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 '특검정국' 포문 연 巨野 [野 '채 상병 특검' 파상공세]

배민영 2024. 5. 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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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거듭 시사
야권, 범국민집회 예고하며 압박 나서
여야 다시 대치… 정쟁 이슈 휩싸일 듯
野 박찬대 “실정 땐 대통령 권한 고민”
이준석 “대선까지 3년, 확실합니까”
여권의 ‘先수사 後특검론’ 적극 반박
“공수처 인력 턱없이 부족… 충원 필요”
‘전국민 25만원’ 특별법 추진도 강행
“정부 예산 편성권 침해”… 위헌 논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채 상병 특검법안’을 수용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윤석열정부를 향해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정부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법안’으로 ‘처분적 법률’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특별법을 통과시켜서라도 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협치로 가는 첫걸음으로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이 되레 강대강 대치의 문을 연 꼴이 되는 형국이다.
野 6당 용산 집결… “채 상병 특검 수용하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맨 앞)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뒷줄 왼쪽 두 번째)를 포함해 야권 6당 인사들이 두루 참석했다. 연합뉴스
야권은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며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거대 의석에 힘입은 전방위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현 정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정운영을 비교하며 “지금은 더 심각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도부 입장에서 탄핵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민들의 경고나 심판에 아무런 반응이 없고 그 절차가 누적된다면, 특정한 날에 임계치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거듭된 경고에도 실정이 계속되고 국정 기조가 회복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준 권한을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할 것이다. 국민들이 명령하고 정치권은 거기에 따른다고 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당시를 떠올리며 “야 4당은 170석밖에 안 됐는데 탄핵 찬성은 234표가 나왔다”고도 했다.

제3지대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대선이 3년 남았다는 말에 대해 “확실합니까”라고 되물어 이목을 끌었고,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를 앞세운 조국혁신당은 22대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해 대통령실을 위협하고 있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은 여야의 문제,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며 “군 복무 중이던 병사가 숨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일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날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연 민주당 등 야 6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5일 범국민 장외 집회를 열 방침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여권에서 나오는 ‘선 공수처 수사, 후 특검론’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과 검찰에 대한 감시,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제도 정비를 시급하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어 “살아있는 권력에 공수(空手)수사처가 아닌 공수처(公搜處)가 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을 비롯한 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채 상병 사건과 관련,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뒤 특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은 사실상 굳어진 모양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며 “그 입장에서 특별하게 다시 얘기할 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4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 제53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을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 요구해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취임 후 10번째 행사가 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정부 3년 차를 맞아 “민생과 대국민 소통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정쟁보다는 민생에 몰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정부 3년 차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10일 취임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국정 3년 차가 시작됐다”며 “윤석열정부 정책 방향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민생과 대국민 소통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최근 발족한 ‘민생물가 TF(태스크포스)’와 ‘전략산업 TF’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으로 중단됐던 민생토론회를 내주 재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국가재정전략회의 등을 열고 민생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야권은 채 상병 특검 외에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도 특검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판 진행 중인 조국 사태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과정상 검찰의 불법성을 따져보는 특검부터, 현재 진행 중인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한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등 ‘특검 정국’ 조성 작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의 수사 과정을 특검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법조계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상식 밖의 발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도부는 강공할 태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법원에서 유죄의 증거로 활용된 수사 결과를, 더구나 법률심인 대법원 판단만을 앞둔 사안의 수사 과정까지 특검 수사하겠다는 것에 누가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만약 당시 수사가 불법이었다면 법원이 불법 수사 결과로 실형 선고했단 것인가”라고 했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법학)는 “수사 과정의 불법성은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따지는 것이고, 법원이 종합적으로 최종 판결을 내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엄격한 증거재판주의와 증거 법칙이 있다. 본인들 스스로 재판에서 얼마든지 따져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방어권은 다 보장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의 실현을 위해 ‘처분적 법률’ 방식의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위헌이라는 정부·여당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경제를 단기적으로라도 끌어올리자는 정책이다. 민주당은 특별법에 올해까지만 쓸 수 있는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 홍익표 전 원내대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총선 승리 후 줄곧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정부에 요청해왔다.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을 지급하려면 총 13조원의 대규모 예산 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부·여당의 반대에 민주당이 ‘처분적 법률’ 방식의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헌 논란’이 점화됐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의 집행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처분적 성격을 갖는 법률을 의미한다. 추경을 하지 않아도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제소한다는 입장이다. 입법부가 헌법에 규정된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무력화한다는 취지다.

배민영·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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