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계속 관찰하고 싶어지는 찐 실력파 [인터뷰]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호기심과 궁금증을 극대치로 끌어올리는 명연기였다. 누구나 영화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를 보고 난 뒤 배우 변요한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잠시 몇 걸음 떨어져 자세히 관찰하고 싶은 충동이 들 것이다 그러며 "도대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역할을 이리 잘 소홰해 낼까?"라는 질문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관음증을 지닌 '변태' 연기가 섬뜩했고 생생했다는 이야기다. 해맑은 소년의 얼굴 뒤에 음침한 반전을 지닌 구정태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배우 변요한은 '그녀가 죽었다'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렷한 인장을 새겼다.
오는 15일 개봉되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변요한과 신혜선이 2017년 영화 '하루' 이후 7년 만에 재화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펜데믹 탓에 제작이 완료된 후 개봉이 오랫동안 밀려 별다른 기대 없이 최근 공개된 영화는 기대이상의 완성도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탄탄한 서사와 배우들의 명연기, 김세휘 감독의 신인감독답지 않은 연출력이 삼박자를 이루면서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요한이 극 중에서 연기한 구정태는 의뢰인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몰래 들어가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고, 집에서 가장 없어도 될 물건 하나를 가지고 나오는 악취미가 있는 캐릭터. 남을 훔쳐 보기는 하지만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관객들이 도무지 감정이입을 할 수 없을 캐릭터이지만 변요한은 '연기파 배우'답게 수위 조절을 적절히 하며 보는 이들의 멱살을 잡고 사건의 중심으로 끌고 간다.
'그녀가 죽었다' 홍보차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만난 배우 변요한은 차분하게 파격도전에 나선 자신의 심경을 들려줬다. 분명 '비호감 캐릭터인데 왠지 마음이 쓰이게 매력적으로 창조해낸 그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그녀가 죽었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는가.
▶ 결론적으로 굉장히 행복하다. 개봉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번 작품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서 하고 싶어했다는 말을 들었다. 작품, 캐릭터의 어떤 면에서 끌리게 됐는가.
▶ 영화사 대표님이 저한테 농담식으로 '너랑 잘 맞을 것 같은 책(시나리오)이 있다'고 하더라. 제가 되게 재미있어 할 거를 아셨던 것 같다. 저는 무모하지만 재미있는 거를 좋아한다. 마이너 감성도 짙게 갖고 있다. 대표님이 제가 재미있어 할 거를 알고 보내주신 것 같다. (작품이 연기하기가) 까다롭고 어렵기는 했다. 구성이나 캐릭터가 결론적으로 '변태 연기를 해서 변요한이 변태 되었다. 즉 '껍데기가 벗겨졌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극 중 맡은 구정태의 태도를 관찰, 변태라고 정의했다. 변요한과 구정태의 공통점이 있을까.
▶ 많다고 생각한다. 방향에 따라 다르다. 관찰보다 더 가까운 거는 관심이다. 저는 (모든 것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깝다고 가깝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거리가 있어야 더 세심하게 볼 수 있다. 저는 저를 많이 관찰하려고 한다. 그래서 구정태라는 사람은 굉장히 옹호해서도, 미워해서도 안 되는 인물이다. 사회적 우월감으로 인해서 평판이라는 거를 원해서 잘못된 방법으로 들어갔다. 그게 잘못된 관심,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캐릭터가 역대급 비호감이다. 좋은 사람인척 하면서 안 좋은 행동을 했다. 그게 자연스러웠는데, 주변에 참고한 사람이 있었는가.
▶ 저는 책(대본)에 있는 게 가장 큰 답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리서치 할수록,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신념 안에 가두려하기 때문이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거는 (저라는) 배우 자체를 더 확장시키려고 선택한 거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빌런이라고 보면, 구정태는 정직하고, 일회성 휴머니즘을 갖고 있다. 자기 혼자만 맞다라고 믿는다. 그래서 빌런, 비호감 두 개를 다 (연기)했다.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다. 물론 마찰의 순간도 있었다. 제가 진짜 변태로 연기를 하면, 극 중 나오는 내레이션이 죽었다. 내가 (구정태를) 변태라고 보고, 말하기보다 관객들이 느끼게 해야 했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극 중 설정이 '나는 억울해'라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 정당성을 갖고 있어야 했던 부분인데, 어떻게 표현을 하려고 했는가.
▶ 대본에 답이 있었다. 사회적인 우월감, 편지를 썼을 때, 그 답을 찾았다. 우월감으로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구나' 했다. 그걸 못 찾으면, 그냥 한 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래서, 결국 감독님이 써준대로(대본) 찾으려 했다.
-구정태를 연기하면서 더 비호감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게 있는가. 예를 들면, 캐릭터의 찌질함을 덮는 외모 같은 부분이라든가.
▶ 감독님이 그래서 캐스팅한 것 같다. 저한테 팬이라고 말씀하셨다. 가장 사랑스러운 눈으로 봐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런 구정태를 통해서 사람들의 가치관을 고민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봤을 때, 도덕성에는 안 맞지만 '괜찮았어'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 사람은 '쓰레기다'라고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 영화에서는 이런 캐릭터, 소재를 다룬 게 많다. 영화로는 괜찮을 수도 있지만, 불편해 하는 관객들도 있을 거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저희는 불편한 영화, 비호감 영화가 되고 싶지는 않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다 정상이었다. 영화적으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쾌하고, 스릴러다. 블랙코미디도 있다. 시선이라는 공감성을 전해드리고 싶은 거다. 그거로 영화를 만든 거다. 이게 너무 관음증, 은둔형 외톨이로 가면 안 된다.
-'그녀가 죽었다' 개봉일에 변요한이 출연한 드라마 '삼식이 삼촌'도 공개된다. 기분이 어떤가.
▶ 솔직히 둘 다 잘 됐으면 좋겠다. 둘 다 사랑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성공, 흥행은) 관객과 시청자들의 몫인데, 제가 조금 더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거는 극장이다. 전체적으로 극장 상황이 많이 안 좋다. 그래서 나오는 영화가 잘 됐으면,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극장이 예전처럼 붐볐으면 좋겠다. 저도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관객들이) 꼭 봐주셔야 힘을 낸다.
-배우로서 연기를 예전보다 더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만족감이다. 노력하는 만큼 나온다는 거를 계속 느끼는 것 같다. 정신적, 육체적인 부분을 예전처럼 혹사시키면서 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열정이 없는 거는 아니다. 또 연기를 함에 있어 노하우가 생겼다는 것도 느껴진다. 새로운 사람 만나고, 보내기도 하고, 저한테 수 많은 일이 있었다. 이겨내기도 하고, 참기도 하고. 인생 경험을 하다보니,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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