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이영민-전남 이장관 '소원' 하나씩 이룬 날, '역전승' 소원은 전남 차지[부천에서]

김성수 기자 2024. 5. 12. 21: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천=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이영민 부천FC 감독과 이장관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맞대결 전 말한 소원이 각각 하나씩 이뤄졌다. 하지만 최후에 '가장 중요한 소원'인 승리를 이룬 쪽은 이장관 감독의 전남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전남은 12일 오후 7시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11라운드 부천과의 원정경기에서 4-3 역전승을 이뤘다.

두 팀은 지난 시즌 K리그2 최종전 이후로 처음 만났다. 이기는 쪽은 K리그2 5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승격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당시 경기에서 전남 발디비아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부천이 닐손주니어의 동점골과 교체로 들어와 해트트릭을 몰아친 안재준의 활약 덕에 4-1 승리를 거두고 준플레이오프로 향했다.

이영민 부천 감독도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장관 감독과 커피 한 잔 하며 당시 맞대결 얘기를 했다. 하지만 감독들은 커피와 함께 담소를 나누다가도 경기장에서 승부를 지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K리그2는 선제골에 상당히 좌지우지되는 리그다. 선제 실점을 허용하더라도 언제든 역전할 정도로 전력이 특출난 팀은 없기 때문이다. 선제 득점 여부에 따라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보이는 힘이 달라진다"며 이날 경기 선제골을 간절히 바랐다.

이영민 부천FC 감독. ⓒ프로축구연맹

한편 이장관 전남 감독에게도 소원이 있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20세 미드필더 전유상을 프로 데뷔전에 선발 출격시키며 "중요한 맞대결에서 프로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를 선발로 내세우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전유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개인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데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팀 분위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감 속에 킥오프가 이뤄졌고, 순식간에 이영민 부천 감독의 소원이 먼저 이뤄졌다. 전반 4분 부천이 전남 진영 왼쪽에서 중앙으로 패스를 풀어나왔고, 상대 박스 바로 앞에서 등진 채 바사니의 패스를 받은 루페타가 오른발 터닝슛을 골문 왼쪽 낮은 곳에 꽂았다. 킥오프 4분 만에 이영민 감독이 바라던 선제골이 터진 것. 심지어 루페타의 올 시즌 홈 첫 골이자 첫 필드골이라는 점에서 더 값졌다.

하지만 소원을 이룬 주인공은 이영민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전반 21분 부천 수비수 전인규가 전남 공격수 김종민의 머리를 맞고 떨어지는 공을 기다렸다가 처리하려는 틈을 타, '데뷔전 주인공' 전남 전유상이 가로채 부천 박스로 내달렸다. 박스 앞에 도달하자마자 오른발로 때린 전유상의 슈팅은 골문 왼쪽 아래로 들어가며 1-1 동점골이 됐다. 무려 '프로 데뷔전 데뷔골'.

양 팀 감독의 소원이 이뤄진 후, 승리를 위한 후반전 양 팀의 득점포가 또다시 불을 뿜었다. 후반 1분 전남의 오른쪽 코너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형근 부천 골키퍼가 전남 임찬울의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골문을 비웠고, 전남 조지훈이 이를 틈타 자신 앞으로 흐른 공을 왼발로 밀어넣어 2-1 역전을 신고했다. 하지만 후반 5분 전남 수비수 여승원이 부천 공격수 루페타를 박스 안에서 밀어 넘어뜨려 부천의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후반 7분 바시니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다시 2-2 동점을 만들었다.

소소한 소원을 이뤘지만, 가장 중요한 소원인 '승리'를 이루지 못하면 아쉬울 상황. 마지막 소망에 더 가까워진 쪽은 부천이었다. 후반 18분 바사니가 오른쪽에서 왼발로 올린 코너킥을 먼 포스트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지호가 노마크 상황에서 원바운드 헤딩슛으로 연결해 3-2 역전골을 터뜨렸다.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상대가 소원 2개를 이루는 걸 지켜보기만 할 전남이 아니었다. 후반 40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된 것을 전남 공격수 하남이 머리로 마무리하며 기어코 3-3 동점을 만들었다.

전남은 결국 역전당한 후 재역전으로 '승리'라는 소원을 이뤘다. 부천 정호진이 전남 발디비아의 크로스를 막는 과정에서 박스 안 핸드볼 파울을 범해 VAR 끝에 전남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후반 추가시간 8분 발디비아가 직접 오른발로 마무리해 전남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양 팀 감독의 소원이 전반전에 하나씩 이뤄진 신기한 날. 마지막 순간에 가장 중요한 소원을 이룬 쪽은 전남이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