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가 감독보다 먼저 인사드린다는 '영화판 최고 권력'

CBS 오뜨밀 2024. 5. 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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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송휘욱 대표 (영일만 밥차)

◇ 채선아> 10년 차쯤 되면 남한테 할 말이 생긴다.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밥 벌어 먹고사는 갖가지 생활 속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는 시간. <10년 차>! 한국 영화판에서 최고의 권력을 지닌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영화판 밥차계 1위 영일만 밥차입니다. 배우 하정우 씨가 "이 분은 영화 현장을 시나리오를 보고 고른다. 나는 현장에 가면 감독님이 아니라 밥차 사장님께 먼저 인사를 드린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정말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맛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분을 모셨습니다. 영일만 밥차 송희욱 대표, 안녕하세요.

◆ 송휘욱> 네 안녕하세요. 24년 차 영화 쪽에서만 움직이는 '영일만 밥차' 송휘욱입니다.

◇ 채선아> "나는 현장에 가면 밥차 사장님께 먼저 인사를 드린다"는 하정우 씨의 말이 큰 화제가 됐거든요. 영화 제작부의 중요한 업무가 맛집 밥차를 섭외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예약이 꽉 차 있나요?


◆ 송휘욱> 하정우 씨는 '이 작품이 끝나면 다음 몇 월 달에 어떤 작품에 들어갑니다' 하고 먼저 저한테 먼저 암시를 줍니다. (웃음) 1년 영화 스케줄이  여기저기서 들어와요. 예를 들어서 몇 월에는 감독님이 "주연이 어떤 분이고 몇 월에 어떤 작품이 들어간다. 또 몇 월에는 어떤 작품이 들어간다." PD나 배우, 감독들이 먼저 저희들한테 이야기하죠. 그러면 제가 달력에 5월 달에는 어떤 작품, 7월 달에는 어떤 작품 짜다 보면 거의 1년 작품을 다 잡아놓는 거죠.

◇ 채선아> 하정우 씨는 계약 조건이 영일만 밥차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정말 그 정도로 인기가 많으신 건데 앞서 소개해 드린 대로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 촬영장에 갈지 말지 결정하신다는 얘기는 진짜인가요?

◆ 송휘욱> 충무로에서 이 소문이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그 소문이 많이 제 귀에도 들어와요. 충무로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들어간다는 소문이 이상하게 바깥으로 돌다 보니까 그게 그렇게 제 귀에까지 소리가 들어 오길래 "저는 밥하는 사람이지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 작품을 올리고 하는 거는 아니다."

옛날 우리 속담에 집 나오면 배고프다고 우리 스태프들이 최고로 중요시 여기는 것이 먹고 자고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하나의 영화 스텝의 일원으로서  먹는 부분이 정말로 많이 큰 비중을 차지하구나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제가 마음을 바꿔서 한 끼 두 끼든 정성껏 해주는 것이 임무가 됐어요. 어느 날 갑자기 말이 돌고 돌다가 보니까 충무로에서 소문이 제 귀에 들어 오길래 저는 밥해주는 밥차인데도 그 소리를 들으니까 참 기분이 좋다. 긍지를 가져야 되겠다 생각합니다.


◇ 채선아> 대표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어떤 영화 촬영에 함께하셨는지 '필모그래피'가 나와요. <헤어질 결심> <극한직업> <신과 함께> 등 흥행작들이 많거든요.

◆ 송휘욱> 제가 이제까지 영화만 80~90편 정도 했더라고요. 작품을 하는 동안에 제 밥을 먹고 배우, 스태프, 감독님이 아무 탈 없이 좋은 작품을 끝내고 후반 작업하고 영화 개봉을 해서 대박이 터질 때 저도 하나의 이력서에 또 내 명단이 올라가구나. 세월이 가다 보니까 영화가 대박이 터진다 하는 거는 제가 느낌이 오더라고요.

제가 항상 대표님이나 감독님, 배우들하고도 이야기하는 것이 영화는 로또다. 그런 이야기를  왜 많이 하냐면 좋은 시나리오, 좋은 배우, 좋은 감독이라도 모든 것은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하게 되면 금은동이 있잖아요. 중요한 게 금이 최고다. 2등은 필요 없다. 영화가 대박나는 건 로또라고 제가 항상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 채선아> 워낙 현장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경력이 화려한 만큼 밥을 먹은 배우들도 굉장히 화려하거든요. 하정우 씨뿐만 아니라 한석규 씨, 송강호 씨 등등 이분들은 과연 어떤 걸 좋아하실까? 주로 좋아한다거나 연예인들의 식성을 기억하시는 게 있나요?


