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정부의 네이버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조선일보 2024. 5. 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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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부당한 조치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일본 정부가 개인 정보 해킹 사건을 빌미로 지난 3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행정지도를 내렸을 때부터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어야 했지만 방치하다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만들었다.

네이버와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 일본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는 일본 정부 행정지도를 지렛대 삼아 네이버에 지분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채널이 없는 네이버로선 대응이 버거운 상황이었다. 한국 정부가 관망하는 동안,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측은 네이버 지분 인수 협상을 공식화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네이버 출신 한국인 이사를 해임하는 등 ‘네이버 밀어내기’ 전략을 착착 실행해가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을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만들어 놓고도 지배권을 잃게 될 처지가 됐다.

그래픽=백형선

이런 결말은 정부와 네이버가 제각각 따로 놀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었다.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한 몸처럼 움직인 데 반해 우리는 변변한 소통 채널조차 가동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며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고, 정부는 네이버의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했다. 경쟁국들이 긴밀한 공조 체제로 산업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과 대조적이다. 넷플릭스 인터넷망 이용료(미국), 틱톡 강제 매각(중국), 르노의 닛산 지배(일본) 등에서 볼 수 있듯 경쟁국들은 자국 기업의 이익이 침해당할 때 지체 없이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해 방어에 나선다. .

이런 와중에 야당은 라인야후 사태를 정치 쟁점화하며 반일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네이버에 행정지도를 내린 일본 총무상이 대한제국 침탈의 주역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임을 지적하며 “이토의 손자가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이란 글을 올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정부의 대일 굴종 외교를 문제 삼겠다며 독도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감정적 반일 몰이는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 기업, 정치권이 긴밀히 공조해야 국익을 극대화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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