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에 30년 매진 … 빅5급 수술 성과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5. 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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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강남성심병원 두경부암센터
고난도 수술 연간 80건 넘어
이 분야 '4차병원'이라는 평가
여러 과 협진 시스템 우수
정교한 절제술로 재발률 낮추고
탄탄한 재건술로 만족도 높여
김진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두경부암 3기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난해 두경부암 진단을 받은 A씨는 빅5를 포함한 대형 병원 8곳에 수술을 문의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두경부암은 암 부위 제거와 피부 조직 재건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다루기 까다롭다는 게 이유였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그가 찾은 곳은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었다. 10시간 넘게 이뤄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 A씨는 항암치료를 이어가며 순탄히 회복하고 있다.

3차병원 쏠림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2차병원이 암 치료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경부암 전문센터를 운영 중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다.

한림대의료원은 두경부암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1990년대부터 전문클리닉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현재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12일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 따르면 이곳에서 실시되는 두경부암 수술은 연평균 150건 안팎이다. 국내 병원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많은 수치다. 단순 침샘절제술 등을 제외한 고난도 두경부암 수술은 연간 80건 이상 이뤄지고 있다.

두경부암이란 코, 구강, 안면, 후두, 식도 등 쇄골 상부와 인두 이하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일컫는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고 5년 생존율이 50%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가 꼽힌다. 목소리가 2주 넘게 쉬었거나 입안 염증으로 출혈 혹은 악취가 발생할 경우, 목이 붓고 혹이 만져지는 경우에는 두경부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 두경부암 치료의 선구자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30년간 이어온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의 협업이 영향을 미쳤다. 두경부는 호흡과 섭식, 발성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암 부위를 절제한 뒤 성형외과에서 해당 조직을 곧바로 재건해야 한다.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가 손발을 맞춰 한 팀을 이루지 않는 이상 수술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의료계에서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두경부암의 '4차병원'으로 불린다.

암절제술은 김진환 이비인후과 교수를 포함한 10여 명의 의료진이, 재건술은 서인석 성형외과 교수와 3~4명의 의료진이 담당하고 있다. 김 교수는 1995년부터, 서 교수는 1987년부터 두경부암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암 부위를 제거하고 2시간 이내 혈관이 정확히 문합돼야 조직이 죽지 않는다"며 "우리 병원은 성형외과가 탄탄한 재건술을 갖춘 덕분에 이비인후과에서도 도전적으로 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재건 작업은 모양보다는 기능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는데 정상 조직을 재건 부위에 단순히 옮겨놓으면 조직이 죽는다"며 "현미경 등을 사용해 0.5㎜의 혈관까지 온전히 이어야 환자가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경부암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로는 재발이 잘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통상 암 수술은 재발을 막기 위해 종양 자체뿐 아니라 주변까지 넓게 도려낸다. 하지만 두경부암은 좁은 공간에 주요 기관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위치 특성상 충분히 절제하기가 쉽지 않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환자의 70~80%가 재발한 경우다. 서 교수는 "다른 암들은 안전 범위를 5~10㎝ 정도 두는 데 반해 두경부암은 1~2㎝ 남기는 것조차 어렵다"며 "일례로 혀의 경우 30% 이상 잘리면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도록 밀어주는 기능을 잃게 되는데, 이를 막으려면 29.9%까지만 정교하게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안전마진을 최대치로 확보한 상태에서 잔여 암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암 재발률이 낮은 편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의 목표는 의사 몇몇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는 두경부암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비인후과·성형외과 외에 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영상의학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을 강화하고 전문의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의료진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해서는 늘어나는 환자들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전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4346명이었던 두경부암 환자는 2020년 5666명으로 10년 새 30% 증가했다. 김 교수는 "다학제 진료로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이들이 수술 후 재활치료까지 한번에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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