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 등록 거주 불가, 미등록 이행강제금 폭탄…생숙 수분양자 “어찌하리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5. 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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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호황기, 아파트 대체제로 부상
투기수요 몰리자, 정부 ‘숙박업 신고대상’
수분양자 ‘주거용’ 법 개정 촉구
정부 “추가 유예 없어”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은행에서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잔금 대출을 내줄 수 있다는 거에요. 주거용도로 계약했는데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입니다. 정부가 올해 말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한다고 하니 밤에 잠이 안와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2년간 한시 적용되던 특례가 지난해 10월 14일부로 끝났다. 그러나 정부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시 이행강제금 부과를 올해 말로 유예했다. 숙박업 신고에 걸리는 시간,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해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생숙 수분양자들이 주거용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를 앞둔 단지의 경우 잔금 대출이 나오지 않고 주거 목적으로 계약했다가 연말까지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받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생숙은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2012년까지는 ‘레지던스’라고 불려왔다. 주택이 아니어서 청약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을 수 있는 데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등 규제를 피할 수 있고 주차장이나 복도 등 건축 기준도 주거용 오피스텔보다 완화돼 있다.

주상복합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2021년에는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을 받았다.

주택, 오피스텔(준주택), 생활숙박시설 관련 세금 부과 등 기준 비교 [자료 =국토교통부]
이런 점 때문에 투기 수요가 몰렸고 정부는 생숙을 숙박업 신고 대상으로 명시하고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또 지난해까지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특례 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용도를 변경한 곳은 9만8000가구 중 1996가구로 전체의 2%에 그쳤다.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생활형숙박시설보다 까다로워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았다.

정부의 입장은 생활형숙박시설, 이른바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숙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준주택 인정, 용도변경 기준 완화, 소급 적용 배제 등의 대안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준공된 생활형숙박시설에서 거주하는 수분양자들은 숙박업 등록을 할 수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분양을 받을 당시 “거주가 가능하다”는 상담사의 설명을 듣고 계약한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숙박업으로 등록하면 본인이 거주할 수 없고 등록을 안하면 연말에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아야 하는 처지”라면서 “기존 집은 이미 처분해버렸고 현재 살고 있는 생숙을 매물로 내놔도 이미 시장이 망가져 팔리지가 않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용도 변경도 쉽지 않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려면 계약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민동의를 받아도 사업지가 위치한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지자체에서 용도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생숙 잔금대출 한도가 절반 이하로 낮아져 잔금 마련을 걱정하는 수분양자들도 적지 않다. 부산의 한 생숙을 계약한 A씨는 “쾌적하게 살고 싶어 생숙을 샀는데 은행에서 잔금 대출을 거절했다. 오피스텔로 전환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터달라”고 요청했다.

오는 8월 준공을 앞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내 한 생숙 수분양자들은 주거용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잔금 납부를 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마이너스 피를 붙여 매물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토부는 지난해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올해 말까지로 유예했지만 추가 유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수분양자들은 내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된다.

이행강제금은 건물 시가표준액의 10%다. 국토부는 생활형숙박시설을 숙박시설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2021년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기준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형숙박시설을 준주택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허용하게 되면 주차 문제, 학교 문제, 법을 준수해 리모델링까지 한 계약자 등 형평성 문제 등 이해관계자가 아주 복잡하다. 다른 피해자를 더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서류상으로 오피스텔로 전환해주더라도 해도 지구단위계획이 있는 곳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계획되지 않은 경우 현실적으로 전환해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한다. 오피스텔 형태에서 숙박 영업을 허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생활형숙박시설이고, 처음부터 오피스의 기준과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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