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키워 반도체와 투톱이었는데...중국에 밀려 퇴장하는 이 산업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5월 두 번째 주 이야기
이번 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LCD 공장 매각을 위한 행정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LCD는 한때 우리나라를 디스플레이 종주국으로 이끌었던 효자였는데요. 중국의 저가 공급을 통한 추격에 밀려 지금은 오히려 적자를 안겨주는 ‘아픈 손가락’이 되었죠.
국내 산업의 중추로서 하나의 반도체로 불리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요? 이번 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디스플레이의 큰 줄기는 LCD와 OLED로 나뉩니다.
LCD는 빛을 통과시키면서 색을 내는 투과형 패널입니다. 백라이트가 빛을 내주어 필요한 양만큼 빛을 통과시킵니다. POL(편광판)이 컬러필터 앞뒤로 두 개가 필요하죠.
반면 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발광형입니다. 각 소자에 흐르는 전류를 달리 주어 빛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 없지요. 편광판도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 때문에 더 뛰어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두께도 0.1mm로 구현이 가능할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가격은 LCD에 비해 다소 비싸죠.
‘미니LED’도 마찬가지입니다. Mini LED라고 하는 걸 보면 OLED나 마이크로LED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사실 LCD에 더 가깝습니다. LCD의 백라이트 부품을 LED 픽셀 단위로 쪼개서 마치 OLED 처럼 검은 화면을 표현할 때 해당 픽셀 부분의 빛을 끌 수 있습니다. 기존 LCD 패널이 갖고 있던 검정색 표현에 OLED 기술을 접목했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개선하면 단순히 수명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력소모 또한 OLED보다 적기 때문에 그야말로 꿈의 패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가격이 높다는 게 아직은 한계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114인치 제품은 1억8000만원을 호가하는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46인치 LCD TV를 출시하며 LCD TV의 대형화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TV 시장의 주류가 변했죠. 2006년 출시된 보르도 TV는 글로벌 메가 히트를 니다. 소니는 2006년 삼성전자에 1위를 내준데 이어 2009년에는 LG전자에도 밀렸습니다. 파나소닉·도시바·샤프 등 다른 일본 기업도 내리막길을 걸으며 TV 시장의 주도권을 한국 기업들이 가져왔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했죠.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는 경기도 파주시에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도 수도권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가동 때부터 이를 파악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바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는 관련 부처가 완화 대상 규제를 선정해 다음 국무회의부터 하나씩 살펴보고 조치하라”고 지시한 뒤 이를 해결했습니다.
LCD 비중이 높았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한국기업들은 LCD 산업에서 철수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전환에 올인하기로 노선을 수정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은 LG디스플레이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2014년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약 4조원이 투입됐고 현재 두 개 라인을 통해 총 30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췄죠. 프리미엄 LCD에 적용되는 광시야각(IPS) 관련 기술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향후 BOE 등 중국 기업들이 LCD 생산을 독점하게 되면서 LCD의 가격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는 점은 국내 업체들에게 부담스러운 요소입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LCD 패널의 가격을 올리게 될 경우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비싼 OLED 패널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 OLED 생산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반대로 중국 기업들이 공급 과잉을 유지하면서 LCD 패널의 저가 체제를 지속하면 완제품 기업들의 OLED 패널 채택 속도가 더뎌질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거센 도전 속에 이미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LCD 생산기지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악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은 중소형 분야에서 OLED 패널 생산을 시작했고 막대한 투자에 돌입했다”면서 “LCD에 이어 OLED까지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차세대 패널 중심으로 구조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광저우 공장 매각 대금은 LG디스플레이가 새 먹거리로 육성 중인 중소형 OLED 사업을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현재 중국 BOE 등 기업들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매각 대금은 2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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