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객에게 물리는 환경분담금 유보 속내는 무엇?

박미라 기자 2024. 5. 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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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급증 오버투어리즘 대처방안
2016년 제주관광객 1500만명 상회
용역 실시…논의 당분간 유보키로
제주 성산일출봉. 박미라 기자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 베네치아는 지난달 25일부터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료’로 5유로(약 7000원)를 징수하고 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때문이다.

관광객이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으면 교통혼잡과 환경 파괴, 부동산값 폭등, 고물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는 지역주민의 일상생활까지 흔든다.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직면한 세계 유명 도시와 관광지들은 별도의 징수금 부과, 인원제한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제주에서 가칭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 논의가 시작된 배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는 최근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위한 공식적인 논의를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대신 연말까지 내부적으로 분담금 부과 대상과 금액, 방법을 다시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쓰레기와 하수, 교통혼잡과 같은 환경오염의 처리비용을 원인자(오염자)인 관광객에게도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주에서 ‘입도세’ 등이 첫 언급된 것은 2012년이다. 도입 논의가 탄력을 얻은 것은 150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은 2016년부터다. 당시 관광객 급증으로 교통난과 환경훼손, 부동산값 폭등 등이 문제가 됐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재직 때인 2018년 ‘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이 실시됐다. 오영훈 제주지사 역시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공약으로 걸었다. 지난해 12월 실행방안과 입법 논리 개발에 초점을 맞춘 후속 용역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을 완료했다. 제주도는 정부와 국회 협의, 입법 등의 과정을 거쳐 2026년 분담금 부과를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년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널린 제주의 해변. 박미라 기자
오영훈 지사 “당분간 관광객 추이 지켜보겠다”
내국인 방문 감소·지역경기 침체 위기의식
관광업계 문제제기 징수방식 등도 재검토

하지만 제주도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오 지사는 지난달 도의회에 출석해 “관광객 추이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유보 입장을 밝혔다. 내국인 관광객 하락세와 지역 경기 부진에 따른 위기의식이 발목을 잡았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제주 방문 내국인은 380만8200여명으로 전년동기대비 9.3%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전년(2022년)보다 8.3% 감소했다. 외국인 방문객이 늘었지만 제주 전체 관광시장의 90% 안팎을 점하는 내국인 관광객의 하락세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관광업계도 코로나 여파로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분담금 도입 검토 자체가 문제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관광업계는 분담금 부과 대상이나 금액 산정의 명확성 부족, 숙박업과 교통업에 부과되고 있는 교통유발부담금이나 환경개선부담금과의 이중과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당일치기 관광객과 자차 이용 관광객과의 형평성, 숙박·렌터카·전세버스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징수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만 제주 내에서는 분담금 도입을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제주도는 분담금 도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 추이와 경제 상황을 지켜본 후 연말쯤 도입 추진 재개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기간 관광업계의 의견을 듣고 부과대상과 금액,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기존 제시된 분담금 부과 방안은 숙박할 때 1인당 1일 1500원, 렌터카 이용 때 1일 5000원, 전세버스는 이용금액의 5%를 징수하는 것 등이 검토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업계가 제기한 문제점, 외국 사례, 업계와 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해 분담금 부과방식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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