원 일수를 줄일 때마다 경제적 이득이 발생한다.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3일 이상 입원 중인 중환자당 하루에 드는 비용이 인건비를 제외하고 평균 6700달러다. 병원에 있는 기간을 이틀 줄이면 환자 한 명당 1만 4000달러의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메이요 클리닉에서 3일 이상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가 연간 1만명 정도 되는데 계산을 해보면 AI로 연간 6200만 달러 정도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대표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남은 임상시험을 통해 딥메트릭스 AI의 성능과 효능을 실제로 입증해 병원에서도 안 쓸 이유가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또 회사에 투자해 주신 분들과 투자해 주실 분들에게 최대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주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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