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최전방 … 우리가 치료 안하면 누가 하겠냐"

세브란스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
전공의 이탈에도 시술 18% 늘려

전공의 이탈 직후 급감했던 대형 병원의 시술·입원진료 건수가 다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대란으로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는 의대 교수가 많아졌지만, 이와 동시에 위급한 환자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교수도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서 지난 4월 시행한 중재시술 건수는 195건으로 전월(166건)보다 17.5% 증가했다. 앞서 지난 2월 전공의 이탈로 시술 건수가 절반가량 줄었지만 예년 수준을 조금씩 회복하는 모양새다. 심장내과 일부 병동의 병상 가동률도 3월 57%에서 4월 68%로 올랐다.

심장내과는 급성심근경색, 협심증, 동맥경화, 심부전 등의 심장혈관질환을 다루는 곳이다. 진료과목 특성상 응급·중증 환자가 많은 편이다. 심장내과에서 실시하는 중재시술이란 중환자의 막힌 혈관을 스텐트 삽입 등으로 뚫어주는 것을 말한다.

전공의 복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중재시술 건수가 반등한 데에는 환자들을 돌보려는 교수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영국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는 "저희가 안 한다고 하면 그럼 누가 하겠느냐"며 "여기는 일종의 최전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있는데 환자를 못 보는 건 말이 안된다"며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은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진료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 교수는 "오랜 시간 누적된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를 바꾸지 않고 땜질하는 식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