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 끊으면 어쩌지→ABS에 고맙네요" 강백호에 156㎞ 쾅! 곽빈, 8연승 견인 '에이스의 품격' [잠실 현장]
곽빈(25·두산 베어스)이 두산의 8연승 질주를 이끌었다. 곽빈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7구를 던지며 3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이 일찌감치 대량 득점에 성공했고 무난히 승리를 지켜내며 곽빈은 시즌 3승(4패) 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ERA)도 4.30에서 3.81로 낮췄다.
4회까지 단 2피안타에 그칠 만큼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속구 최고 시속은 156㎞에 달했다. 5회 위기도 잘 극복했다. 황재균과 김건형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도 볼넷 2개와 안타 하나를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는데 얄궂게도 동갑내기 강백호를 만나 2루수 뜬공을 유도하며 불을 껐다. 6회엔 삼자범퇴로 가볍게 마치며 올 시즌 2번째 무실점 경기를 완성시켰다.
KT와 주말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두산은 24승 19패로 4위 LG 트윈스와 승차 없는 5위가 됐고 공동 2위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를 0.5경기 차로 맹추격했다. 이제 선두권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곽빈이 공격적인 투구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선발투수의 역할을 100% 해냈다"며 "묵직한 속구는 물론 낙차 큰 커브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효율적으로 섞어 쓰는 영리한 투구가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연승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곽빈은 "당연히 기분이 좋고 승패를 떠나 내 승리가 없어도 선발 투수의 역할만 제대로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백호와는 고교 시절부터 많이 붙어봤고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절친한 사이다. 5회 이날 가장 큰 위기 상황에서도 강백호를 완벽히 제압해냈다.
경기 후 곽빈은 "5회 때는 KT 하위 타선이었는데 너무 쉽게 들어가려다 보니까 갑자기 밸런스도 안 맞고 내 자신을 혼내야 되는 시점이었다"며 "2아웃을 잘 잡아놓고 연속 출루를 내줘서 그게 오늘의 가장 마이너스였지 않을까 했는데 (강)백호 타석 때 밸런스가 잡혀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맞대결을 앞두고도 가벼운 신경전이 있었다. 곽빈은 "백호와 어제 우천취소 돼 잠깐 봤는데 내가 '체인지업만 계속 던지겠다'고 했는데 백호도 '계속 헛스윙 해줄게'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힘 대 힘으로 한번 붙어보고 싶어서 1회에 그렇게 세게 던졌던 것 같다. 워낙 백호도 레벨이 높은 선수니까 조심스럽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8연승을 이끈 핵심 투수지만 지난해엔 11연승 뒤 곽빈 차례에서 끊긴 적이 있다. "그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엄청 분위기도 좋고 형들도 정말 잘해줘서 연승 중인데 저만 안 끊으면 될 것 같다"며 "(연승이 이어진다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오히려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이적한 포수 김기연과 호흡을 맞춰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었다. 특히나 커브로만 삼진 6개를 잡아냈는데 곽빈은 "(양의지와) 리드 차이야 당연히 세부적으로 가면 있겠지만 저는 항상 포수를 신뢰하는 편이라서 자신 없는 것 빼고는 다 던진다"며 "오늘은 고개를 좀 흔들었던 것 같은데 흔들자마자 안타를 하나 맞아서 기연이 형 말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편하게 잘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의 덕도 톡톡히 봤다. 곽빈은 "오늘은 ABS에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포수가 바깥쪽에 있다보니까 저도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스트라이크가 됐다. 어떻게 보면 공정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울 알칸타라가 빠진 상황에서 곽빈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2020년 20승을 거두고 해외 진출을 했던 알칸타라는 지난해 돌아와 13승 9패, ERA 2.67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올 시즌 초반에도 5경기에서 1승 1패 ERA 2.30으로 잘 던졌으나 팔꿈치 통증 호소해 지난달 22일 말소됐다.
이후 국내 병원 세 곳에서 염좌 진단을 받았으나 자신의 주치의에게 직접 검진을 받겠다고 해 구단의 배려 속에 미국을 다녀왔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염좌였다.
다시 돌아온 뒤 이제야 훈련을 재개했고 로테이션에 복귀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알 수 없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새로 보고 받은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답답함이 커지는 상황이기에 곽빈의 꾸준한 활약이 더욱 반갑게 느껴질 수밖 없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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