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과학기술로 제작된 문화재 도시, 원자력 산업도시로 발전은 숙명" [미래형 원전포럼]

김정혜 2024. 5. 1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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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영 경북 경주시장 인터뷰
차세대 원전 개발 문무대왕연구소 준공
국내 유일 SMR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
원전 설계부터 수출까지 전 주기 구축
APEC 정상회의 유치로 기업 투자 유치

신라 천 년의 수도이자 역사 문화 도시 경북 경주시가 원자력 산업 중심지로 변신하고 있다. 총 6기의 원전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형원전(SMR)을 연구하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원전 해체기술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중수로해체기술원 등 원전 산업의 전 주기를 갖춘 유일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일보가 '차세대 원자로와 경북의 미래'를 주제로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는 '2024 미래형원전포럼' 에 앞서 주낙영(63) 경주시장을 만나 SMR 국가산업단지 최종 후보지로도 선정된 '미래 원자력 도시'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주낙영 경북 경주시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SMR을 떼 놓고 경주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주시 제공

_경주시가 원전 산업을 소개할 때마다 SMR을 강조한다. 왜 SMR인가.

“기존 원전에서 가열된 원자로를 식히려면 냉각수가 필요해 바닷가나 강가 근처에 지어야 하지만 SMR은 자연 순환이나 공기로 냉각할 수 있다. 기자재 크기가 작아 설비 이동과 조립이 쉽고 건설 공사 기간도 짧다.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원전 강국들이 앞다퉈 SMR 개발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주시 감포읍에는 SMR 연구개발의 요람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내년에 들어선다. 문무대왕연구소는 국비 2,700억 원 등 총 6,540억 원이 투입돼 연구시설 16개동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 2030년에는 경주시 문무대왕면 동경주 IC 일대에 부지 면적 150만㎡ 규모로 SMR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경주가 SMR을 빼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_SMR 국가산단 건설은 어느 단계인가.

“지난해 3월 경주시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고 사업시행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정돼 사업타당성조사 용역 과정이 진행 중이다. LH와 기본협약을 체결하기 전 상세 사업비를 산출하고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다. 2026년에는 반드시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하겠다.”

_SMR 국가산단 조성에 어려운 점은 없나.

“SMR 산업생태계가 초기 단계이다 보니 기업들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28년 SMR 개발이 마무리되고 관련 법령과 안전규제 체계가 구축되면 기업투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은 SMR 개념이 완성되는 순간부터 마케팅을 시작했고 인허가 신청도 안 했는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SMR 관련 기업에 투자했을 정도다. 산업생태계가 속히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_경주시의 원전 관련 기구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할 전략이 있는가.

“경주의 원전 기관들은 SMR 연구개발, 4차산업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기술개발,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원전 해체기술 고도화 등을 담당한다. SMR 국가산단에는 원자력과 전력, 원전 해체 등 핵심 23개 업종과 그린에너지, 소재부품, 전기설비 등 29개 연관 업종이 입주한다. 이들 기관들이 차질 없이 준공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일대에 건설공사가 한창인 국내 최대 원자력 연구단지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설 현장. 경주시 제공

_월성원전 1호기를 해체하면서 2∙3∙4호기는 운전 연장이 되고 있다. 경주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1호기 해체는 공청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2∙3∙4호기는 설계수명이 각각 2026년과 2027년, 2029년에 만료돼 계속 운전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경주시는 시설물 해체나 계속 운전을 하더라도 방사성 물질 누출이 없도록 월성원자력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해체 과정 등에 지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도록 주문하고 있다.”

_경주는 지진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2016년 규모 5.8 강진에도 월성원전 구조물과 설비에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도 월성원전은 내진설계를 규모 7로 보강했다. 경주시는 환경방사선 감시시스템을 30곳에 구축해 실시간으로 월성원전을 점검하고 있다. 시민 안전이 최고의 가치다.”

_문화재 도시라는 정체성과 미래 원자력 도시라는 비전이 어떻게 어울리나.

“경주는 국보 31개, 보물 102개, 사적 79개가 있어, 노천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성대나 인공석굴인 석굴암, 대릉원, 성덕대왕신종 등 신라 유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도 구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과학 기술로 제작됐다. 경주에 문화재가 지천에 깔린 것도 신라가 당대 최고의 과학, 건축, 조각, 주조기술을 보유한 덕분이었다. 경주야말로 국가 미래를 책임질 SMR 산업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역사적 숙명까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며 바다에 무덤을 만든 문무대왕의 호국정신으로 원자력 산업을 키우겠다.”

주낙영(63) 경북 경주시장이 경주시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_원자력 도시 경주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에 공들이는 이유는.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21개 회원국의 각 정상뿐만 아니라 경제와 산업, 무역 등 각종 학회나 기업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내년에 한국서 열리는 정상회의는 APEC이 지향하는 무역투자 자유화와 혁신 디지털 경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원자력 기업 유치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울산과 포항, 구미 등 인근 도시에도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가장 한국적이지만 비즈니스 국제회의에 적합한 도시인 경주에서 개최해야 한다.”

경주=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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