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부턴 다 나가떨어졌다”…중국 공세에 ‘2강’만 생존, 이게 무슨 일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온라인쇼핑 성장률보다 5배 커
1·2위인 쿠팡·네이버 성장세에
중국 직구 ‘메기’ 역할 시작하자
11번가·SSG닷컴 등 위기 봉착
온라인 쇼핑 전체를 보면 1분기 구매액 상승률은 10.7%였습니다. 중국 직구 구매액(53.9%) 성장률이 전체 시장 성장률의 5배에 달하는 겁니다. 디플레이션(생산자 물가 하락) 상태인 중국이 과잉생산을 통해 전 세계에 초저가 상품을 뿌리고 있는데, 이 부분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입니다.
2021년(0.8%) → 2022년(1.0%) → 2023년(1.4%) → 2024년 1분기(1.6%)로 말입니다.
이 흐름 대로 가면 곧 국내 시장의 2%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국내 알리·테무 이용자는 중복으로 계산 시 1400만명(지난 2월 기준)에 달한다고 하죠.
올해 1분기 중국 직구 구매액 9384억원 중 4844억원(51%)이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이었습니다. 의복 신발 가방 악세서리 등이 이에 해당하죠. 의류 항목 이외엔 생활·자동차용품(857억원) 및 가전·전자·통신기기(849억원)가 중국 직구 통해 국내 소비자가 많이 산 품목입니다.
국내 전체 온라인쇼핑 중 의류 및 패션 상품 관련 판매액은 7조6354억원. 중국 직구(4844억원)가 이 시장을 무섭게 치고 오고 있습니다. 5000원 신발·의류 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 유행 중인 테무의 경우 할인점 시장에선 벌써 3위 사업자(점유율 17%)가 됐습니다. 미국 온라인쇼핑 시장에선 점유율이 1%에 불과하긴 하지만 사용자 수만으로 놓고 보면 올해 2월 기준 5100만명으로 아마존(6000만명대)의 턱 밑까지 쫓아왔죠.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 산업생태계가 망가진다면서 알리·테무 규제법안을 준비하고 있죠.
알리 테무는 유럽·중남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고물가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염가 제품 경쟁력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온라인쇼핑 1·2등인 쿠팡과 네이버의 잠재력은 아직 공고합니다. 2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커머스(온라인쇼핑) 분야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6.1% 상승합니다. 이는 1분기 전체시장 성장률(10.7%)보다도 높습니다.
1위 사업자인 쿠팡은 아직 1분기 실적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연간 기준 첫 흑자로 영업이익이 전환됐고 최근에도 계속 판매 품목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온라인쇼핑 1인당 거래액이 알리는 3만3600원, 쿠팡은 14만원이라는 분석도 최근 나왔죠. 아직은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 이외 한국 온라인쇼핑 사업자들입니다. 3~8위권을 형성하던 업체들(G마켓·11번가·SSG닷컴·티몬·위메프)은 연간 기준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미 11번가는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황입니다. 대주주인 SK스퀘어(80% 지분 보유)가 11번가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현재는 FI(재무적투자자) 주도로 매각 절차에 들어가고 있죠. 다만 지난 2018년 투자 당시 기업가치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됐는데 현재는 5000억~6000억원으로 내놔도 팔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SSG닷컴에 투자했던 FI(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와 SSG닷컴 모회사인 신세계그룹(신세계·이마트)이 최근 이견을 보였죠.
FI가 SSG닷컴에 투자했을 당시(2022년)만 해도, SSG닷컴 기업가치는 3.3조원이었습니다. 하지만 IB업계선 현재 이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11번가와 SSG닷컴 사례의 본질은 국내 온라인쇼핑 사업자의 기업가치가 투자 당시보다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중위권 사업자들에겐 위기가 도래한 것이죠.
2021년 3위 온라인쇼핑 기업인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가 매물로 나왔을 때만 해도, 국내 유수 대기업(신세계·롯데·SKT)과 주요 사모펀드(MBK파트너스) 등이 모두 잠재적 인수자로 언론에 거론됐습니다. 결국 신세계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가 3조60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를 인수했죠. 하지만 3년 후인 현재를 놓고 보면, 지마켓은 뚜렷한 시장점유율 상승을 못 보여줬고 결국엔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IB 업계에선 국내 온라인쇼핑 중위권 사업자가 한동안 ‘투자가치가 별로 없는 암흑기’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은 2강(쿠팡·네이버)과 메기 역할을 하는 중국 직구(알리·테무)가 시장을 선도할 예정입니다.
다만 중국 직구 영향력은 제한적일 거라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쇼핑 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23.3%) 나머지 기타(53%) 였습니다. 현재는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이 이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반면 아직 중국 직구 점유율은 1%대입니다. 아울러 중국 직구의 주력 상품은 의류·패션 품목인데, 의류·패션이 전체 온라인쇼핑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입니다. 이 시장을 다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쿠팡·네이버 점유율(20%대)까지 근접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스포츠·레저용품, 화장품, 아동·유아용품 등도 전반적으로 중국 직구 구매액 성장률이 수십%대로 높습니다. 고물가 시대가 지속된다면 초저가인 중국 상품의 매력도가 높아집니다.
또한 알리는 신선식품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부터 한국산 제품 전용 판매 공간 ‘K베뉴’를 개설하며 딸기, 귤 등 일부 과일과 수산물, 육류 등을 팔기 시작한 것인데요.
K베뉴엔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롯데칠성음료·코카콜라·농심 등 국내 대표 대기업이 입점했습니다. 이에 위기를 느낀 국내 대형마트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죠.
전반적으로 봤을 때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2강+중국 직구’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위권 사업자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예정입니다. 2강 이외에 영업흑자를 내면서 기업가치를 더 높일 새로운 국내 온라인쇼핑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미래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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