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심판 재량’ 재발 방지, 제발…

김은진 기자 2024. 5. 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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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억울한 ‘스리피트 판정’…KIA, KBO에 공문 보낸 진짜 이유
KIA 이범호 감독(오른쪽)이 지난 10일 광주 SSG전에서 8회초 SSG 타자 주자 에레디아의 스리피트 위반 수비방해 여부를 심판진에게 문의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지난해 6월16일 광주 KIA-NC전에서 KIA 주자 신범수가 번트를 대고 1루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고 있는 가운데 NC 투수 류진욱(파란 원)이 무릎 꿇은 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지난해 7월13일 광주-삼성전에서 KIA 투수 양현종이 송구를 시작하는 시점, 1루수 최원준과 사이에 주자 피렐라가 거의 일직선상에서 1루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자 양현종이 왼쪽으로 몸을 기울여 던지려 하고 있다. 지난 10일 광주 KIA-SSG전에서 SSG 타자 에레디아(빨간 상의)가 스리피트 구역을 벗어나 잔디 위로 달리는 가운데 KIA 투수 전상현이 1루로 송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SBS스포츠 중계화면·KBS N스포츠 중계화면·티빙 중계 화면 캡처


10일 SSG 에레디아 명백한 위반에도 세이프 판정
KIA, KBO에 해명 요구 공문 발송 ‘초유의 사태’


지난해 6·7월 일관성 없는 수비방해 판정 논란 후
‘규정 세분화’ 발표했지만…변화없는 KBO 대책 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7월20일 “스리피트 라인 관련 규정을 세분화한다”며 “2023년 후반기부터 주자의 주루가 명백히 수비(송구 또는 포수) 방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에도 수비 방해로 선언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야구규칙에는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스리피트 라인의 바깥쪽 또는 파울 라인 안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했다고 심판원이 판단했을 경우 아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서 판정 논란이 잇따른 데 대해 KBO가 내놨던 대책이다.

짧은 시간 사이에 몇 번의 판정 논란이 발생했고 특히 KIA가 6월16일 광주 NC전과 7월14일 광주 삼성전까지 2차례 연속 공·수 입장이 바뀐 채로 이상한 판정을 불리하게 적용받아 논란이 되자 KBO가 일주일 만인 7월20일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KBO는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명확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더 혼란이 일었다. 뭐가 달라진 건지 전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KBO 설명에 현장에서 대부분은 “어쨌든 심판 재량으로 판정한다는 것만 더 명확히 한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초유의 ‘공문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0일 광주 KIA-SSG전에서 2-2로 맞선 8회초 1사 1·2루 SSG 에레디아가 스리피트 라인 안쪽으로 달렸고, KIA 투수 전상현이 타구에 발을 맞고도 잡아 1루로 송구했으나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에레디아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스리피트 라인 안쪽의 잔디를 밟으며 뛰어갔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원심이 유지돼 세이프 처리됐다. “세분화해서 더 명확하게 보겠다”던 KBO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1년 사이 3번이나 같은 일을 겪자 KIA는 지난 11일 오후 구단 주체의 공문을 KBO로 발송했다. 너무도 명백한 스리피트 위반 행위로 투수와 1루수가 수비 방해를 받았는데 왜 세이프인지 근거를 요구했고, 플레이 발생 시 김성철 주심이 한쪽 손을 들어 라인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은 스리피트 위반 지적이 아니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설명해달라 요구했다.

이범호 감독은 물론이고 KIA 최고참 선수인 최형우도 인터뷰를 자청해 반복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자가 엄연히 방해해서 제대로 던지고 받질 못하는데 자꾸 세이프 판정을 준다면, 주자를 맞혀야만 수비 방해로 인정해줄 것이냐는 선수들의 항변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스리피트 라인 위반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벗어나지 말라고 그라운드에 분명히 선이 그어져 있는데, 벗어나더라도 아웃 여부 결정은 심판이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심판이 잘못 판단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오심 논란의 가능성을 매우 크게 품고 있는 규칙이다. 심지어 이 스리피트 수비 방해 영역에서 유난히 상식을 벗어나는 오판 사례가 계속 나온다. 판단의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KIA는 10일 경기에서 아웃/세이프 여부와 스리피트 위반 수비 방해까지 두 가지를 동시에 비디오 판독 요청했다. 상황 발생 직후 그라운드에 나갔던 이범호 KIA 감독이 스리피트 위반 수비 방해 여부에 대해 먼저 문의했으나 심판이 뚜렷하게 답을 해주지 않자 이에 대해서도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 것이다. KBO는 ‘심판 재량’이라고 강조하는데 심판이 현장에서 수비 방해다 아니다조차 소신있게 설명해주지 못해 비디오 판독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문제의 근원을 보여준다.

지난해 “규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면서 문제의 핵심을 피해갔던 KBO는 이번 판정 역시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판정이 번복될 리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KIA가 공문까지 발송한 것은 유독 억울한 판정을 연속해서 받은 데 대한 항의가 아니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게 제발 정리 좀 해 달라는 요청이다. KIA가 보낸 ‘공문’의 의미를 KBO는 잘 이해해야 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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