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종섭 장관에게 무엇을 지시했나

김규원 기자 2024. 5. 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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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채 상병 죽음 둘러싼 일곱 가지 쟁점 … 대통령 직권남용·사법방해 여부 밝혀야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의 핵심은 2023년 7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어떤 지시를 했느냐다. 2023년 9월15일 인천 앞바다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024년 5월2일 국회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죽음과 그 수사를 둘러싼 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이른바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5월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절차를 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특검법은 5월7일 행정부에 접수돼 윤 대통령은 5월22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만약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는 5월28일 이 특검법의 재의결 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 특검법을 재의결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투표가 가능한 의원 수가 295명이므로 야당은 197표를 확보해야 재의결할 수 있다. 현재 182석인 야당 전체는 최소 15표 이상의 여당 표를 가져와야 한다.

이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어 향후 정국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이 사건을 둘러싼 쟁점을 일곱 가지로 나눠 짚어봤다.

①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수사 대상?

2023년 7월19일 오전 9시10분께 해병대 1사단 소속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이 폭우 피해 지역인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의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폭우 뒤라 내성천의 물살이 거칠었는데, 채 상병 등 해병대원들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 수색 작전을 펼치다 사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 수사단(당시 단장 박정훈 대령)은 초기 조사를 벌여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의 혐의자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7월30일 수사단의 보고를 받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조사 결과에 결재까지 했다. 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임 사단장을 보직 해임해야 한다며 후임 내정자까지 이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7월31일 이 전 장관은 갑자기 자신이 결재한 조사 결과의 이첩을 보류시키고 조사 결과에서 혐의와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도록 김 사령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단장은 이첩 보류나 조사 결과 변경이 군사법원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고, 김 사령관은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8월2일 박 전 단장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예정대로 이첩하도록 수사단에 지시하자 김 사령관은 이첩 중단을 지시하고 박 전 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이미 경북경찰청에 도착한 조사 결과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했다. 8월3일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을 군 형법상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도 채 상병 사건을 재검토해 8월20일 애초 8명의 혐의자 가운데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제외한 2명만 혐의자로 특정해 다시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2021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지체없이’ 이첩하려고 했던 해병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군 형법상 항명 등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2024년 3월21일 박 전 단장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한겨레 기자

② 이종섭 전 장관, 이첩 보류 지시 이유는

이 사건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된 것은 ‘이첩’ 때문이다. 군사법원법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는 것을 이 전 장관이 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2023년 7월31일 오전이었다. 그런데 앞서 이 전 장관은 하루 전인 7월30일 오후 박 전 단장으로부터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까지 했다. 자신이 스스로 결재한 사건 처리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이 전날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문의했다. 유 관리관은 8명의 혐의자를 특정한 것은 무리하다며 경찰에 이첩할 때 혐의와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출장(7월31~8월3일)을 다녀올 때까지 이첩을 보류하라고 김 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③김계환 사령관, 46시간 고민한 이유는

박 전 단장의 진술서를 보면, 김 사령관은 7월31일 오전 11시57분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받은 뒤 8월2일 오전 10시까지 약 이틀 동안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이나 다른 참모들, 유 관리관 등과 상의하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마도 이첩 보류나 조사 결과 변경이 군 형법상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의 주요 회의에 참석한 김 사령관의 한 참모는 “7월31일 오후 최초의 해병대 사령부 회의에서 (앞서 이 전 장관 주재 국방부 회의에 참석한) 정종범 당시 부사령관(현 해병대 2사단장)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전달했다. 또 (혐의와 혐의자를 빼고) 사실만 적어서 8월9일 이첩해야 한다는 지시도 전달했다. 나는 그날 회의에서 김 사령관도 박 전 단장에게 그렇게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사령관은 2024년 2월1일 박 전 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종섭) 장관 지시가 없었다면 (사건을) 정상적으로 (경찰에) 이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따른 이첩 보류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최종적으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게 조사 결과의 이첩 보류를 지시한 사람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었다. 김 사령관이 2024년 5월4일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으려고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군 사망 사건 이첩 보류, 위법한가

