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유급방지 ‘임시방편’ 제시한 대학들 “미봉책도 곧 한계”
의대를 둔 대학들이 학기 시작 시점 변경, 최소 수업이수 시간 축소 등 의대생 유급 방지 대책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의대 증원은 정부안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유급 방지 대책은 자율적으로 마련하라는 교육부 입장에 대학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의·정 갈등을 풀지 못한 채 이뤄지는 대학의 임시방편식 대책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를 둔 대학들은 지난 10일 교육부에 유연학기제, 집중이수제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의대생 유급 방지 대책을 제출했다.
유연학기제는 학기 시작 시점을 옮기는 제도다. 예를 들어 유연학기제를 통해 1학기의 시작 시점을 3월에서 6월 이후로 미루면 의대생 유급도 늦출 수 있다. 학점당 필요 이수시간을 ‘한 학기 최소 15시간 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집중이수제를 적용하면 한 학기 15주 수업이 15일까지 줄어든다. 다만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봉책인 측면이 크다. 일부 학교는 계절학기에 들을 수 있는 학점 제한을 푸는 방안을 마련했다.
의대를 둔 대학들은 지난 3월부터 개강을 미루거나 온라인에서 교재를 받기만 해도 출석을 인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단 유급을 피해왔다. 지난 10일까지 건양대, 성균관대, 아주대 등은 수업 재개를 하지 못했다. 대부분 대학은 학칙에 따라 수업일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처리를 한다.
경북대는 의사 국가시험 일정을 미뤄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다. 의사 국가시험을 보려면 52주의 임상실습 시수를 채워야 한다. 대학들은 동맹 휴학 기조가 길어지면서 시험 응시 대상인 본과 4학년의 임상실습 시수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은 정부 방침을 고수하고, 유급 방지 대책 마련은 ‘대학의 자율’을 내세우면서 대학들의 불만도 커졌다. 일부 대학은 교육부가 나서서 의대생 유급 방지 대책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비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본질적인 문제는 풀지 않고 대학에 대책만 내놓으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유급 방지 대책으로 가이드라인처럼 제시한 ‘학년제’ 도입에도 대학들은 회의적이었다. 학년제에선 1·2학기를 15주씩 나누지 않고 방학없이 30주 연속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 학내에선 학년제를 비롯해 각종 의대생 유급 방지 대책이 타 학부생과 형평성에 어긋나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학년제도 결국 임시방편 중 하나일 뿐이고 내부 회의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의대에서도 학년간 수업 일정 조정의 어려움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고 했다.
결국 의·정 갈등을 풀지 않으면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대학들의 행정적 임시방편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대 실습 수업은 국시 자격 요건 때문에 압축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데다, 올 하반기가 되면 일정을 더 미루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쓸 수 있는 미봉책도 이젠 많지 않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지속되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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