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시즌과 닮은 '슈퍼팀' KCC의 6번째 우승 이야기[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4. 5.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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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국가대표 선수들로 구성된 '슈퍼팀' 부산 KCC가 2023~2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주전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인해 5위에 머물렀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정상에 올랐다.

KCC로서는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6번째 별을 유니폼에 새겼다. 이번 우승은 특히 2010~2011시즌과 많이 닮아 있다. 13년 전과 도플갱어처럼 비슷했던 2023~24시즌 KCC의 우승기를 돌아본다.

하승진(왼쪽)·추승균(가운데)·다니엘스. ⓒ스포츠코리아

하승진-전태풍-추승균, 슈퍼팀이었지만 시즌 초반 흔들렸던 2010~11시즌

2010~2011시즌 KCC는 슈퍼팀이었다.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무이했던 NBA리거 출신 하승진이 골밑에 버티고 있었다. 2m21cm인 하승진의 신장은 KCC에게 타 팀과 확연히 다른 높이를 선물했다.

외곽에서는 전태풍이 버티고 있었다. 2009~2010시즌 혼혈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합류한 전태풍은 KBL리그에서 가장 1대1 돌파를 잘하는 가드였다. KBL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테크니션이었다.

여기에 '리빙 레전드' 추승균까지 KCC를 버티고 있었다. 이상민, 조성원과 함께 KCC의 전신 대전 현대 시절부터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추승균은 여전히 뛰어난 수비 능력과 순도 높은 외곽슛을 자랑했다.

더불어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로 성장한 강병현, 리그에서 가장 수비 능력이 뛰어난 신명호도 KCC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의 지도력도 물이 올랐던 때이다. KCC는 우승후보 0순위였다.

하지만 KCC는 2010~2011시즌 초반부터 휘청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파였다. 대표팀의 1차 LA 전지훈련에 합류한 전태풍과 강병현, 최종엔트리에 승선한 하승진은 시즌을 앞두고 KCC의 팀 훈련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이는 조직력의 부재로 이어졌고 시즌 초반 9위로 추락했다.

전태풍. ⓒ스포츠코리아

하지만 허재 감독은 신명호, 강병현을 중심으로 외곽 수비를 견고히 재정비했다. 이어 부상에서 돌아온 전태풍과 경기력을 회복한 하승진을 앞세워 반격을 시작했다. 결국 34승20패, 3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파죽지세 속 6강 플레이오프에서 6위 서울 삼성을 꺾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인천 전자랜드에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KC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당시 정규리그 1위팀이었던 부산 KT 대신 4위팀 원주 DB를 만나 챔피언결정전 4차전부터 6차전까지 싹쓸이하며 통산 5번째 별을 달았다.

허웅-최준용-이승현-송교창, 정규시즌 5위… 그런데 사상 최초 5위팀이 정상에 오르다

13년 후, KCC는 다시 한번 슈퍼팀을 결성했다. 2023~2024시즌 허웅, 최준용, 이승현, 송교창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다. 귀화선수인 라건아는 외국인 선수로 분류됐지만 여전히 뛰어났다.

투맨게임과 돌파, 슈팅 모두 뛰어난 허웅과 리딩부터 공격까지 소화 가능한 최준용, 골밑에서 뛰어난 수비력과 외곽포를 겸비한 이승현, KBL에서 가장 날카로운 공격력을 지닌 포워드 송교창까지 빈틈이 없었다.

다만 라건아와 이승현이 2023년 펼쳐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다. 자연스럽게 KCC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는 적어졌다. 13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을 때와 비슷했다.

더불어 정규시즌 시작과 함께 부상자가 속출했다. 라건아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상대 외국인 선수에게 밀렸다. KCC는 좀처럼 슈퍼팀의 명성을 찾지 못했다. 막판까지 휘청인 끝에 5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KCC는 플레이오프에서 완벽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전창진 감독은 아시아쿼터 선수인 제프리 에피스톨라의 출전 시간을 늘렸다. 수비에 강점을 갖고 있는 에피스톨라는 6강에서 김선형, 4강에서 이선 알바노를 꽁꽁 묶었다.

허웅. ⓒ스포츠코리아

앞선 수비 부담이 사라진 허웅은 순도 높은 외곽슛과 투맨게임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13년 전, 신명호의 단단한 수비 속에 전태풍의 공격력이 살아났던 것과 비슷했다. 정규리그에서 부진했던 라건아는 13년 전, 하승진처럼 플레이오프에서 상대 골밑을 폭격했다.

여기에 포워드 라인에서는 서울 SK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최준용의 경험이 큰 위력을 뽐냈다. 2010~2011시즌 백전노장 추승균이 팀을 이끌었던 것처럼 팀을 코트 위에서 통솔했다.

결국 KCC는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4강,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6번째 별을 가슴에 새겼다. 사상 최초 정규리그 5위팀의 우승이었지만 그 과정은 2010~2011시즌을 빼닮았다. 13년 전 스토리를 재현하며 값진 우승을 거둔 KCC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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