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증원 반대’ 여론전, 정부 맞대응 자제

오경묵 기자 2024. 5.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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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르면 16일 집행 여부 결정
12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이번 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계는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뉴시스

오는 16일쯤으로 예상되는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판단을 앞두고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맹렬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의 허점을 공격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법원이 문제없다고 판단하면 의료계가 아무리 반발해도 입시 일정상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를 자극하지 않겠다며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1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고법에 의대 증원 정책의 근거가 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및 그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록,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심) 회의 결과 요약,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자료, 기사 등 49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 증원 규모로 2000명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지난 2월 6일 보정심 회의록뿐이다. 의료계에서는 증원 규모가 졸속으로 정해졌다는 근거라고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보정심에서 숫자가 처음으로 제시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의료계는 증원이 필요없다고 하는데,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지 않느냐. 2000명은 여러 단계를 거쳐 도출된 숫자”라고 했다.

정부 제출 자료 목록은 정부가 아닌 의사 단체 소송 대리인단이 공개했다. 의료계는 배정심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배정심은 교육부가 2000명 의대 증원분을 각 대학에 배정하기 위해 지난 3월 만든 비공개회의 기구다. 의료계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인사들로 구성해 증원분 배정을 근거 없이 했다”고 주장하며 명단 공개를 요구해왔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익명을 전제로 소속 등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 제출 자료에서 ‘익명 명단’은 끝내 빠졌다. 복지부 측은 본지 통화에서 “익명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그렇게 해도 신원이 특정되는 경우가 이전에 있었다”며 “결국 위원 보호를 위해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 단체 소송 대리인단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겼다. 또다시 대국민 사기를 쳤다”고 반발했다.

법원 제출 자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개혁과 관련해 발언했던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의사 단체 소송 대리인단은 입장문에서 “군부 독재 정권 시절도 아니고 대통령 말씀이 과학적 근거냐”고 날을 세웠다.

의료계의 비판에도 정부는 ‘조용한 대응’ 기조다. 정부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받기 위해 충실하게 자료를 제출했다”며 “재판 중인 상황에서 여론전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법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의료계는 내주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에 앞서 여론전을 이어간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2000명 증원 과학성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 40명 안팎을 투입해 정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한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 면허 의사에게 국내 진료를 허용하는 정부 방안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0일까지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지부 홈페이지의 입법예고 페이지에는 이날 오후 10시 기준 1222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 가운데 1103개가 반대 입장이었다.찬성은 39건에 그쳤고, 기타가 80건이었다. 다만 댓글에 달린 의견을 정부가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입법 예고에 대한 의견을 공식 제출하는 통로인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도 161개 의견이 접수됐는데,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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