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와 틱톡 둘러싼 미·중의 경제안보 전쟁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4. 5. 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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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테무 앞세워 외국 데이터 수집 의혹…美, 틱톡 강제 매각법으로 맞불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5월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선전기관을 앞세워 자국 IT 기업과 협력해 외국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인용된 보고서는 ASPI가 2일 공개한 49쪽에 달하는 '중국 특색의 진실과 현실'이다.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이 전 세계적으로 문화·기술·경제·군사적인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외국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현실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테무 등 자국 IT 기업을 앞세워 외국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선전기관이 테무 모기업과 협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선전기관은 외국에서 영업하는 전자상거래, 게임, 가상현실 등 업종의 중국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표 사례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의 협력이다. 물론 인민일보가 직접 나서는 건 아니다. 주체는 인민일보 온라인 매체인 인민넷이 2018년에 데이터를 관리하는 자회사로 설립한 인민데이터다. 인민넷은 당초 인민데이터를 설립하는 목적으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대비해 데이터의 안전한 관리와 보존 그리고 영구적인 사용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인민데이터는 당정 기관과 국영기업뿐만 아니라 민영기업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재 고객들에게 전 세계 182개 국가와 42개 언어에 걸쳐 약 50만 개의 정보 소스를 결합해 해외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단기간에 인민데이터가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핀둬둬는 알리바바, 징둥과 더불어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2023년 매출액은 2476억 위안(약 46조원), 영업이익은 718억 위안(약 13조원)에 달했다.

핀둬둬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2022년 9월 테무를 출범시켰는데, 벌써 48개국에서 영업하면서 이용자 수를 맹렬하게 늘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억 명을 넘어섰고, 한국은 823만 명에 달한다. 인민데이터는 핀둬둬 외에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사만다 호프먼 ASPI 연구원은 "중국은 선전·선동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회사를 활용해 중국 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제기에 중국 기업들은 WP를 통해 강하게 부인했다. 테무는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미국 이용자의 데이터를 저장한다"며 "인민데이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핀둬둬도 "인민데이터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며 "다만 콘텐츠 배포 등에 관한 협력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ASPI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ASPI는 2001년 호주 정부가 설립한 안보정책 싱크탱크로 국방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 호주 지도자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공급하고 시의적절한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활동한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첨단기술, 사이버 등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 대표적 성과물이 지난해 3월 발간한 '미래의 힘을 위한 글로벌 경쟁'으로, 이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보고서는 중국이 주요 유망 기술 분야 44개 중 37개에서 1위의 압도적인 연구개발 우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ASPI가 최근 수년 동안 일류 과학저널을 통해 발표된 주요 유망 기술 분야의 논문 수와 피인용 횟수 등을 분석한 결과다.

중국이 선도 중인 분야는 전기 배터리, 무선통신, 초음속, 수소 전력, 합성 생물학, 나노 물질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양자컴퓨터, 우주 발사 시스템, 백신 등 7개 부문에서만 선두를 확보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이런 눈부신 발전이 풍부한 인적 자원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상위 연구원 중 5분의 1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어권 기밀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서 대학원을 다녔다. 과학기술 인재가 운집한 중국과학원은 44개 분야에서 대부분 세계 1위나 2위의 기관으로 꼽혔다.

틱톡, 미국에서 강제 매각 수순 밟을까

물론 선두권은 아니지만, 한국도 분야별 5위권에 20개를 진입시켜 영국, 인도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가장 높은 순위는 2위를 차지한 고용량 에너지 저장기술뿐이었다. 주목할 점은 보고서가 미국 국무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장기적인 연구 과정을 거쳐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실체와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는 ASPI이기에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을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중국은 2021년 6월에 제정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데이터보안법'이라는 법적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보안법은 국가 안보의 수호나 범죄 수사의 필요를 위해 개인이나 기관, 기업 등이 수집한 데이터를 당국에 제공토록 규정했다. 또 당국이 기업에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의 저장, 전송, 가공, 공유 등 전 과정을 관리하도록 했다. 인민데이터가 설립된 배경도 이러한 흐름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대응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틱톡 강제 매각법이다. 

틱톡은 2018년 미국에 진출했는데, 10대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사용자가 1억7000만 명을 넘어선다. 미국은 틱톡의 약진에 위기감을 느끼고 2019년부터 금지하려 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나서 틱톡이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공감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2020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무산됐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정부와 기관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틱톡은 최고경영자에 싱가포르 국적인 추쇼우즈를 선임하고 본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싱가포르로 삼았다. 추쇼우즈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중국의 손이 닿지 않는 오라클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틱톡의 경영에는 바이트댄스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4월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틱톡이 바이트댄스와 더욱 깊이 결합했다"며 "바이트댄스가 고위 경영진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까지 틱톡으로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틱톡 강제 매각법은 270일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도록 규정했다. 만약 기간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된다. 이에 대해 틱톡은 5월7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위배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따라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죌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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