◆ 송휘욱> 첫 작품 때는 주연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한 작품, 두 작품, 세 작품 같이  하다가 보면 하정우 씨는 어떤 거를 좋아하고 전지현 씨는 어떤 걸 좋아하고 송강호 씨는 어떤 걸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가 입맛이 다 다르듯이 하정우 씨 같은 경우는 음식을 가리는 거 없습니다. 배우 분들이 그 작품을 위해서 살을 찌울 때도 있고 뺄 때도 있을 때 우리도 많이 예민해지죠.

◇ 채선아> 식단으로 도울 수 있나요?

◆ 송휘욱> 주연급들 매니저 분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매니저들이 먼저 와서 이번 작품에는 우리 배우가 살을 빼야 되니까 조금 부드러운 음식으로 해주세요. 그러면 샐러드 종류, 칼로리 양이 낮은 것도 해주고 어떤 분들은 또 살을 찌워야 되니까 고기 종류로 하는데 배우분 들이 음식을 까다롭게 뭐 하는 거는 없어요.

◇ 채선아> 다행이네요. 그래도 현장에 있는 제작진, 스태프들 다 합치면 몇 백 명이 될 때도 있잖아요. 그 사람들의 식성을 다 맞추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 송휘욱> 예를 들어서 현장에 배우, 감독, 스태프들이 100명 있다고 볼 때 제가 먼저 현장에 딱 나갈 때 젊은 스태프들이 얼마 정도, 나이 먹은 스태프들이 얼마 정도 그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딱 보고 음식이 8가지 음식이 나온다고 볼 때는 네 가지는 조금 토속적인 음식, 나이 드신 분 음식 쪽으로 맞추고 네 가지는 젊은 층 쪽으로 음식을 맞추고 그럽니다.

◇ 채선아> 반찬이 한 끼에 여덟 가지가 나가는 거예요?

◆ 송휘욱> 현재도 수많은 밥차들이 하지만 저희 식구가 음식을 만들 때는 아홉 가지도 나가고 이렇게 했는데, 많이 힘들죠. 그런데 음식을 만드는 사람마다 서로 스타일이 있다 보니까 저희 식구는 손이 많이 가는 걸 만들어내요. 그렇다고 보면 저희들이 한 끼에 밥 먹는 시간을 넉넉 잡고 5시간을 봐요. 12시에 식사한다고 그럴 때는 한 5시간을 보고 아침 7시부터 점심 준비가 들어가죠.

◇ 채선아> 계속 그런 식으로 그러면 식단을 매번 짜는 것도 일이시겠어요.

◆ 송휘욱> 그렇죠. 아무리 맛 좋은 음식이라도 삼시 세끼가 똑같이 올라오게 되면 질리듯이, 중요한 건 저희 와이프가 참 많은 고생을 했죠. 음식 맛에 대해서는 저희 식구가 전반적으로 가지고 나가고 저는 뒤에서 보조 역할, 무거운 건 제가 들어주고 둘이서 할 시간이 촉박할 때는 지방 현지에서 하루 알바 구해서 그 자리에서 쓰고 하는데요. 제가 24년 정도를 하다가 한 10년 정도는 저희 집안의 처남하고 처남댁하고  네 사람이 같이 10년을 같이 다녔습니다. 인원이 네 사람이 되다 보니까 음식은 다양하게 나옵니다.


◇ 채선아> 어딘가 가서 직접 맛을 보면서 메뉴를 개발하신다거나 연구도 직접 하시나요?

◆ 송휘욱> 영화를 찍다가 보면 해외에도 나가고 우리나라 팔도를 지역마다 다 돌아다녀야 되다 보니까, 예를 들어 비 와서 하루 쉬는 날 생기면 저희 식구가 한 번 시내로 나와서 한식집이든 음식 좀 괜찮게 한다는데 들어가서 돈을 떠나서 메뉴가 어떤 것이 나오는지 메뉴 공부를 하고 요즘은 세월이 바뀌다 보니까 유튜브에서 워낙 음식에 대해 많이 뜨다 보니까 검색해 보면 나와요.

◇ 채선아> 끊임없이 메뉴를 개발하시는군요. 지금 댓글로 올라오는 질문이 "가장 필살기 메뉴가 뭔지 궁금해요" 뭔가 이 메뉴만큼은 자신 있다 하는 메뉴가 있나요?

