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잔인하게 살해할수가" 부검의도 경악한 학부모 모임 참극
'살인 고의 없었다' 항변했지만 검찰은 살인죄 기소…1심 17년형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사람을 잔인하게 때려죽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6월16일 경남 김해시 한 노래방에서 A 씨(40대·여)가 무참히 휘두른 마이크와 소화기에 맞아 숨진 B 씨(30대·여)의 사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A·B 씨는 2018년 자녀들이 다니는 한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뒤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술을 마실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다. 그런 이들 사이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살갑게 지내던 이들은 사건 당일에도 오랜만에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오후 6시쯤 식당에서 만나 4시간여 동안 술을 마신 이들은 1차에서 그치지 않고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즐거웠던 술자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평소 주량을 초과한 음주에 만취한 A 씨는 노래방에서 B 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말다툼을 벌였다. 자신이 더 놀다가 가자고 하는데도 B 씨가 “집에 가자”며 거절해 다툼이 일어났다.
다툼의 결말은 참혹했다. 화를 참지 못한 A 씨는 노래방에 있던 마이크와 소화기로 B 씨의 얼굴과 머리를 집중적으로 때렸다. B 씨가 쓰러졌는데도 A 씨는 멈추지 않고 계속 가격했다. 결국 B 씨는 외상성 뇌출혈로 인해 숨졌다.
경찰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A 씨의 진술에 따라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얼굴에 공격이 집중된 점 등 사건의 잔혹성을 봤을 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국과수 부검감정서 등을 토대로 보완수사에 착수해 A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치사죄 적용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창원지법 형사4부 김인택 부장판사는 “살인의 범의는 자신의 행위로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으면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며 “범행 당시 머리와 얼굴 부위에 공격이 집중됐던 것으로 보여 살인에 대한 확정적·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한 사람의 생명은 우주 전체보다 무겁고 소중하다”며 “B 씨 부부는 모두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아이들은 우리처럼 키우지 말자’고 다짐했음에도 A 씨의 범행으로 그 자녀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 수법이 매우 무자비하고 잔혹한 점, A 씨가 B 씨의 유족들을 위로하거나 그들로부터 용서받으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A 씨와 검찰이 1심 판결에 대해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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