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올해만 3곳…주가 급락에 사모펀드 운용사들 자진상폐 추진

남지현 기자 2024. 5.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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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PE)들이 인수했던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상장사에 투자했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최근 상장폐지로 선회하는 까닭은 인수 기업의 주가가 급락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부담을 선제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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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곤두박질치며 인수금융 관련 부담 커져
상장폐지가 ‘기업가치 관리에 유리’ 판단한듯
지난 2010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서울사옥 종합홍보관에서 플라스틱 보관 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이 열린 모습. 연합뉴스

최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PE)들이 인수했던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빌린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인수 기업의 주가 급락으로 자금 부담이 급증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상장 폐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자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선 상장사(관리종목 제외)는 쌍용씨앤이(C&E),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등 3곳이다. 모두 사모펀드 운용사가 경영권을 인수했던 상장사다. 지난해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 시도는 총 3건(오스템임플란트·루트로닉·에스케이(SK)렌터카)이었는데, 2건은 사모펀드 운용사가 경영권을 가진 기업이었다. 2022년에 있었던 3건의 상장폐지 공개매수 중에도 1건(맘스터치)이 사모펀드 운용사 인수 기업이었다.

상장사에 투자했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최근 상장폐지로 선회하는 까닭은 인수 기업의 주가가 급락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부담을 선제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할 때 인수 대상 기업으로부터 매입하려는 주식 지분을 금융사에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고, 그와 동시에 이 돈으로 인수 기업의 주식을 산다. 이때 금융사들은 재무약정을 통해 해당 대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조건을 설정한다. 통상 5년인 대출 기간 동안 담보로 잡은 기업의 지분 가치 대비 순차입금 규모(LTV)가 50∼80%를 넘지 않을 것,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순차입금 대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인수 이후 주가가 급락해 엘티브이가 약정한 수준을 넘기게 되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돼 대출 금융회사가 조기 상환이나 담보 보충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약정 수준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인수 당시에 일으켰던 대출을 연장·차환(리파이낸싱)하는 시점에 원금 일부 상환이나 더 높은 대출 금리 등 각종 추가 비용을 져야 한다.

오는 14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락앤락도 주가 급락으로 인한 인수금융 관련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경우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스파트너스는 2017년 8월 락앤락 인수 당시 인수 지분 전량을 담보로 인수자금의 약 절반(3234억원)을 차입했다. 계약상 엘티브이는 약 50% 수준으로 알려졌고, 이자는 연 4.2%였다. 그런데 대출계약(2017년 12월) 당시 3만원대이던 락앤락 주가가 2022년 10월께 5천원대까지 추락한 탓에 어피너티는 만기 때 600억원을 우선 상환하고 금리를 연 9%까지 올려 대출을 연장했다. 쌍용씨앤이와 커넥트웨이브도 한앤컴퍼니와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을 일으켰던 때에 견줘 10일 기준 주가가 각각 60%와 20%가량 떨어진 상태다.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입장에선 향후 자산 매각과 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 변동에 따른 비용부담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도 자진상폐의 이유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사모펀드 운용사 사이에서 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이점(자본조달 편의성 등)이 비용 대비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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