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출한 韓 스타트업들 "라인 사태, 먼 미래 일…우리는 도전한다"

이민주 기자 2024. 5. 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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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日 진출 '오비스·알리콘·스칼라데이터·닥터나우' 대표
"당장 사업 리스크 아니지만 투자 유치 시 리스크 될 수 있어"
왼쪽부터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정세형 오비스 대표, 윤예찬 스칼라데이터 대표, 조민희 알리콘 대표. ⓒ News1 이민주 기자

(도쿄=뉴스1) 이민주 기자 = 일본에 진출한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라인 사태'를 "먼 미래의 일"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당장은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향후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사들이 리스크로 여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1일 일본 기진출기업(선배기업)과 진출 초기기업, 신한퓨처스랩 관계자 등은 기업별 일본 진출 계획을 공유하고 지원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가 끝나고 정세형 오비스 대표, 조민희 알리콘 대표, 윤예찬 스칼라데이터 대표,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현지 전문가와 일본 진출 선후배들을 한 자리에 모아준 오영주 장관에 감사를 표하며 이같은 현지 네트워크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행사 시기와 맞물려 '라인 사태'가 불거진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현지 진출에 당장 큰 걸림돌은 '이너서클'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너서클은 통상 '조직에서 힘을 지니고 있는 핵심층 내지 별도의 조직'을 말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이너서클의 파워가 큰 곳이다. 이너서클에 들어가면 만사형통이라고 할 정도로 진출의 모든 과정이 쉬워지지만 그 안에 들어가기는 몹시 어렵다. 일종의 카르텔인 셈이다.

일본 관용구에는 같은 일을 계속해 반복하는 상황을 뜻하는 '도도메구리'(どうどうめぐり)가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법인 설립과 부동산 계약, 비자 신청 등 다양한 상황에서 '도도메구리'를 경험하게 된다고.

일본 기진출기업인 정세형 오비스 대표는 "법인을 만드려면 사무실 계약서가 필요한데 사무실 계약을 위해서는 대표자(일본 법인)의 비자가 필요하고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법인 등기가 필요하다"며 "겨우 법인을 만들고 법인 계좌를 개설하려고 해도 거래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통장을 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고충은 '이너서클'에 들어가는 순간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인재채용 플랫폼 '로켓펀치'를 앞세워 일본 진출에 나선 조민희 알리콘 대표는 "자사는 일본에서 꽤나 일찍 자리를 잡은 케이스"라며 "처음 일본에 왔을 때도 1년 만에 세팅을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은 민간 교류, 지인들 등의 '이너서클' 덕분"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CIC 도쿄 오픈스페이스 내 일부 공간에 'K-스타트업센터 도쿄'를 오픈했다. ⓒ News1 이민주 기자

그는 "비즈니스 모델이야 세계 각국에서 원하는 것들이 비슷한데 결국 관건은 '이너서클'을 어떻게 뚫고 들어가느냐하는 네트워크가 현지 진출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라인 사태와 관련해서는 "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투자 유치도 하고 외부와 파트너십을 맺을 때 관련한 질문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더라"라며 "(이제 진출하는) 입장에서는 약간 먼 미래의 일이라는 느낌이긴하지만 투자자나 파트너들이 관련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는 하실 것 같다"고 했다.

윤예찬 스칼라데이터 대표도 "자사는 라인과 같은 생활 서비스형 플랫폼이 아닌 모빌리티 특화 모델이다보니 사실 이번 사태를 좀 멀리서 보는 경향은 있다"며 "추후 비즈니스가 성숙해지고 슈퍼앱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그때 고민을 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어느나라에서나 'right person'을 구하는 일, 인력채용도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예찬 대표는 "(일본 현지 진출 기업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알맞는 사람을 구하는 일'일 것"이라며 "임원급 직책에 일본인을 뽑으려고 해보니 최종 채용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리더라. 일본의 문화나 노동관련법 등에 무지하다 보니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 등이 어렵다"고 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역시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어에 능통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운영, 전략 등의 영역에서 최고인 인력을 뽑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기에 인재 채용 문제에 있어 늘 많은 고민이 생긴다. 좋은 인재를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글로벌화 정책이 고맙게 느껴진다고. 이들은 특히 중기부가 도쿄 주요 입지에 스타트업 거점 K-스타트업센터'를 만들어 준 것에 큰 감사를 표했다. 중기부는 이달 10일 미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힐즈 비즈니스 타워 CIC에 'K-스타트업센터 도쿄'를 개소했다.

조민희 대표는 "일본에 거점도 없던 상태에서 이렇게 번듯한 곳에 사무실이 생겼다는 것 자체로 일본 고객들도 다르게 봐주신다"고 말했다. 정세형 대표도 "일본은 명함을 교환하면 이름보다 주소지를 먼저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일 비싼 사무실 입지인 토라노몬에 회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회사'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의 선배 스타트업과 후배 스타트업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환담을 나눴다. (중기부 제공)

중기부에는 앞으로 이날과 같은 현지 네트워크 행사를 많이 열어 달라고 당부했다. 네트워크 행사가 곧 스타트업들을 '이너서클'로 이끌어줄 것이라고도 했다.

조 대표는 "확실히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잘 먹히는' 시대가 왔다. 즉 기회는 많아진 셈"이라며 "초반에 현지 진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오늘과같은 네트워킹 행사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현지 행사가 더 발전된다면 한국인들이 모이는 게 아니라 현지 스타트업 대표 등과 교류하는 장으로도 마련될 수 있을 것. 현지 행사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형 오비스 대표 역시 "개인적으로 도와드린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오늘과 같은 행사에서 만난 분들"이라며 "현지에서 실제로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을 할 때는 일본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을 뽑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장지호 대표는 "해외 진출 때는 대표가 직접 현지에 가서 현지 문화에 푹 젖어 들도록 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일본은 규제가 없는 새로운 시장에서 큰 꿈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조언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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