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생카'의 민족? 온라인서 화제 된 세종대왕 생일 카페

최가영 2024. 5. 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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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역사희곡' 제공

"가보고 싶다", "한복을 입고 가면 되냐?", "굿즈로 만 원짜리 지폐 주면 좋겠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종대왕 생일 카페'가 잔잔한 화제가 됐다.

'생카(생일 카페)'는 기념일이나 생일에 카페를 대관해 아이돌 사진, 관련 굿즈 등으로 채우고 커피를 판매하는 문화다. 아이돌 생카 '기획자', '공간 디자이너'도 있을 정도다.

물론 국민 대다수는 세종대왕을 좋아할 테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도 세종대왕의 업적에 대해 한두 가지쯤 나올 것이다. 세종대왕의 '용안'도 우리 모두에겐 익숙하다. 1만 원짜리 지폐에 새겨진 인물이니까. 다만 아이돌 가수처럼 생일을 기념해 주는 건 조금 다른 일이다.

이번 세종대왕 생일 카페는 오는 14일부터 15일 양일간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만큼 '생일 카페'라는 대신 '탄신 가배'라고 홍보하는 '진심'을 담았다는 기획자를 YTN이 서면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아이돌 가수 생일 카페를 하는 경우는 봤어도 '세종대왕' 같은 역사적 인물 생일 카페는 처음 본다. 어떤 계기로 추진하게 되었나.

-아이돌, 배우, 웹툰 캐릭터 등 다양한 IP(지적 재산)로 생일 카페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에는 유명한 외국 위인들 (뉴턴, 아인슈타인 등) 대상으로 생일 카페가 열리고 있다. 정작 우리나라의 위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세종대왕님의 생일 카페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없으면 그냥 우리가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추진하게 됐다.

생일 카페 문화는 생일 대상의 탄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개념도 있지만, 그 대상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 공감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팀 '역사희곡' 제공
Q: 팀 '역사희곡'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흥미로웠다.

-우리는 넷으로 구성된 '팀'이다. 나이는 전부 30대 초반이고 기획, 디자이너, 퍼포먼스 마케터와 콘텐츠 마케터다. 원래 일로 만난 사이지만, 회사랑 상관없이 뜻 맞는 사람끼리 진행하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인 친구는 15년 넘게 '세종대왕 덕질'을 하면서 굿즈도 만들고 대학생 때 별명이 본인의 성을 딴 '김세종대왕'이었다. 온라인에서 '김세종대왕'으로 활동하다가, 세종대왕님 성은 전주 이씨인데, '김세종대왕'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 '역사왜곡'같아서 그만두었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끼리 (왜곡 말고) '역사희곡' 한번 만들어보자고 말하면서 자연스레 팀명도 '역사희곡'이 됐다. 가장 좋은 건, 세종대왕 탄신가배를 함께 준비하며 세종대왕님의 숨겨진 면모와 업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세종대왕이 더 좋아졌다.

팀 '역사희곡' 제공
Q: 세종대왕 생카는 어떤 콘텐츠로 승부를 볼 건가?

-우리도 여타 생일 카페와 비슷한 재미 요소를 가져가되, 외래어를 최대한 모두 우리말로 바꿔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걸 목표로 했다. 실제로도 그 부분을 가장 재미있게 여겨주시는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한 세종대왕님의 모습을 재해석해서 트위터로 글도 올리고 그림도 남기고 있는데 다들 좋아해 준다. (케이크 커팅식과 용비어천가 '해금 연주' 등 전통 공연도 준비했다.)

Q: 생일 카페를 준비하기 위해 답사까지 다녀왔다고 들었다. 답사가 도움이 됐나?

-장소를 선정하면서 저희는 최대한 전통적인 요소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기간 장소를 찾다가 커피한약방 을지로점을 찾았다. 전통적인 느낌과 현대 감성이 함께 어우러지는, 말 그대로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지점이었다. (해당 카페는 허준이 진료 보던 혜민서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커피한약방은 대관을 하지 않는 카페지만 세종대왕님 생일 카페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팅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허준'과 '세종대왕' 둘 다 애민 정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섞어가며 설득했다.

Q: 생일 카페는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 시인 이상 생일 카페를 열어야겠다는 반응, 정조대왕 팬들도 정조대왕 생일 카페 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어서 좋았다. 생일 카페는 이미 한창 유행하고 있는 문화지만, 우리 덕분에 생일 카페의 대상을 국내 위인으로 옮겨주신 것 같아서 뿌듯했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분이 우리 생일 카페에 대해 '한국인은 천재인가'라고 인용 트윗을 남겼다. 번역해서 보긴 했는데 칭찬일 거로 생각한다(웃음). 일본인들도 리트윗해 주었다.

Q: 최근 충무공 이순신 생카도 열렸다. 합동 생카 이야기가 나온다. 덧붙여, 내년에도 생일 카페를 열 건가?

-내년 생카 여부는 일단, 올해 행사가 처음이라 잘 마치고 난 다음에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충무공 이순신 생일파티는 소수가 모여서 진행하는 '문화교류회'의 느낌이었다고 들었다. (그분들도) 내년에는 본격적인 '생일카페'를 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어 내년에 이순신 생일카페를 같이 준비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상태다. 그 부분은 이번 행사 이후에 논의해 보기로 했다.

디지털뉴스팀 최가영 기자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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