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복 꿈꾼다며 왜 여길”…로켓 발사엔 이만한 곳 없다는데 왜?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5.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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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패권 경쟁 넘어 ‘우주 굴기’ 노려
인구 14억명…육지 로켓 발사 어려워
앞으로는 바다로 나가 ‘해상 발사’ 주력
시간·비용적 측면에서도 큰 장점 있어
다른 나라들도 해상 발사 시스템 구축
중국 유인우주선 ‘선저우-17호’에서 지난달 30일 귀환한 캡슐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내리고 있다. [사진 출처 = EPA 연합뉴스]
바다 너머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한 인류의 해양 탐험에서 시작된 ‘대항해 시대’는 유럽사를 넘어 전 세계사적으로 획기적인 한 획을 그었습니다. 신대륙 발견을 계기로 새로운 세계 지도가 만들어지고, 서로 다른 대륙과 문화 간 교류가 시작되면서 무역 네트워크를 발전시켰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무역 노선 개척은 유럽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 경제적 번영을 안겨줬고, 새로운 세계의 발견은 인류의 과학적 지식과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습니다.

한때 바다를 향했던 인류의 호기심이 이제는 하늘 너머 우주를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넘어 ‘우주 굴기(우주 분야에서 우뚝 일어섬)’를 노리는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은 우주 제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우주정거장 확대와 위성 발사 기록 경신 등에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미국을 제치고 우주 패권국 지위를 노리는 중국은 올해 말까지 우주로의 로켓 발사 임무 100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 14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 대륙에서 안전하게 로켓을 발사시킬 장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우주로켓을 해안 지역에서 발사시키고, 주요 이동경로 역시 바다 위로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반면 중국은 주요 로켓 발사대가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 발사된 로켓이 최소 수십만 명의 민간인들이 살고 있는 거주 지역 상공을 날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주 정복을 노리지만 로켓 발사 임무를 위한 영토가 부족하다는 것이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우주탐사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오리엔스페이스’는 올해 1월 3개의 위성을 탑재한 우주로켓 ‘그래비티-1’을 중국 하이양시에서 약 3㎞ 떨어진 황해 해상 위 선박에서 발사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2021년 오리엔스페이스에 합류한 야오 송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바다 위에서 로켓을 쏘아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박을 이용하면 바다 곳곳에서 우주로켓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인 거주 지역 등 위험한 비행 경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발사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로켓이 동부 해안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내륙에 위치한 발사대로 옮길 경우 운송비가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오리엔스페이스는 올해 중 해상에서의 로켓 발사를 두 차례 더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중국 내 ‘해상 로켓 발사’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중국은 2019년부터 약 12번에 걸쳐 해상 로켓 발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중국 우주기술연구원(CAST)의 자회사가 제작한 31m 길이 ‘스마트드래곤-3’ 로켓이 9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남중국해 선박에서 발사됐습니다.

독일 우주발사체 ‘아리안-6호’를 실어나를 운반선 ‘캐노피’가 항구에 정박해있는 모습.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우주로켓 발사에 바다가 활용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 보잉사는 러시아·노르웨이·우크라이나 등과 협력해 태평양 적도 부근의 이동발사대에서 위성을 발사하는 합작벤처 ‘씨런치(Sea-Launch)’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씨런치는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탈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으로 파트너십이 붕괴돼 운영이 중단된 2014년까지 약 36번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해상 로켓 발사가 부활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미국 텍사스에서의 발사대 확장 계획이 인근 주민 등의 반대에 부딪치자 발사대를 해상으로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사장은 지난해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국 우리는 앞으로 해상 기반 시설들을 더 많이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에서도 로켓 발사대를 해상 또는 해안 인근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이 가장 활발히 운영 중인 우주센터 역시 프랑스령인 기아나 쿠루의 해안 지역에 설치돼 있습니다. 독일 해상 우주발사장 연합(GOSA)은 다음 달 말 북해상에 위치한 기지에서의 첫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GOSA 관계자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로켓 발사를 위한 적절한 영토를 찾는 것은 더 이상 쉽지 않다”며 “앞으로는 해상으로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해상 발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선박에서 발사 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갑작스러운 기술적 문제 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로켓 부품 일부를 바꿔야 하는 경우 지상에서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지만 항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해상에서는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적으로도 아직 육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해상 발사가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효율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주 컨설팅 기업 ‘노바스페이스’의 수석 고문 맥심 퓌토는 “해상 발사 역시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현재 수준의 기술력으로는 로켓과 선박 등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육지 발사대를 이용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며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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