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이 수사책임자까지 선정… 해병대원 특검법 쟁점은?

이가영 기자 2024. 5. 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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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에 관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 및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정의의 해병대 국토종주 행군 및 채상병 진상규명 특검 요구 집회를 마친 뒤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2일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강행처리했다. 작년 7월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에 대한 특검법이다. 특별검사가 ▲지휘부의 안전 무시가 있었는지 ▲대통령실, 국방부가 이 사건 진상을 은폐했는지를 수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점찍은 인사들로 채워진 특검은 진상 규명에 관심조차 없을 것”이라며 특검법안을 비판했다. 그 쟁점을 들여다봤다.

◇ 대통령 겨눈 ‘야당의 칼’…정치적 중립성은?

Q. 해병대원 특검법으로 민주당이 실질적인 특별검사 임명권을 가진다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A. 특검법에 따르면, 민주당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로부터 추천받은 4명 중 2명을 특별검사 후보로 선정하고, 대통령은 그 중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합니다. 결국 민주당이 특별검사를 정하는 것입니다.

Q.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없나요?

A. 특별검사는 대통령 등 집권 세력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생명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2012년의 디도스 특검때까지는 대법원장, 변협, 국회의장(국회법상 정당에 소속 불가)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줬던 것입니다. 디도스 특검이란 2011년 10월 26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일어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분산서비스거부(DDoSㆍ디도스) 공격을 수사한 특검을 말합니다.

그런데, 2012년 9월 내곡동 특검(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관련 특검법)부터는 야당이 추천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후 4번의 특검이 임명됐는데, 2022년 이예람 중사 특검만 ‘원내 교섭단체들이 추천권을 행사한다’고 하고 있죠.

◇ 고발인이 수사 주체까지 선정해도 될까?

Q. 민주당은 공수처에 채상병 사건 은폐·무마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고발한 바 있습니다. 특검법에 따르면, 고발인(민주당)이 수사 담당자(특별검사)를 선정하는 셈이 되는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나요?

A. 자기가 고발한 사건인데, 자기가 수사할 사람을 선정한다면 공정성 시비가 생길 것입니다. 만약 수사하는 경찰관이나 검사가 고발인과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수사받는 이들은 당연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현행법은 고발인에게 이러한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특검법은 민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담당자를 민주당이 선정하도록 한 것이어서, 법률적 관점에서는 상당히 어색합니다.

◇ ‘특검’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어떻게 운영되나

Q. 특별검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특별검사를 어떻게 임명·운영하나요?

A. 미국에서는 1978~1992, 1994~1999년에는 공직자윤리법에 특별검사 규정을 두고 법원이 법무부장관의 청구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했었습니다.

1999년 이후부터는 ▲법무부 규칙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특별검사를 임명·해임하도록 하고 있고, ▲특검 여부도 법무부장관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장관이 특검을 결정하는 건, 의회 등 정치의 영향력을 차단해 특검 제도를 운영하려는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의 방식을 한국이 무조건 따라갈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미국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한국도 우리 현실에 맞게 정치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특별검사 제도를 만들어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Q. 미국에서는 특검 수사 전에 검찰 수사를 선행하도록 했다고요?

A. 특검은 예외적인 제도이고, 특검 수사팀은 임시 조직이어서 비전문가로 구성되는 경우 수사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함을 원칙으로 하고, 이것으로 부족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2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채해병 특검 관철을 위한 비생행동 선포식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尹 특검법 거부권 행사, 어떻게 보나

Q. 해병대원 특검은 정치 공세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특검을 둘러싸고 정치 공세 논란이 있었다면서요?

A. 미국변호사협회는 특검이 ‘법 앞의 평등’이라는 이상에 근거해 탄생했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에 실패했고, 책임지지 않는 과잉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특검 수사가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정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Q.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대통령 입장에서는 해병대원 특검법이 자신을 겨눈 ‘야당의 칼’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특검법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정치 공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데, 특검이 사건을 가로채서 수사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수사와 사법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정치화되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견제와 균형을 지키고, 특검법이 정치 수단으로 남용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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