◆ 송휘욱> 이 메뉴만큼은 자신 있다기보다는 항상 저희 와이프가 하는 말이 "음식은 하나하나 전부 다 내 혼이 안 가면 그 음식은 맛이 안 난다. 무작정 음식을 만들어서 그냥 메뉴 숫자만 채우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에 하루 일이 끝나고 숙소에 딱 들어와서 와이프가 지쳐 있는 걸 보고 제가 "당신 오늘 힘든가 봐" 이러니까 하는 말이 "당신 내가 하루하루 음식을 만들 때 그냥 만드는 게 아니에요." 하루 일과를 딱 손을 놓게 되면 자기 몸에서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래요. 그래서 우리 와이프가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는 걸 그때 알았죠.


◇ 채선아> 대중적으로 밥차 하면 떠오르는 건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나왔던 밥차 부부였거든요. 아는 사이시라고요?

◆ 송휘욱> 그 분을 제가 만난 계기는 옛날 삼척에서 배용준 씨하고 <외출>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였어요. 그때 처남이 방송하면 차 위에 올라가 운전하는 일을 하고 그 집안도 이 드라마 쪽 영화 쪽에 있었는데, 그 친구가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우리 누나가 음식 솜씨가 좋으니 어떻게 송 사장이 누나를 좀 가르쳐주면 어떨까 물어본 거예요. 그래서 '나이도 60이 됐고 이 세계가 힘든 데 어떻게 이거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래도 하고 싶어 하니까 좀 어떻게 안 될까' 그래서 한참 있다가 봉준호 감독님하고 한강에서 <괴물> 영화를 찍을 때 그때서부터 오시라 한 거죠. 그래서 영화 쪽에 들어와서 밥차 일을 가르쳐주고 있다가 보니까 그 분은 영화 쪽이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드라마 쪽에 들어갔다가 <1박 2일>이 계기가 돼서 밥차가 많이 알려졌죠.

◇ 채선아> 그 <1박 2일>의 밥차 부부를 가르친 분이 사장님이라는 거죠? 거의 대부가 되신 거네요?

◆ 송휘욱> 대부라기보다는 제가 먼저 시작하다 보니까 그런 거죠.


◇ 채선아> 영화나 드라마, 예능 현장마다 다른 점이 있나요?

◆ 송휘욱> 회계 처리하는 방식도 좀 달라요. 드라마는 한 번에 계산하고 영화는 하루하루 회계가 들어가고요. 또 드라마는 카드기가 있어야 돼요. 한 사람당 와서 밥 먹고 카드 내는 방식이죠. 또 영화는 야외 촬영이 있을 때 갑작스럽게 비가 온다든지 눈이 온다든지 주연 배우분이 갑자기 몸이 아프다든지 이럴 때 갑자기 스케줄이 바뀌어요. 그러다 보면 하루 쉴 수도 있고 이러는데 드라마는 방송이 그 다음주에 나와야 되니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촬영해서 편집을 하니까 시간이 없더라고요. 드라마 쪽은 참 힘들다. 그래서 제가 '영화는 완전 카투사고 드라마는 완전 최전방이다' 드라마 스태프들이 참 많이 힘들게 작품 준비를 하더라고요.

◇ 채선아>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영화는 하루하루 바로 돈이 들어온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버는 수입이 얼마 정도이신지 조심스럽게 여쭤봐도 될까요?

◆ 송휘욱> 밥차들마다 연간 소득이 다 달라요. 밥차 하시려는 분들이 먼저 저한테 묻는 것이 "달 매출이 얼마나 됩니까?" 그러면 제가 "회사 생활을 할 때 한 달에 얼마나 법니까?" 물어서 예를 들어 답이 300이다 그러면 "그거보다 조금 더 법니다."라고 대답해요. (웃음) 예를 들어 제가 한 달에 천만 원을 번다고 해서 밥차로 천만 원 이상을 벌게 되면 참 고맙다고 하는데 제가 한 달에 천만 원을 번다고 이야기를 해놓고 그 분이 한 달에 300, 500 밖에 못 벌면 그 원망은 저한테 돌아오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 연간 매출은 크게 많지는 않았어요.


◇ 채선아> 10년 차 출연자분들한테 이 질문을 꼭 드리는데 다시 태어나도 밥차 운영하시겠습니까?

◆ 송휘욱> 안 할 거예요. 밥차 중에 요리사들이 많아요. 다음에 태어나서 내가 정말로 요리를 잘한다고 보면 하겠지만 와이프하고 같이 간다 그러면 안 할 것 같아요. 와이프 너무 고생시켰고 이제 남는 것이 병드는 것밖에 없어요. 시간만 되면 병원에 가야해요.

◇ 채선아> 그러네요. 앞으로 어디서든 영화를 볼 때 사장님 얼굴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영일만 밥차 송휘욱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송휘욱>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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