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아마존에 웹툰마저 뺏길라”…카카오, 최대시장 일본에 집중
글로벌 사업 ‘다각화’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 선회
경쟁 치열해지는 日시장에 전력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중인 카카카오의 자회사다.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먹거리 핵심 축인 카카오픽코마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다각화’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픽코마가 유럽 사업 전면 철수라는 강수를 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성이다. 지난 2021년 카카오픽코마가 유럽 법인을 세울 당시만해도 프랑스는 유럽 콘텐츠 시장의 중심지로 전 세계 플랫폼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유럽 출판만화 시장 역시 디지털만화로 전환되는 추세에 있었다. 프랑스를 교두보로 유럽 전역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회사측 구상이었다. 카카오픽코마가 일본에서의 성공을 프랑스에서도 재현한다면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글로벌 매출 비중 확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프랑스 웹툰 시장이 당초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은 것이 법인 철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코그니티브마켓리서치는 프랑스 만화 시장이 향후 연평균 3.1%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5.1%)을 밑도는 수치다. 특히 디지털 만화(웹툰)로의 전환 속도가 둔화되는 추세다. 프랑스의 경우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때 향후 예상되는 웹툰 시장 성장 규모가 현저히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업체들이 웹툰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현지 시장이 ‘레드오션화’ 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최대 규모 만화 출판사인 프랑스 메디아파티시파시옹은 올해 초 자회사인 엘립스아니마시옹을 통해 웹툰 사업에 진출했다. 프랑스 현지 메이저 업체인 ‘픽소매거진’은 디즈니 IP를 기반으로 한 구독형 웹툰 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재 프랑스 시장에서는 델리툰, 태피툰, 포켓코믹스 등 다양한 플랫폼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들도 유럽 웹툰 시장 진입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현지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픽코마유럽이 출시한 플랫폼 ‘픽코마’는 현지에서 사용자수 100만명을 확보하고 현지 웹툰 플랫폼 앱 순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견조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수익성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카카오픽코마는 유럽 웹툰 서비스를 위해 1200만 유로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픽코마 유로는 지난 2022년 1000만 유로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프랑스 시장의 경우에는 카카오가 한국과 일본 만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특유의 콘텐츠 이용방식, 라이프스타일 등을 갖고 있어 현지화 전략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생태계 장악을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법인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시장의 달라진 성장 속도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졌고 픽코마 전체의 해외 사업 전략과 맞물려 현지 철수가 결정됐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유럽 사업에 대한 경험을 보존해 향후 글로벌 확장을 재차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 시장을 포기한 대신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웹툰 시장에 주력할 전망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일본에서 연간 거래액 1000억엔(약 9000억원)을 넘겼다.
카카오픽코마의 주력 시장인 일본에서는 빅테크가 잠재적인 플랫폼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어 긴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버티컬 리딩 코믹스(세로 읽기만화)’와 ‘아마존 플립톤’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일본에 출시했다. 일본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은 자체 웹툰 앱인 ‘R-툰’ 서비스를 개시했다.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등으로 유명한 일본 ‘슈에이샤’는 웹툰 플랫폼 ‘점프툰’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일본 유명 출판사 고단샤는 지난해 미국에서 ‘K망가’ 플랫폼을 출시했다.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웹툰 등 IP 관련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4월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에 콘텐츠 지적재산권(IP)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카카오픽코마 등 그룹사 간 IP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스토리 IP 소위원회는 계열사의 웹툰 등 콘텐츠 IP 관련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웹툰을 다루는 계열사 관계자들이 스토리 IP 소위원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와 카카오픽코마 등 계열사간 연계를 통해 글로벌 IP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시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2년 8월 설립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계속 공략할 방침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현지 웹툰 플랫폼 ‘타파스(Tapas)’와 ‘래디시(Radish)’를 인수한 뒤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다.
한편 카카오 1분기 실적에서 스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 전분기 대비 6% 증가한 2270억원을 기록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픽코마 거래액이 증가했음에도 일본 엔저 영향으로 원화 환산 매출은 줄어든 게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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