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교가 힙해서”...부처님오신날 앞두고 MZ 몰린 연등회

김보경 기자 2024. 5. 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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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체험과 굿즈로 신세대 사로잡아

“중생아 사랑해” “극락도 락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2일 '2024 연등회' 행사가 서울 종로구에서 열렸다. 행사장에서 판매한 불교 문구 티셔트를 입어 보인 방문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보경 기자

12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연등회’ 곳곳에서는 ‘불교 밈(meme·유행 콘텐츠)’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젊은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최근 불교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하다’며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 열린 불교 공식 행사에도 젊은 세대가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날 오전부터 이어진 행사에는 데이트를 하러 온 젊은 커플이나 손에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촬영하거나 온라인 생방송을 하는 이들도 보였다.

불두 모자를 쓰고 코스튬을 입고 연등회에 참석한 크리에이터 강산(34)씨는 “불교 관련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면서 연등회에도 4~5번 정도 참여했는데, 올해는 이전보다 어린이와 청년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빠르고 자극적인 것에 지친 지금의 청년들에게 불교의 메시지가 잘 와닿아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서 일명 ‘깨닫다 티셔츠’로 화제를 모았던 주여진(29)씨의 부스에서는 ‘사랑아 부처해’ ‘성불Kudasai’ 등 문구가 적힌 전사지를 직접 인쇄한 티셔츠를 구입할 수 있었다. 젊은 방문객들에게 한결같이 인기를 끈 건 ‘번뇌 멈춰’ ‘극락도 락이다’ 등, ‘내면의 평화’와 ‘몰입’를 강조한 문구였다.

주씨 부스 테이블에 놓인 프린팅 문구들, 이날 인기를 모은 건 '극락도 락이다'처럼 ‘밈(meme·유행 콘텐츠)’을 변용한 표현이나 '번뇌그만' 과 같은 불교의 '몰입' 가치를 강조한 표현이었다./김보경 기자

공식 홍보 문구나 사찰에서 준비한 부스에도 젊은 방문객들이 몰렸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한초연(22)씨와 박소원(24)씨는 최근 밈으로 쓰이는 한 아이돌 그룹의 가사를 따 ‘부처이끌림’이라는 문구를 티셔츠에 인쇄했다. 한씨는 “요즘 불교가 힙하다고 입소문이 나서 이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 ‘트렌드세터(유행을 주도하는 사람)’가 될 것만 같다”고 했다.

12일 오후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의 노래 가사를 변용시켜 문구를 골랐다는 20대 방문객들이 티셔츠를 들어올려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불교박람회를 못간 아쉬움을 연등회 행사에서 달랬다"고 입을 모았다./김보경 기자

젊은 방문객들은 임종체험, 반배체험, 명상체험 등 다양한 불교 문화 체험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바닥에 요가매트를 깔고 스님의 안내 하에 절과 명상법을 체험하기도 했다. 충남 천안에서 온 노현석(29)씨는 “명상체험, 디폼블럭 키링 만들기 체험 하다보니 2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면서 “MZ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니 재밌고 좋다. 특히 “한가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중이니 이것도 수행”이라는 얘기가 재밌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동창과 방문했다는 조재희(21)씨는 “종교가 아니라 문화로써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만드는 불교에 호감을 느낀다”고 했다.

불교 대중화를 20년 넘게 고민해왔다는 태현스님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태현스님은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하는 것인데, 불교를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면서 “20년 전부터 불교 대중화에 대한 고민을 해왔는데 여태 종교는 너무 사람들을 가르치려 한 것 같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마련해주고 직접 다가와 의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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