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태계 육성 10조 투입... ‘소부장’ 강소기업 늘린다

권순완 기자 2024. 5. 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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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최상목(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화성의 반도체 장비 업체 HPSP를 방문해 김용운 HPSP 대표와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반도체 전 분야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10조원 이상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기획재정부

정부가 10조원 이상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팹리스(설계) 등 반도체 관련 업종 전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전쟁에 대응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 화성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소부장 기업, 팹리스, 제조시설 등 반도체 전 분야의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10조원 이상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 산업에 약 5조원 규모의 정책금융과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10조원+알파(α)’의 지원책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자금 지원 방식에 대해 최 부총리는 “(미국·일본처럼 보조금을 직접 주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재정이 들어가는 구조”라며 “재원 조달은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또는 재정·민간·정책금융 공동 출자를 통한 펀드 조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나랏빚이 늘어나는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현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는 어렵고, 저금리 대출을 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반도체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반도체 산업의 명운에 한국 경제의 명운이 달려있다”(최 부총리)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올 1분기 깜짝 성장률 등) 최근 양호한 성장 흐름은 상당 부분 반도체가 견인했다”며 “향후 안정적인 성장 여부도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제대로 올라타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도체 후(後)공정 분야에 집중될 전망이다. 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내는 공정(전 공정) 이후, 웨이퍼에서 칩을 분리해 포장(패키징)하고 조립하는 과정이다.

현재 정부는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반도체 기업들에 정책금융(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정책금융 규모는 3조6000억원가량이다. 또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용수·전력·도로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1조3000억원의 예산을 쓴다. 도합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10조원+α' 지원책이 추가되면 정부의 반도체 지원 규모는 3배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

그래픽=김의균

정부는 올해 말 종료되는 ‘반도체 세액 공제’도 연장·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은 국가전략기술 투자액에 대해 최대 35%, 연구개발(R&D) 비용은 최대 50%를 세액공제 받는다. 그러나 이 세액 공제 규정은 올해 말까지만 적용된다. 정부는 이 기한을 늘리고, 세액 공제 범위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과 세금 감면이라는 정부의 지원 방식은 기업들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미국·일본과 대비된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반도체 사업에 총 520억달러(약 71조원)를 지원하고 있고, 일본도 약 18조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이 풍부하다면 보조금까지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간접적인 지원책이 최선인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한계 내에서 모든 정책적 수단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 지원책 발표에 반도체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10일 간담회에 참가했던 반도체 습도제어 시스템 기업인 저스템 임영진 대표는 “정부가 소부장 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대규모 지원을 해준다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라며 “기존에도 일부 지원은 있었지만 이번 지원을 통해 각종 연구개발이 보다 탄력을 받고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직접 보조금 등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반도체 장비기업 임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비슷한 지원들이 있었다”며 “세액공제나 정책금융 같은 간접 지원보다 경쟁력 있는 업체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비업체 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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