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씨, 계속 이럴 거면 정말 '사랑해요(찡 긋)'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4. 5. 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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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사진=방송 영상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지난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원래 이 시상식의 묘미는 TV와 영화, OTT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연기와 예능에서 활약한 이들이 등장하는 참석자 리스트였다. 올해도 영화, TV 드라마, OTT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TV와 OTT 플랫폼의 예능에서 활약한 이들까지 모두 모여 축제를 벌였다.

누가 상을 탔느냐도 화제를 모았지만, 단연 화제를 모았던 장면은 '이것'이었다. 배우 김고은을 찾던 MC 신동엽에 갑자기 검은 옷에 휘파람을 불며 나타난 한 여인. 개그우먼 이수지였다. 그는 5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 김고은이 연기한 영화 '파묘'의 이화림과 '도깨비'의 지은탁이 언뜻언뜻 스쳐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재킷을 벗자 등에서 드러나는 문구 '김고은씨, 밥 한번 먹어요. 다 해명할게요'는 마치 '파묘'에서 이화림이 얼굴에 불교의 금강경 글자를 적어넣은 모습은 연상하게 했다. 그 짧은 시간, 이수지는 김고은에 대한 최대한의 헌사를 바친 것이다.

굳이 존재감을 드러내려 노력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영혼을 갈아 넣는 개그우먼의 퍼포먼스는 길이 잊히지 않는 여운을 만들기 마련이다. 이수지의 16년, 연예계 생활이 그러했다. 그는 도드라지지 않아도, 어디 빠지지 않는 모습으로 서서히 대중의 마음속 '심(心)스틸러'로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수지의 개그우먼으로서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그의 얼굴모사 능력이다. 과거의 성대모사와 얼굴모사는 차원이 다르다. 성대모사는 눈을 감고 집중해서 들어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이지만, 얼굴모사는 목소리와 함께 얼굴을 함께 연상시켜 훨씬 공감각적인 심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사진=iHQ

그의 등장이 그랬다. 2008년 SBS 공채개그맨으로 데뷔했다 다시 2012년 KBS 공채 27기 개그우먼이 된 그는 '개그콘서트'의 코너 '황해'에서 연변 사투리를 걸쭉하게 늘어놓는 보이스 피싱 사기범 일당으로 등장했다. 연변 사투리를 하다가도 마치 ARS 응답기를 듣는 듯한 안내원의 발성으로 돌아서는 모습은 감탄을 내놓기에 충분했다.

이후 이수지는 '개그콘서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후 수많은 얼굴모사에 성공했다. 심지어 2016년 탄핵정국 당시 최순실(바뀐 이름 최서원)을 흉내 내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확실한 장기가 있는 이수지만의 정체성은 역시 얼굴복사 수준의 기량을 자랑하는 정성호의 존재처럼 그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필요로 하는 능력이 됐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개그콘서트'를 나오면서 이수지의 활동을 더욱 폭이 넓어졌다. 갈수록 현란하게 바뀌는 '밈(Meme)'의 시대에서 그의 거의 즉각적인 모사능력이 대중의 감성에 적절한 유효타를 날린 것이다. 그는 최순실을 비롯해 김정숙, 심상정 등 정계와 관련된 인물과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가 연기한 문동은 캐릭터, 방송인으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 최근에는 가수 이소라와 제니 등 밈의 원천이 되는 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복사해내고 있다. 

이러한 모사능력을 받쳐주는 것은 그의 연기력이다. 2021년 쿠팡플레이에서 공개 중인 'SNL 코리아'에 합류한 그는 평범한 아줌마부터 각종 이슈인물 거기에 팜므파탈의 여인과 아이까지 각종 코너의 주변을 받치는 팔방미인급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SNL 코리아'의 여성 크루 가운데 외모적으로 예쁜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을 오가며 연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크루다. 어떤 코너를 짤 때 그림이 비어 보이면 이수지를 투입하면 마치 조미료를 넣은 국처럼 간이 딱 맞게 되는 것이다.

그의 모습은 예능에 한정되지 않는다. 2014년 SBS의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를 시작으로 정극 연기에 도전한 그는 '마성의 기쁨'과 '제3의 매력'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터치' '신병 시즌 2'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이다. 특히 최근 tvN의 인기 드라마의 배턴을 주고받은 '눈물의 여왕'과 '선재 업고 튀어'에서 각각 방실 역과 천신할매 역으로 출연해 연기력도 드러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수지의 매력은 아직 극의 틀 안에서 유지돼 그 자신으로서의 모습은 많이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는 오로지 발달한 얼굴모사와 순발력만으로도 굳이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그의 존재는 개그우먼 역시 희극을 연기하는 배우이며, 배우에게는 알맞은 성량과 음색, 발음 그리고 연기력이 반드시 기본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수지의 충실한 기본기는 배우로서 지금의 젊은 세대가 원하는 어떤 모습으로도 변환이 가능한 셈이다. 그의 존재는 특히 '희극인이 굳이 연기력이 필요한가' 묻는 사람들에게 통쾌한 대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백상예술대상' 비하인드에서 공개된 등의 글자 에피소드, 과거 이소라의 모사를 위해 머리 한올 한올을 붙였던 이야기처럼 치열한 노력과 고민이 이어졌기에 우리는 그를 '심스틸러'로 부를 수 있다.

이렇게 거창한 시상식에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이수지라는 존재. 앞으로 얼마나 활약을 이어나갈지 기다리는 일에는 즐거움이 따라붙는다. 이수지씨, 정말 계속 이럴 거면 정말 '사랑해요(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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