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퍼붓는다…‘떠다니는 미사일 기지’ 전쟁 판도 바꾸나 [박수찬의 軍]
항공기에서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공중발사 탄도미사일(ALBM)이 전쟁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항공기에서 탄도미사일을 투하하면, 미사일이 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냉전 이후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중국, 이스라엘, 미국 등이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거나 실전에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실전에 투입했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서도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한국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이 주목받는 이유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의 개념과 기술은 1950년대부터 등장했다.
당시 미국은 핵투발 수단 중 하나로 폭격기 부대를 운용했다. 폭격기가 적진에 침투해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옛소련 방공망이 강화되면서 폭격기의 생존이 위태로워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 임무를 빼앗길 수 있는 상황. 대안으로 등장한 게 공중발사탄도미사일이었다. 순항미사일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던 때라 탄도미사일이 선택을 받은 것이다.
미국은 GAM-87 스카이볼트 등의 미사일을 개발했다. 하지만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렇게 자취를 감췄던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냉전 이후 러시아와 중국, 이스라엘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국가는 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무기를 다시 꺼냈을까.
세계 각국의 방공망은 정밀도와 사거리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패트리엇(PAC-3) 외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아이언 돔, 애로, S-400을 비롯한 고성능 방공체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했다.
전투기 탑재 공대공미사일 사거리도 늘어났다. 유럽 MBDA의 미티어 미사일은 사거리가 200㎞, 미국 록히드마틴이 만드는 AIM-260은 160~300㎞에 달한다. 기존 방식으론 미사일과 전투기, 폭격기는 임무 수행과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탄도미사일을 쏘면, 지상 발사 미사일보다 속도와 사거리가 훨씬 늘어난다. 위력도 순항미사일보다 강하다.
적군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방공망을 파괴하고, 순항미사일 등을 사용하면 표적을 타격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항공기는 지상의 미사일발사차량(TEL)이나 해상의 군함과 달리 하늘에서 자유롭고 빠르게 움직인다. 적 방공망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적군은 발사 원점 추적이 쉽지 않고, 아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한층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공중발사 플랫폼으로는 전투기, 폭격기가 쓰인다.
전투기는 높은 발사 속도와 고도를 확보할 수 있고 고각 확보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반면 중량 제약과 전투기 개조 문제로 전투기 제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탄도미사일 탑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폭격기는 더 무거운 중량의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지만, 속도는 전투기보다 느릴 수 있다.
현재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을 쓰는 나라는 러시아, 이스라엘, 중국이다.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공개한 킨잘은 마하 10의 속도로 최대 2000㎞를 날아간다. 이스칸데르 미사일보다 속도와 사거리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적 방공망을 먼 거리에서 파괴하는 임무를 주로 맡지만, 전술핵 공격에도 쓰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투입되어 일부 성과를 냈으나, 우크라이나군에 요격됐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된다.
이스라엘의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세부 성능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란 공습 과정에서 일부가 드러난 바 있다.
공습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는 이스라엘 라파엘이 개발한 록스(ROCK), 블루 스패로(Blue Sparrow)다.
F-16에 탑재되는 록스는 GPS 전파방해에 관계없이 고정 및 이동 표적을 공격한다. 오차가 3m에 불과하며 관통 또는 폭발 파편 탄두를 장착, 지상과 지하 표적을 정확히 파괴한다.
조종사는 발사 전 미사일에 표적 좌표, 충격 각도 및 방위각, 지형 이미지 및 신관 지연 등을 입력한다. 발사 후 미사일은 이를 토대로 관성항법장치(INS)와 위성항법체계(GPS)를 사용해 비행, 표적을 타격한다.
블루 스패로는 대외적으로는 F-15 탑재 미사일 표적용 발사체로 알려져 있다.
3가지 종류가 있으며, 스커드 등의 단거리탄도미사일부터 샤하브-3와 같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궤적, 열영상, 레이더 단면적 특성을 모사할 수 있다.
중국도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안전한 내륙에서 괌이나 오키나와, 일본 본토의 미군을 공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중국은 지난 1일 SNS를 통해 H-6K 폭격기에서 KD-21로 알려진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을 투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H-6K 좌측 날개에서 투하된 KD-21의 엔진점화는 보이지 않았다.
KD-21은 러시아 킨잘과 유사한 형태다.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H-6K에 탑재된 모습이 공개됐다.
중국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을 진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 CH-AS-X-13이라고 명명한 이 미사일은 2016년 말에 첫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단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인 CH-AS-X-13의 최대 사거리는 3000㎞로 중량 감소 차원에서 경량 복합소재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도 개발 가능할까
한국도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할까. 최소한 관심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산 KF-21 전투기가 개발되면서 항공무장 탑재를 위한 기체 개조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 기반이 부족하고, 해외에서 기술을 이전받거나 공동개발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므로 선행 핵심 기술 개발 등을 통한 탐색 단계를 거쳐 체계개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는 또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나 활공체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적군의 요격시도를 어렵게 한다. 반면 실전배치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킨잘처럼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을 만들면, 개발비와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효율적 방식으로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전략무기를 얻는 셈이다.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져 있다. 육군이 운용중인 현무-2 탄도미사일이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가 그것이다.
KF-21의 탑재중량 등을 감안하면서 현무-2나 KTSSM을 활용해 개발을 진행한다면, 킨잘이 이스칸데르보다 2배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한 것과 유사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사실상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셈이다.
지상에서의 탄도미사일 운용 제약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도시화와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적한 농촌이나 임야였던 곳이 신도시도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군부대에 대한 주민들의 이전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군사시설보호구역도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모양새다.
이는 탄도미사일 운용 또는 미사일부대 증·창설에 필요한 지리적 공간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과 대구경방사포를 앞세워 한반도 남부를 언제든 타격할 준비를 갖췄다. 한국군도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고 있지만,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항공전력을 활용해서 새로운 비대칭무기를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그같은 역할이 가능한 무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사례와 기술 발전 추세를 주시하며 전력화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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