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경제 불확실성 속 한은의 역할

2024. 5.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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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높아진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고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점차 경기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지난 2년간 정책금리를 계속 올렸고, 2023년 7월부터는 5.25~5.5%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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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금리인하 유보했지만
노동시장 냉각 등 고민 커져
한은 선제 인하는 어렵지만
시장 혼란 높은 시기일수록
통화정책 운용능력 보여줘야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높아진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차입비용을 높여 소비, 투자 등 총수요를 억제하고 기대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을 낮춰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그런데 이제는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졌는데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리 변화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고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점차 경기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의 시기를 고민할 시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지난 2년간 정책금리를 계속 올렸고, 2023년 7월부터는 5.25~5.5%를 유지하고 있다.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의 전년 대비 9%를 정점으로 3%대로 점차 안정됐다.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졌지만, 연준은 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연준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의 이중 목표로 한다.

연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하고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측정하는 지수인데, 지난 3월 전년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는 아직 높은 수준이다. 고용 시장과 실물 경기는 계속 양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2일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현재 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최근 지표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열기는 식고 있다. 4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은 예상보다 작았고, 평균 임금 상승률은 2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더 가속되면 연준은 늦어도 9월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방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연준과 달리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의 단일 목표로 한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2021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올렸고, 2023년 1월부터 3.5%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의 전년 대비 6.3%를 정점으로 올해 4월 2.9%로 낮아졌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지만 아직 목표치인 2%보다는 높고, 서민이 체감하는 생필품 물가상승률은 3.5%에 달한다. 반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의 '깜짝 성장'을 했다. 내수가 증가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수입 물가도 오른다.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고금리가 지속되면 소비와 투자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부채가 많고 취약한 중소기업과 가계의 금리 부담이 쌓이고 연체가 늘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중앙은행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예측 능력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선제적으로 결정하고, 경제 주체들과 소통하며 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을 때일수록 중앙은행이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부정확한 정보로 정책 방향을 제시한 후에 다시 말을 바꾸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며 경제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높인다는 비판이 있다. 통화정책 운용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계 경제는 아직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고금리와 고물가,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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