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주연 발레리나 서희 “해마다 줄리엣役 맡아 내공 쌓았지만… 할수록 질문 쌓여”
11년 만에 국내무대 올라 환상적 연기
첫 등장부터 유려한 발놀림으로 주목
한 치 흐트러짐 없는 몸의 언어 선보여
객석 “서희는 역시 서희” 감탄사 연발
“창단 40주년을 맞아 자주 보여드리지 못하는 대작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서희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단(ABT) 공연 일정이 바빠서 한국에서 공연한 게 오래됐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며 “뉴욕에서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 관객에게 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부터 매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며 줄리엣 역에 대한 내공이 쌓였지만 하면 할수록 질문이 많아지는 역할 같다”고 덧붙였다.
총 5회 공연 중 두 차례(개막·폐막) 무대에 오른 서희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 온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계적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는 아무나 될 수 없음을 차원이 다른 춤과 연기로 증명했다. 첫 등장부터 유려한 발놀림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더니 가장 마음에 들면서도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한 ‘발코니 파드되(남녀 무용수의 2인무)’에서도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유니버설발레단 간판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입단한 이유림도 줄리엣 역을 맡아 각각 수석무용수 이현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로미오 역)와 함께 서희·다니엘 카마르고 짝과는 또 다른 느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줬다. 머큐쇼, 티볼트, 패리스, 캐퓰릿 영주 부부, 거리의 여인 등 조연을 비롯해 가면무도회와 칼싸움 장면 등에서 역동적인 근무를 한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도 돋보였다. 다만 커튼콜 때 공간 제약 탓으로 보이긴 하나 일부 주·조연 무용수만 나와 인사하고 박수받는 건 아쉬웠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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