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은 왜 2개씩 붙어 있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경기일보 2024. 5. 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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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막고 저류지·저수지 역할도… 팔방미인 연못
세계 유일 ‘일타오피’ 다목적 역할
홍수·민가 침수 방지 등 ‘일등공신’

화성 연못은 연못이 아니다.

시기에 따라 변하는 요구에 맞춰 변신을 거듭한다.

‘일타오피’ 다목적 역할을 한 세계 유일의 연못이다.

화성에서 연못은 남지와 동지가 2개씩 붙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강웅 고건축가

화성 연못은 저류지와 저수조의 역할을 했다고 앞 편에서 밝혔다. 화성 건설 착수 초기, 짧은 기간 성 밑 물길인 은구 공사를 하기 위해 저류지 역할을 했다. 은구가 완료되자 공사용수를 모아두는 저수조 역할로 변신했다. 그뿐만 아니라 화성 연못은 준공 이후에도 특별한 역할을 한다. 어떤 역할을 했을까? 특히 두 개가 상하로 붙어 있는 연못이 큰 역할을 한다. 상남지, 하남지, 상동지, 하동지를 말한다.

두 개가 붙어 있는 연못의 특징을 찾아보자. 상하로 붙어 있다. 좌우도 아니고 왜 상하로 붙였을까? 두 개의 연못 중 하나는 착공하자마자 팠고 나머지 하나는 공사가 끝나갈 무렵에 팠다. 한 번에 파면 공사비도 덜 드는데 왜 공사가 끝날 무렵에 팠을까? 북지는 1개인데 남지와 동지만 2개다. 왜 남지와 동지만 두 개를 붙여 팠을까? 이 특징이 비밀을 풀 열쇠다.

의궤 남지도다. 상남지를 통해 하남지로 그리고 남은구로 물이 빠져나간다. 이강웅 고건축가

왜 북지만 두 개가 아닐까? 북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못이 1개다. 북지는 성 밖 도랑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즉, 물의 유입만 있고 배출은 없다. 최종 목적지일 경우 1개면 된다. 반면에 상남지와 하동지는 준공 전 하남지와 상동지를 추가해 2개가 붙어 있다. 남지와 동지가 북지와 다른 점은 물을 수원천으로 배출하고 있는 점이다.

물을 배출할 경우 물과 물 위의 부유물, 그리고 물속에 포함된 토사가 함께 배출된다. 부유물은 나무 울타리에 걸리지만 물속 토사는 물과 함께 수원천으로 배출된다. 그리고 토사는 수원천 바닥에 침전된다. 장기간 침전되면 결국 수원천 바닥이 높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여름 폭우에 수원천은 범람한다. 광교 저수지를 만들기 전까지 장마철이면 매년 수원천은 넘실거렸다. 때로 수원천을 넘어 민가가 침수되기도 했다. 바로 홍수다.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수원천으로 유입되는 토사를 막아야 한다. 은구와 성의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유속을 낮춰야 한다. 대책은 무엇일까? 수원천으로 나가기 전에 연못을 만들어 토사를 침전시킨 후 물만 내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연못을 거치며 물의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침사지(沈砂池)다. ‘토사를 가라앉히는 연못’을 말한다. 해마다 범람하는 수원천 때문에 백성의 피해가 컸다. 정조는 이를 방지하려고 침사지로 남지와 동지를 설치한 것이다. 연못 크기와 위치는 강우, 지형, 토양, 유입원 면적, 배출 지점 등을 고려해 계획한다.

사진은 광교 ‘윗방죽’이다. 광교 저수지의 상지 개념과 일치한다. 이강웅 고건축가

왜 상하 2개가 필요할까? 침사지는 기능을 높이려면 물이 거치는 길이가 길수록, 장애물이 있을수록 좋다. 토사의 침전과 유속을 더욱 안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다다익선이라고 수많은 연못을 연속해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 2개는 필요하다. 침사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청소, 준설 등 꾸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못 안에 섬을 1개, 2개 만든 것은 유속을 줄이는 일종의 장애물이다. 하남지에 섬을 상하로 만든 것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위치가 수원천으로 물이 빠져나가기 직전에 만들어 놓은 점, 상하로 설치한 점이 남지와 동지가 침사지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을 침사지의 2지(二池) 시스템이라 한다. 광교 저수지도 2지 시스템이다. 상지가 2개다. 하나는 광교 종점에서 조금 올라가면 사방댐이 있다. 이것이 상지다. 사방(沙防)이란 이름 자체가 토사를 방지한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경동원을 지나 기도원 아래에 있는 저수지다. 이를 ‘윗방죽’이라 불렀다. 이것도 상지다.

“화성 연못을 백성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애민사상으로 포장했으나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근거를 보자. 첫째 형태가 원형이 하나도 없이 모두 사각형인 점, 둘째 5개를 만들면서 다섯 곳으로 분산하지 않고 세 곳으로 한 점, 셋째 위치가 백성의 인가와 너무 떨어져 있는 점, 넷째 정원석을 한 개도 사용하지 않고 모두 나무 말뚝만 박아 놓은 점, 다섯째 공사가 장기간 진행될 착공 초기에 3개를 판 점이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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