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음경이 두 개”라고 외친 남자들…재앙일까? 축복일까? 자연에선 흔한 사례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4. 5.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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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27]“나는 두 개의 음경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천 명과 잠자리를 가졌다. 여자, 남자를 모두 합해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크리스마스. 미국 서점가를 달군 하나의 책이 출판됩니다. 제목은 ‘더블 헤더’. 부제는 더 재밌습니다. ‘마이 라이프 위드 투 페니시스’. 직역하면 두 개의 성기로 살아 온 나의 삶이라는 뜻입니다. 성기를 두 개 가지고 태어난 남성이 자신의 삶을 회고한 내용이었지요.

“나의 성기는 두개였다.” 이음경체 증상을 가진 남성의 자서전. [사진출처=아마존]
남들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삶.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지옥과도 같았다”고 회고합니다. 음경이 두개 달린 소년은 짓궂은 학생들의 표적이 되었지요. 그의 삶이 변화한 건 그가 자신의 정체를 외부에 공개했을 때였습니다. 당당히 공개하자 오히려 많은 이들이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것이었지요. 성적 호기심에 그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유명 토크쇼에서도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책까지 출판하게 된 것이지요.

그와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을 ‘이음경체’, 영어로 ‘diphallus’라고 부릅니다. 의학적 용어가 있다는 건 그가 유일한 존재는 아니라는 얘기지요. 아기가 이음경체로 태어날 확률은 550만분의 1. 비록 굉장히 작은 숫자지만 지구 곳곳에는 이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연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두 개의 음경을 가진 이들이 소수가 아니라 ‘주류’인 동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야수 상어의 이야기입니다.

회색 암초상어. [사진출처=corl0207]
남다른 성을 자랑하는 바다의 왕 ‘상어’
상어는 해양 생태계의 왕입니다. 그래서인지 ‘생식’의 과정도 남다릅니다. 대부분의 어류가 체외수정을 해 다량의 알을 낳는 반면, 상어는 포유류처럼 생식기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정합니다. 한 번에 최소 두 마리에서 100마리까지 낳습니다. 인간을 비롯 다른 포유류와 비교하면 많아 보이지만, 수천마리까지 낳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서는 적은 숫자지요.

상어의 ‘성’이 남다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수컷 상어들이 ‘두 개의 음경’을 지니고 있어서입니다. ‘클라스퍼’라고 부르는 기관입니다(지느러미이자, 생식기관입니다). 하나는 장식이고, 하나만 진짜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두 기관 모두 쌩쌩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성기 한 개로 암컷과 사랑을 나눌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두 개 모두 사용합니다.

“뭐 그런 걸 궁금해하고 그러나.” 레몬상어. [사진출처=Albert Kok]
상어는 어쩌다 ‘이도류’가 되었을까
상어가 어쩌다 성기 두 개를 가진 ‘이도류’로 진화했을까요. 과학자들은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레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해양 동물들은 물속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습니다. 그만큼 커다란 해양 동물들은 짝짓기를 쉽게 할 수 없지요. 특히나 생식기를 삽입하는 동물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다가도 암컷이 금세 변심해 도망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친 상어는 평생 번식도 못 하고 살아갈 위기에 처하게 되는 셈이지요.

“아빠, 저를 낳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 상어 알 사진. 상어는 태생이기도 하고 난태생이기도 하다. [사진출처=Sander van der Wel]
상어 비장의 무기가 생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암컷이 어느 쪽으로 도망가더라도, 수컷은 오른쪽 왼쪽, 상황에 맞게 교미가 가능합니다. 하나가 정확히 암컷의 몸으로 들어갔을 때, 다른 한쪽은 ‘걸쇠’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씨앗을 전달할 때까지 암컷의 몸에 고정해 놓는 것이지요(짝을 짓는 일은 참 고단한 일입니다).
상어의 친척인 가오리도 성기가 두개다
상어와 비슷한 몸뚱어리를 가진 돌고래도 짝짓기를 위해 노력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포유류인 돌고래는 바닷속에서 체내수정을 해야만 하는 운명입니다. 역시 암컷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지요. 돌고래는 더구나 성기도 한 개입니다.
인도태평양 큰돌고래 무리. [사진출처=Serguei S. Dukachev]
그래서 이들이 마련해낸 방법은 ‘집단 짝짓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놀던 수컷 두 마리, 혹은 세 마리가 암컷 한마리와 한꺼번에 교미하는 방법입니다. 한 녀석이 교미하면, 다른 두 마리는 암컷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돌고래가 사회성이 높은 이유도 이같은 번식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해양 생태계에 돌아보면, 상어처럼 두 개의 성기를 가진 동물이 또 있습니다. 바로 가오리입니다. 가오리 역시 두 개의 성기로 암컷과의 짝짓기에 무진 애를 씁니다. 가오리가 상어의 친척뻘 되는 어류라 가능한 일입니다. 상어와 가오리는 같은 연골어류에 상어목에 속합니다. 홍어와 함께 생물학적 특성도 비슷한지라, 생물학적으로는 사촌 관계라고 불립니다.

상어의 친척인 암초 쥐가오리. [사진출처=Arturo de Frias Marques]
‘죠스’가 불러온 후폭풍...상어는 사실 부드러운 어류
상어는 우리에게 위협적인 동물로 인식됩니다. ‘죠스’라는 영화만 봐도 그렇지요. “뚜-든, 뚜-든”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뛰고, 동공이 커지면서 모골이 송연합니다.
영화 ‘죠스’ 포스터. 상어에겐 재앙과 같은 영화였다.
과학적으로 보면 과장된 두려움입니다. 상어 470종 중 인간을 공격하는 녀석들은 3종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죠스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상어가 위험하지 않다”면서 인식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죠스 개봉 이후 상어 낚시가 급증하면서 개체 수가 50% 줄어든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습니다.
1966년 잡힌 호랑이 상어. 4.3m, 540kg에 달하는 대형종이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외려 상어와 가오리는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이들은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약하거나, 병든 물고기, 혹은 너무 많이 번식한 물고기를 먹어 치우면서 ’균형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상어 개체 수가 줄어들 때 생태계 불균형이 초래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지요.

과학자들이 그 바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때 상어의 서식 유무를 확인합니다. ‘두 개의 성기‘만이 상어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상어는 그 생태적 다양성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사진은 ‘귀상어’. [사진출처=Barry Peters]
멸종위기에 몰린 고래상어. [사진출처=Stefan]
<세줄요약>

ㅇ인간은 500만분의 1 확률로 ‘두 개의 음경’을 가진 사람이 태어나지만

ㅇ모든 상어의 수컷은 두 개의 성기를 가진 ‘이도류’다.

ㅇ물 속 교미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인데, 한 성기는 고정용 ’걸쇠‘역할도 한다. 짝짓기란 이렇게 고된 것이다.

<참고문헌>

ㅇKatherine L. O’Shaughnessy 외, 콘드리치안 걸쇠의 분자 발달과 교합 기관의 진화,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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