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갈 시간이야”…서울서 개인전 여는 중증 자폐 대학생[인터뷰]
40여회 전시회 참여·100여점 작품 제작
지난해 학점 4.3점 받아 학과서 ‘수석’
“장애는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 아냐”
“엄마, 학교 갈 시간이야.”
2급 중증 자폐 장애를 가진 김지우씨(21)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하는 말이다. 김씨는 지난해 한남대 일반 전형에서 비장애인들과의 경쟁을 뚫고 회화과에 입학했다. 다른 대학 합격 통지서도 받았지만 순수 미술을 계속하고 싶어 택한 곳이 한남대 회화과였다.
어머니 신여명씨(52)는 “지우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뭐든 잡고 벽이건 바닥이건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며 “평소 그림을 즐겨 그리는 것과 달리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컸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려움을 딛고 딸이 진학하고 싶어했던 대학에 입학한 것이 무척 자랑스럽고 대견했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가자고 재촉할 만큼 학교에 대한 딸 아이의 애정도 크다”고 말했다.
꿈꾸던 대학 생활이지만 중증장애인인 김씨에게는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녹록지 않은 일이다. 김씨는 현재 어머니와 함께 교양 수업을 듣고, 전공 수업 때는 장애학생도우미를 맡은 같은 학과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 놀랍게도 김씨는 이런 여건 속에서 지난해 4.5 만점 중 4.3의 학점을 받아 학과 수석을 차지했다.
학교에서는 이제 갓 신입생 티를 벗은 대학생이지만 사실 김씨는 베테랑 작가다. 10대 초반에 첫 전시회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40여 차례의 전시회에서 작품 100여점을 선보였다. 김씨는 평소 자화상이나 인물화를 그리는 것을 즐긴다.
이미 두 차례 개인전 경험이 있는 김씨는 지난달 서울에서 성인이 된 후 첫 개인전을 시작했다. 오는 26일까지 서울 중구 아트스페이스 호화갤러리에서 ‘어느 낯선 순간’을 주제로 열리는 초대전이다. 전시회에서는 김씨가 중학생 시절부터 발달장애를 겪으며 화폭에 담아온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씨는 “딸이 2016년과 2019년에 개인전을 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처음 여는 개인전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아이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통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린 작품들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업과 그림 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김씨는 다양한 꿈을 품고 있다. 김씨는 “나중에 삽화가나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사실 건축가도 되고 싶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김씨에게는 어머니가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자 지원군이다. 과거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신씨는 이제 당당히 자신의 직업을 ‘김지우 작가 매니저’라고 표현한다.
신씨는 “레슨을 할 때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꼈다면, 지금은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데에서 세상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이 많이 개선돼 더 이상 아이의 장애가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라며 “발달장애가 있는 작가가 아닌 예쁘고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사람들에게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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