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청] 이해민 "둘째야 잘 먹고 잘 살아라"…전직 구글러가 한국 온 이유

안지혜 기자 2024. 5. 1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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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가 오는 30일 개원합니다. 국회의원 당선인 300명 가운데 초선 의원은 132명입니다. 10명 중 4명 가량(44%)이 처음 '금배지'를 달게 됐습니다. SBS Biz는 이 가운데 '경제'를 대표하는 당선인들을 만나 물었습니다. 초선 의원에게 경제를 듣다, '초경청'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3월 3일 아침 6시 한국에 랜딩(착륙)했습니다. 큰애는 대학생이라 기숙사에 있고 고등학생인 둘째가 좀 문제인데… 어쩌겠습니까, 잘 먹고 잘 살아라(웃음)"
미국에서 잘 나가던 구글 출신의 워킹맘은 지난 3월 돌연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당분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편도 티켓입니다.

조국혁신당의 영업인재 2호로 오는 30일 22대 국회에 첫 입성하는 이해민 전 구글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의 이야기입니다.

이 당선인은 구글에서 제품책임자(PM. Product Manager)로 15년, 이후 스타트업에서 기술임원으로 2년을 재직한 17년 경력의 IT전문가입니다. 당이 내세운 7번째 강령의 대표 격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국혁신당 강령 (홈페이지 갈무리)]
어떻게 그렇게 과감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저 마음이 끄는대로 움직였다"고 수줍게 말하는 워킹맘. 하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두 가지 단단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분노, 하나는 꽤 오래된 다짐 때문입니다.

미국 워킹맘이 돌연 여의도로 향한 이유, 최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만나 들어봤습니다. 

아래는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Q. 뭐에 그렇게 화가 났나.

A. 시대상황 때문이다. 거창한 시대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내가 몸담고 있는 과학기술계가 윤석열 정권이 들어온 이후 너무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에 대한 위기 의식이 컸다. 과학기술 쪽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인재가 빠져나가고 연구가 중단되고. 다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원상복구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

Q.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말하는 건가.

A. 그렇다. 잘 알려진 대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연구개발 예산을 깎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당연히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곳은 가장 약한 고리다. 초기 연구비용이 없으면 생계를 잇기도 어려운 청년 과학자 밴드가 올 초에 많이 보도됐듯이 짐 싸서 중국으로 갔다. 현재도 많은 개발자들이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Q. 내년에 다시 대폭 확대한다는데, 그럼 돌아오지 않을까?

A. 아니다. 당장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야 된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 지금 연구비를 빼면 예를 들어, 우선 냉동실에 있는 모든 연구 대상들이 폐기된다. 내년에 예산을 다시 받는다 해도, 연구실이 그동안 연구를 15년을 해왔다고 치면 다시 15년 뒤로 돌아가서 시작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과학기술계에서 연속성이라는 건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다. 연속된 데이터를 모아야하는. 어떤 연구자들은 연구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 

Q. 정부가 그런 부작용을 예상 못했을까 싶다.

A. 내가 묻고 싶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란 곳이 있는데 왜 전문가들이 직언하지 못했을까. 직언을 했다면 왜 통하지 않았을까. 이번 기회로 연구개발 예산에 보호막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게되지 않았나. 국회에 가면 추경 요구는 물론이고, R&D 투자 비율을 정부 총지출 대비 7%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할 생각이다.

Q. 국회로 가는 또다른 이유는 뭔가?

A. 두 번째는 개인적인 이야기다. 미국에서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듣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컸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조국 사태란 것이 터지면서 '또 다른 부채의식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굉장히 강했다. 그래서 직접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

Q.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열풍인데, 한국은 잘 따라가고 있는건가.

A. 우리는 주로 오픈AI나 구글처럼 AI모델을 만드는 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바로 'AI 트랜스포메이션(전환)'과 'AI 리터러시(문해력)'다. 이 두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명백히 뒤쳐져 있다. 산업계가 AI를 사용해서 실제로 서비스를 어떻게 좋게 만들 것인가, 또 사용자들이 AI를 목적에 맞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이 논의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에필로그)
Q. 구글러(구글 직원)들은 일할 때 뭘 중요하게 생각하나.

A. 첫째도, 둘째도 체력이다. 그 안에서는 거의 전쟁인데 결국에는 체력 때문에 떨어져 나가는 걸 굉장히 많이 봤다. 늘 얘기하고 다녔다. "20대의 체력이 40대의 연봉이다". 운동하라고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던 사회 초년생들이 그렇게 얘기하면 찰떡같이 알아듣더라. (웃음)

Q. 체력에 자신 있나.

A. 어릴 때 달리기와 수영을 일반 사람보다 아주 많이 했다. 최근까지는 미국에서 일주일에 1~2회 정도, 한 번 나가면 3시간씩 하이킹을 했다. 그런데 한국 와서 선거 기간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유세를 다니면서 생각했다. 아, 이제 근력 운동도 조금 해야되겠구나. 그래야 버티겠구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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