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국민 25만원 반드시 관철"… 與 "악성 포퓰리즘일 뿐"
특별법이 예산편성권 침해땐
"위헌 가능성 지배적" 평가
법 통과돼도 거부권 불가피
헌재 권한쟁의 청구도 검토
경기 부양 효과도 회의적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25만원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자, 정부·여당이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여당 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 등이 대응 조치로 거론된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 특별조치법이 '처분적 법률'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의 집행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처분적 성격을 갖는 법률인데 매우 제한적 조건에서만 허용된다. 야당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정부가 반대하자, 우회로를 찾고 있는 셈이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54조는 정부에 예산편성권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대해 심의하고 감액할 권한을 가지지만 추가적인 예산이나 비목을 요구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삼권분립의 취지를 봤을 때 정부의 동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비목 편성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회의 과도한 재정 집행 요구는 정부 권한 침해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고, 위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해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는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서민 금리 부담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국민 지원금 등 재정 투입 확대→국채 발행→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은행 조달 비용 증가→대출 금리 상승→서민 원리금 부담 가중' 등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314만명의 대출 잔액은 1043조원인데,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은 7조2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230만원씩 뛰어오르는 것이다.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서민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의 재정 정책은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물가를 교란시킬 수 있는 대규모 내수 진작 정책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온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런 식의 입법이 허용된다면 헌법이 보장한 정부의 예산편성권, 국회의 증액에 대한 정부의 동의권은 무력화되고 만다"며 "국회 다수당이 언제든지 이런 입법으로 자기들 마음대로 선심을 쓰고 국가 재정을 거덜 내는 다수의 횡포를 부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특유의 악성 포퓰리즘으로 나온다"며 "민주당의 노림수는 '우리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드리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방해로 못했다'고 정부·여당을 비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108석을 갖게 된 국민의힘으로서는 거대 야당의 독주를 저지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까지 내주면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현재로선 민생회복지원금 발의안이 기획재정위원회로 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민주당 상임위원장이 있는 곳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소상공인 지원 목적이라고 규정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보낼 수도 있고, 복지 차원에서 보건복지위원회로 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행정부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총 9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 양곡관리법 등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정훈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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