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영주 여성농 ‘겸업 허용’ 목소리

김소진 기자 2024. 5. 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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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정체된 농업소득으로 농민들이 겸업 전선에 뛰어드는 가운데 공동경영주로 등록된 여성농민의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는 "겸업을 할 수밖에 없는 취약농가가 많다"며 "공동경영주로 등록한 여성농민은 겸업으로 버는 소득이 많지 않아 (정책에서 배제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 속에 여성농민의 공동경영주 등록 비율도 정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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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직장가입시 자격 박탈
농민수당 등 정책 대상서 제외
농업소득 정체인해 투잡 늘어
경영주는 지위 유지 차별논란
법 개정안 발의…통과 미지수
이미지투데이

# 경남 합천에 사는 여성농민 A씨(43)가 남편과 함께 농사지어 버는 소득은 연 700만원 남짓이다. 생활고로 최근에는 요양보호사로 겸업에 나섰다. 이를 통해 월 5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린다. 그런데 뜻밖에 농민수당은 물론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등록하면서 ‘공동경영주’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정체된 농업소득으로 농민들이 겸업 전선에 뛰어드는 가운데 공동경영주로 등록된 여성농민의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주와 달리 공동경영주는 겸업에 나설 경우 농민을 우대하는 각종 정책에서 사실상 제외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민은 전체 농사일의 50.2%를 담당하고 있지만 부업 압박 또한 크게 받고 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농사에 더해 여성농민들은 최근 투잡(two job)을 넘어 스리잡(three job)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요양보호사 근무는 거의 필수가 된 모양새”라고 밝혔다. 실제로 농식품부의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민의 32.1%는 겸업을 하고, 62.5%는 겸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겸업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동경영주’ 제도가 대표적이다. 2023년 기준 농업경영체(농민 기준) 경영주 가운데 남성 비율이 69.7%(127만41건)로 압도적이다. 여성 경영주는 30.3%(55만2442건)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는 경영주의 배우자를 농업경영체에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를 근거로 경남·제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경영주에 농민수당,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공동경영주 제도는 여성농민에 관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완화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영주’는 겸업해도 농민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공동경영주’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사업장·직장가입자로 등록되면 농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농민수당 등 농민 대상 정책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는 “겸업을 할 수밖에 없는 취약농가가 많다”며 “공동경영주로 등록한 여성농민은 겸업으로 버는 소득이 많지 않아 (정책에서 배제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 속에 여성농민의 공동경영주 등록 비율도 정체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여성농민 공동경영주 등록 비율은 2022년 9월 기준 87.5%(15만2000건)로 2021년 88.5%(6만9000건)보다 뒷걸음질 쳤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최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연금의 사업장가입자,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도 공동경영주 지위를 박탈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21대 국회가 이달말 임기를 마치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지만 법안이 던지는 의의는 크다는 평가다.

중장기적으로 프랑스처럼 부부가 공동영농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는 2010년부터 부부가 공동영농회사(GACE)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인식 전환을 이끄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오 대표는 “경영주로 남성농민만 등록해야 한다는 인식을 깰 필요가 있다”며 “남성이 겸업하지 않는다면 겸업하는 여성농민을 경영주로 올리는 것이 실리적임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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