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우량주 장기투자’는 옛말... 초단타 매매로 주도세력 바뀌었다
‘한국인은 단타, 외국인은 장기 투자’
우리 주식시장 투자자에겐 이런 통념이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중 최근 들어 초단타 매매 세력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12일 나왔다. 외국인은 연기금·은행·보험 등이 주류여서 시가총액이 큰 우량주를 장기 투자한다는 통념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한국증권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외국인 주도 세력의 투자 전략 변화: 가치 투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이란 논문에 나온 결과다. 논문 저자인 우민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팀장, 엄윤성 한성대 교수는 2005~2022년 사이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코로나 발발 등 주요 사건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눈 뒤 구간별로 주식시장 거래 대금 상위 10개 외국인 계좌를 뽑아 분석했다.
2005~2008년 상위 10개 외국인 계좌에선 하루 평균 120종목 미만이 거래됐다. 그런데 이 계좌들은 이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2012~2016년 하루 평균 1000종목 이상을 거래하는 계좌 4개가 상위 10위권에 등장했다. 이 계좌들이 이후 거래 대금 상위권을 유지했다.
상위 10개 외국인 계좌의 매매 종목 시가총액도 시간이 갈수록 감소했다. 상위 10개 계좌 거래 종목의 시가총액을 단순 평균했더니, 2005~2008년 8조7100억원쯤에서 2020~2022년 2조2200억원쯤으로 확 줄었다.
연구진은 “외국인 주도 세력이 교체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상위 10개 계좌의 거래 종목 수가 소수 우량주에서 다수 종목으로 확장됐고 거래 종목들의 시가 총액도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말은 ‘가치 투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투자’로 주도 세력이 변경됐다면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했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는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으로, 종목의 초단기 움직임에 집중, 다수 종목에 투자하는 매매 방식이다. 연구진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유럽에서 HFT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뒤 HFT에 우호적인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선행 연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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