해병대 사령부의 조사 결과를 이첩 보류, 변경한 일이 논란이 되는 건 2021년 개정된 군사법원법 때문이다. 이 법 제2조 2항에선 △성폭력 범죄 △사망 사건, 사망 원인 범죄 △입대 전 범죄 등 세 가지 범죄는 군사법원이 아니라 민간법원에서 재판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이 법에 따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1항에선 ‘군 검사 또는 군 사법경찰관은 (…) 범죄를 인지한 경우 (…)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세 가지 범죄의 민간 이첩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든 부대장이든 개입하는 것은 위법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단장의 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해당 법과 규정을 보면, 사건 이첩 권한 자체가 사령관이 아니라 군 검사와 군 사법경찰관에게 있다. 다만, 김 사령관에겐 수사단에 대한 포괄적 지휘권이 있는데, 이런 사건 경우 지휘권 발동이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세 가지 사건을 민간 수사기관에 지체 없이 이첩하도록 한 이유는 부대장 등이 그런 사건 수사에 개입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에 대한 부대장의 지휘는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⑤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했나

공수처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이 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하기 10분 전인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45~50분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지는 이태원로, 가입자는 대통령실, 발신 전화는 02로 시작하는 일반 전화였다. 이 통화 기록은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에게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 처리와 관련해 어떤 지시를 한 것이 아니냐 의심하는 결정적 근거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단장은 언론에 공개한 진술서에서 “(7월31일 오후 5시께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해들은바, 7월31일(월) 오전 대통령이 주관한 대통령실 회의에서 국가안보실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 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하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자신이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전했다는 박 전 단장의 진술을 부인했다. 김 사령관은 2024년 2월1일 박 전 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서 나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4월11일 해병대 내부 전산망에 올린 지휘서신에서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4월 국방부에 사의를 밝혔지만, 국방부는 ‘수용 불가’라며 거부했다. 김 사령관은 4월25일 정기 인사에서 유임됐다.

박 전 단장이 진술한 ‘대통령의 격노’가 사실인지 <한겨레21>은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과 김수경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의했다. 그러나 이 수석과 김 대변인은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 전 단장이 김 사령관에게 전해 들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이전 발언과 매우 닮았다. 이태원 참사 9일 뒤인 2022년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책임져라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컸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현재까지 유임시키고 있다.

박 전 단장의 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격노해서 이 전 장관과 전화 연결했다는 시각은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시간적으로 선후가 잘 맞는다. 그 뒤의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는 대통령의 격노가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원인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 관련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2022년 9월7일 폭우와 홍수 피해 지역인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에서 해병대의 구조 활동에 대해 보고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옆에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사진 오른쪽 군복 입은 사람)이 서있다. 대통령실

⑥임성근 전 사단장 구하기?

박 전 단장의 진술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이 이 사건의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은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2022년 9월6일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 상륙돌격장갑차 2대와 고무보트 3척 등을 투입해 32명을 구조했다. 그날 윤 대통령은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하고 심지어 9월7일 포항을 직접 방문해 임 전 사단장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보다 한 달 전인 8월8일 서울의 침수 상황을 보면서도 사저로 퇴근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임 전 사단장이 잇따른 수해로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을 반전시킨 은인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조금 다른 해석도 있다. 임 전 사단장이 대통령실 쪽에 구명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수사단의 공식 보고에 앞서 대통령실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7월28일 아침 7시20분 박 전 단장이 김 사령관에게 사건 조사 결과를 정식 보고했고, 오전 10시엔 김 사령관이 임 전 사단장을 만나서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부터 대통령실과 검찰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박 전 단장 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김 사령관이 임 전 사단장을 만난 직후인 이날 오후부터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검찰 포항지청에서 이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결국 7월30일 저녁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언론브리핑 예정 자료를 대통령실 김형래 대령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보직 해임 위기를 맞은 임 전 사단장이 대통령실 쪽에 자신의 구명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이첩할 때 혐의와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만 적어 넘겨도 된다고 조언했고, 이것이 이번 외압 의혹 사건에서 쟁점이 됐다. 2024년 4월26일 유 관리관(가운데)이 해병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으려고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⑦윤석열 대통령 위법행위 있었나

박 전 단장 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서 화만 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을 시켜서 이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조사 결과를 변경하라고 지시했다면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미 경찰에 이첩된 조사 결과를 회수하도록 지시했다면 역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조사 결과가 이미 경북경찰청에 도착했다면 이첩이 끝난 것인데, 이것을 임의로 되돌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에서 정상적으로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박 전 단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지시했다면 이것은 사법방해로 심각한 위법행위다. 하나의 위법행위를 감추기 위해서 또 다른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이 집중된 7월28일~8월2일 대통령실과 해병대 사령부 사이의 통화와 문자는 김정민 변호사가 확인한 것만 12차례에 이른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는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사법방해 등 혐의가 확인된다면 이것은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보는데, 헌재가 이 중대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 또 헌재가 점점 보수 성향 재판관으로 바뀌고 있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더라도 이것을 현재의 헌재가 인용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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