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해도 수어로 칼군무”…청각장애 K팝 아이돌 뜬다
이달 미국 수어 활용한 신곡 발표
보청기·빛과 진동·AI 도움 받아
1년반 연습 끝에 칼군무 선보이고
안무에 수어 녹여 소통 지평 넓혀
WHO “장애 편견 깨준 데 경의”
특히 수어는 이들만의 무기다. 데뷔 전 유튜브 채널에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수어로 재해석한 영상을 올리는 등 ‘노래를 보는’ 사람의 지평을 넓혔다. 세계 각국에서 ‘나도 청각장애인인데 더 이상 소외당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 완벽한 영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조차 어렵다’는 댓글이 달렸다.
최근 소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멤버들은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세계에 널리 퍼뜨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 박현진(25)과 이찬연(26)은 후천적으로, 김지석(21)은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가 왔지만 말과 소리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인공와우와 보청기의 도움을 받는다.
이들이 뭉친 건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애인 배우·모델을 위한 기획사 파라스타에서 아이돌 그룹 제작을 위해 연습생을 모았다. 이미 유튜버로 활동하던 현진을 중심으로, 서울시 장애인스키협회 선수 출신 지석과 고려대 안암병원 청능사(청력 검사와 재활 전문가)로 일하던 찬연이 각각 길거리 캐스팅과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 처음엔 모두 7명이었지만 합숙을 비롯해 총 1년 반의 고된 연습생 기간을 다 거친 건 세 사람이었다.
각자 들리는 정도가 달라 박자는 손목에 착용한 진동 메트로놈과 모니터의 빛으로 맞춘다. 무작정 연습을 통해 외워야 하는 구간도 있다. 음악방송 현장에선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서도 긴장을 풀기도 했다. 노래 부를 땐 음정을 표시해주는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았다. 메인보컬인 현진은 “소리를 낼 때 복근에 힘이 들어가는 정도로 음의 높낮이를 익혔다”고 했다. 이후 인공지능(AI)의 목소리 후보정 기술을 통해 매끄럽게 만들었다.
수어는 멤버들도 연습생 시절에 익혔다. 한국 수어, 미국 수어, 국제 수화 등 국가마다 쓰는 수어와 문법이 다른데다, 노래에 어울리는 표현법도 찾아야 한다. 멤버들이 직접 번역하기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지석은 “시각 언어인 수어를 활용한 안무는 빅오션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즐기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수어와 안무를 같이 사용하고, 기존 곡을 수어로 번역하는 콘텐츠도 자주 시도하고 싶어요.”
‘큰 바다’라는 팀명처럼 이들의 목표는 크고 깊다. 지석은 “우리의 활동을 통해 K팝이 사회적 편견을 깨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찬연도 “앞으로는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돌’이라기보다, 매력 있는 아이돌 그룹인데 알고 보니 장애가 있는 팀으로 보이고 싶다”고 했다. 해외 다양한 무대에 서는 게 이들의 목표다. 차해리 파라스타 대표는 “이달 내는 신곡도 미국을 겨냥해 영어 가사와 미국 수어로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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