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뉴진 스님
“오빠 몇살? 관세음보살!”
클럽 전자음악(EDM) 리듬에 맞춰 부처님의 가르침을 샤우팅하는 DJ ‘뉴진 스님’(개그맨 윤성호)의 ‘힙한’ 불교 공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4일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그가 EDM에 불경을 리믹스한 음악 ‘부처 핸섬’을 틀고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 핸섬!”을 외치자 장내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의 EDM 난장(디제잉) 영상을 공유한 소셜미디어에서는 “무교인도 가고 싶어지는 박람회” “무교지만 따라 외친다. 극락왕생!” 등 후기가 줄을 이었다. 승려복을 입고 춤을 추는 뉴진 스님은 윤성호씨의 ‘부캐’(부캐릭터)다. 걸그룹 뉴진스를 연상케 하는 법명 뉴진은 새롭게(new) 나아간다(進)는 의미다.
불교계는 뉴진 스님이 ‘젊은 불교’를 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며 환영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젊은이들에게 다가가서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불교계는 젊은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청년들에게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기획한 ‘나는 절로’라는 남녀 만남 템플스테이엔 20명 모집에 337명이 몰렸다. 수천년 전통의 불교가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힙한 불교’에 아직은 거부감을 느끼는 나라들도 있다. 지난 3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뉴진 스님의 공연에 대해 현지 불교계가 ‘유흥장에서 승려를 흉내 내는 것은 불경하다’며 비판했고, 현지 클럽은 오는 21일 열릴 행사를 취소했다.
요즘 종교계는 인구 감소에 탈종교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기준 종교인 37%, 무종교인 63%로 집계됐다. 20~30대 종교인구 비율은 5명 중 1명도 채 안 된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지적하듯, 인간이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신 같은 인간’이 되려고 하는 세상이다. 이런 가운데 종교가 혁신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찾는 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힙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사흘 앞둔 12일 서울 조계사 앞에서 열린 연등회에서 뉴진 스님은 다시 한 번 “극락도 락(樂)이다”를 외치며 몸을 흔들었다. “부처 핸섬!”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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