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아닌 중국 물난리…한국도 올 여름 심상치 않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2024. 5. 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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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몰고 다니는 ‘대기의 강’, 중국 거쳐 한반도로 흘러
어린이날 연휴의 때 이른 폭우는 올여름 ‘역대급 호우’ 예고편

(시사저널=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지난 4월 중국 남부 지방 광둥성은 수중도시가 되었다. 열흘 넘게 이어진 폭우로 도로는 강처럼 변했고, 광둥성 내 44개 하천은 공식 경보를 넘어서는 홍수 수위에 도달했다. 중국 최대의 무역도시 광저우 베이강 유역에는 100년 만의 홍수가 발생했다. 28일엔 토네이도와 최대 야구공 크기의 우박이 광저우를 휩쓸었다. 4월의 남부 지방 기온은 평년보다 높았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5월 노동절 연휴기간에 극한호우가 또다시 남부 지방을 강타했다. 광둥성 일대는 4일 하루에만 최대 480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북부 내륙엔 때아닌 폭설이 내리는 등 기상이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봄철 이상고온의 영향이다.

4월22일 중국 남부 광둥성 칭위안시에 폭우가 내린 후 침수된 건물과 거리를 촬영한 항공사진 ⓒAFP 연합

기후변화로 인한 수증기 증가, 극한호우 불러

중국 폭우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날 연휴인 5월5~6일 한국이 물세례를 받았다. 제주도 한라산에 949mm 물폭탄이 떨어졌다. 5월 비로는 관측 이후 신기록이다. 전남 보성과 경남 남해에도 260mm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한여름에나 볼 수 있을 법한 이 같은 비의 패턴은 '대기의 강'이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흘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기의 강은 바다 위에 형성된 거대한 수증기가 마치 강처럼 대기 중 좁은 길을 타고 흘러 육지로 이동해 엄청난 강우를 일으키는 '수증기 이동' 현상이다. 주로 중위도 저기압의 열대지방에서 고위도 지역으로 수증기가 이동하면서 좁은 지역에 집중적인 폭우를 발생시킨다. 근래 들어 대기의 강이 자주 흐르고 있다.

한여름도 아닌데 대기의 강이 범람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양 특히 서인도양의 높아진 수온 때문이다. 해수면의 온도 상승은 대기의 수분 함량을 증가시킨다. 바다가 뜨거우면 뜨거운 바람이 통과할 때 증발되는 수증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습기를 많이 머금은 바람이 저기압과 만나면 비구름대 크기를 키운다.

서인도양에서 발달한 강한 비구름대는 아프리카 케냐 등지에 대홍수를 일으켰다. 그 반작용으로 태국엔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했다. 그 여파는 중국 남부 지방에 대홍수를 발생시켰고, 그 막대한 수증기가 한국까지 유입돼 5월 폭우를 쏟아냈다는 분석이다.

보통 동아시아의 호우는 태풍, 온대 저기압, 기상 전선 같은 다양한 프로세스에 기인한다. 여름 호우를 일으키는 원인의 40% 이상은 전선이 차지한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 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 영향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미국·일본 등의 8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지난 60년간의 관측 데이터로 동아시아 기상 전선에 의한 호우 강도를 확인한 결과, 중국 남동부의 연안 영역부터 한반도, 일본에 걸쳐 호우 강도가 약 17% 상승했다.

그 원인은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관측 이래 174년 중 가장 뜨거웠다.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대비 1.45±0.12도 높았다. 이 같은 온난화 영향으로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되고 수증기 유입량이 증가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전선 호우 강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제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24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다.

한편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4월 '아시아 지역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아시아 지역이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지라고 밝혔다. 기록상 아시아의 해수면 온도가 사상 최고로 높았고, 지표면 온도도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서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동중국, 일본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북태평양 서부와 남중국해에서 총 17개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해 중국·일본·필리핀·한국·인도·파키스탄·네팔 등 여러 국가에 기록적인 극한호우를 유발하는 영향을 미쳤다는 게 세계기상기구의 설명이다.

올해도 아시아에 극심한 폭염·폭우 잇따를 것

극한호우는 '1시간에 50mm'와 '3시간에 90mm'를 동시에 충족하는 비를 뜻한다. 매우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심한 호우다. 아시아의 기상학적 위험 중 80% 이상이 홍수와 폭풍이다. 아시아 지역은 메콩강·양쯔강·한강·황허강 등 큰 강 주위에 대도시가 모여있어 특히 홍수에 취약하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 지역에 극심한 폭염과 폭우가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 확장하고, 강한 비를 내릴 위험이 더 높아져 동아시아 전역에 극한호우가 내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은 어린이날 연휴의 때 이른 폭우는 '역대급 극한호우'를 예고한 올여름 장마의 예고편이라고 분석한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를 예상하는 이유는 해수면 온도 상승에 있다. 최근 기상청이 발간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섭씨 17.5도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았던 해는 섭씨 17.7도를 기록한 2021년이다. 해양에서 방출된 열이 대기 현상에 영향을 주면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한호우 가능성도 커진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를 예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계속되고 있는 엘니뇨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보통 2~7년 단위로 발생하는데, 평소보다 동태평양 수온이 0.5도 이상 높아지고 심할 때는 5도까지 높아진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4월쯤 엘니뇨 현상이 멈추고 대신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로 바뀌는 중립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세를 유지하며 세계 각지에서 대홍수를 일으키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세계 각지에 '극한 날씨'를 발생시킨다. 동태평양에서 라니냐 현상이 심화되면 겨울을 더 춥게 만든다. 라니냐와 엘니뇨는 공통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원인이다. 대기 중에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로 인해 열대지방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적도의 대류 활동이 강화돼 두 현상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27일 중국해양대 팬 지아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기후변화 예측' 결과에 따르면, 21세기의 라니냐 발생 빈도는 20세기보다 8~30% 상승한다. 엘니뇨의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라니냐의 증가는 곧 엘니뇨 증가를 의미한다. 그런 만큼 지구촌의 극한 기후변화 또한 더욱 잦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지구적인 위험으로 닥친 기후변화는 한반도를 비껴가지 않는다. 벼랑 끝으로 달리는 이상기후라는 기차를 이제 우리가 멈춰세워야 한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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